극단 애인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주연 배우들의 열연 돋보여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 ▲ 극단 애인이 동숭동 풀빛극장에서 지난 10일 '고도를 기다리며'의 첫 공연을 가졌다. |
어느 한적한 시골 길. 한 그루의 나무 밑에서 휠체어를 탄 블라디미르와 뇌병변장애인 에스트라공은 결코 오지 않을 고도(Godot)를 향한 지리멸렬한 기다림을 계속한다. 그 지루한 기다림을 견디기 위해 두 사람은 무의미한 말들을 주고받는다. 그들의 대사는 우스꽝스럽고 무기력하며 혼란스럽되 단순하다. 그러나 툭툭 던져지는 이 말들은 독특한 리듬을 형성하며 돌연 인간의 존재와 삶의 모습을 관통해가기도 한다. 극단 애인이 동숭동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에서 지난 10일 늦은 4시 ‘고도를 기다리며’의 첫 공연을 했다.
극단 애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작품을 장애인의 시선으로 재조명했다기보다 극 중 인물이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대상이 바뀌면서 그 자체로 작품의 상징이 극대화되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휠체어를 타고 나무 주변을 맴도는 블라디미르와 움직임의 대부분을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소화하는 비쩍 마른 에스트라공. 그들이 자아내는 이미지는 지리멸렬한 기다림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의 현실을 상징적이고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2009년 11월 창단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에 이은 극단 애인의 두 번째 정기공연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연출의 신선함은 다소 부족했지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맡은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은 장애인 극단의 가능성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 ▲분장 중인 배우 하지성 씨. |
특히 에스트라공 역을 맡은 배우 하지성(뇌병변장애 2급) 씨는 자신의 장애로부터 비롯되는 몸의 습성을 자연스럽게 작품의 인물에 스며들게 하면서, 장애인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말투와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색을 부여한 캐릭터를 완성시켜냈다. 블라디미르를 맡은 강희철(지체장애 1급) 씨 또한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끌면서 성공적으로 첫 공연을 마무리했다.
에스트라공을 맡은 하지성 씨는 “첫 공연이라 진짜 많이 떨렸다”라며 “지난 3개월 동안 연습한 것을 좋은 결과로 마무리해 기쁘고, 남은 일정 또한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하 씨는 “더욱 열심히 해 극단 애인을 널리 알리고 상도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면서 “이 연극으로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고,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을 통해서 거듭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를 맡은 강희철 씨는 "큰 실수 없이 오늘 공연을 마쳐 다행"이라며 "우리 극단에 뇌병변 장애인이나 지적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힘든 부분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 열심히 연습했으니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극단 애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서울문화재단 '시민예술활성화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오는 17일까지 동숭동 풀빛극장에서 계속된다.
![]() ▲연습 중인 배우들. (사진제공 극단 애인) |
![]() ▲ (사진제공 극단 애인) |
![]() ▲ (사진제공 극단 애인) |
![]() ▲ 에스트라공을 맡은 하지성 씨. (사진제공 극단 애인) |
![]() ▲ (사진제공 극단 애인) |
![]() ▲ (사진제공 극단 애인) |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꼭 구경하러 가야하는데, 못 봤습니다.
대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