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차연, 도시철도공사 앞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재차 요구
도시철도공사, 타당성 조사 결과 18개 역은 도저히 힘들 듯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이번에는 서울도시철도공사(아래 도시철도공사) 앞에 모여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도시철도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리베이터 없는 역사에서 이용해야만 하는 리프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했다.
5호선 상일동역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김광이 씨는 지난 11일 상일동역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다가 계단 중간에서 리프트가 멈춰버리는 일을 겪었다고 밝혔다. 멈춰선 리프트에 달려온 역무원들도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수리기사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40분이 다 되도록 수리기사는 오지 않았다. 김 씨는 외부로 나가는 계단 중간에서 멈춰버린 탓에 그 시간 내내 추위에 벌벌 떨어야만 했다. 너무 춥고 위험한 상황이 계속되자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의 손에 휠체어째 들려 출구로 이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리프트 수리기사는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1호선 광명역에서도 리프트가 고장 나 수리하고 오느라 늦었다는 것이다.

6호선 보문역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이재희 씨도 비슷한 경험을 전했다. 이 씨가 보문역의 리프트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보문역에서는 리프트가 고장 날 때마다 핸드폰으로 안내 문자를 보내주는데, 하루에 문자가 4번이나 올 때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7월에는 고장이 났는데도 교체할 부품이 없어 리프트가 방치됐고, 결국 한 달 내내 보문역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씨는 “세금 아끼려고 (엘리베이터 설치하지 않고) 계속 리프트를 고쳐 쓰는 것 같다”며 “이제 부품도 단종 돼서 고쳐 쓰는 것도 불가능 한 상황이니 제발 엘리베이터 설치해서 안전하게 지하철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호선과 5호선이 함께 지나는 까치산역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황인현 씨는 리프트로 인해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까치산역은 승강장에서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 총 네 군데의 계단을 지나야 하는데, 그때마다 리프트를 이용해야 해서 밖으로 나오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린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도시철도공사는 지난 10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역 중 우선적으로 10곳에 대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나머지 22개 역에 대해서는 ‘승강편의시설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기고 이 달 중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장차연은 “서울시나 사업주 측에서는 일부 지하철 역사 주변의 구조적 여건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그러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설치가 불가능한 역사는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안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신도림역, 화서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도 처음에는 구조상 엘리베이터 공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현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거나 공사중이라는 것이다.
즉, 문제는 구조의 문제보다 예산을 이유로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면 엘리베이터를 대신할 수 있는 안전한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후 도시철도공사 측은 서울장차연과 면담 자리에서 승강기 설치 타당성 조사 중인 22개 역 가운데 18개 역은 구조상 엘리베이터 공사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수직축이 맞지 않는 문제, 지상 공간 확보가 힘든 문제 등으로 승강기 설치가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서울장차연은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 최종 발표 전에 용역을 수행했던 회사와 도시철도공사 사장 면담을 통해 최대한 엘리베이터 설치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