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단식농성 일주일 넘긴 울산부모연대 정윤호 회장
"당장 혜택 보는 것 없어도 아이 미래 위해 싸울 것"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재활바우처 소득수준제한 철폐 ▲활동보조서비스 외에 돌봄서비스 제정 ▲장애인가족지원 ▲특수교사 7천 명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인권위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넘었다. 사람이 하루만 굶어도 어지러운데 일주일 이상 곡기를 끊는다면 어떨까? 불볕더위는 어느 정도 가셨다고 하나 연일 계속 내린 비 때문에 눅눅한 습기로 불쾌지수가 여전히 높은 25일 인권위 7층 농성장에서 울산부모연대 정윤호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아이는 엄마가 돌보고 나는 돈이나 벌어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2005년 교육청 상대로 공립특수학교 설립 싸움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라며 “몸이 망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단식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내가 무엇인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말을 많이 했더니 더 어지럽다"면서도 다시 농성장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
다음은 정윤호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단식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 위가 쓰리고 손발이 저리다. 눈도 침침해진다. 잠자리는 얼마 전까지 열대야여서 매우 힘들었다. 매트 밑에서도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비가 오면서 더위가 꺾인 듯해서 그나마 어제오늘은 괜찮다.
- 언제부터 부모운동을 하게 되었나?
= 2005년 울산광역시 교육청에서 투쟁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울산의 열악한 교육현실로 울산은 광역시면서도 공립특수학교가 없었다. 그나마 사립학교는 변두리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러니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이 없어 차를 태워 멀리 보내야 하고 보내놓고 나서도 편의시설이 없어 부모가 복도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립특수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으나 교육청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당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울산시 교육청 앞마당에서 농성을 했는데 거기에 참여하게 됐다. 울산 공립특수학교 추진위원회에서 부모회가 만들어졌고 그것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로 확산되어 지금까지 부모운동을 하고 있다.
- 결국 울산의 공립특수학교는 만들어졌나?
= 만들어졌다. 부모님들이 근거리에 공립특수학교가 생기니까 매우 좋아하신다. 그러나 학급수는 적은데 학생 수가 증가하다 보니 과밀 때문에 추첨해서 떨어지면 못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중학교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2011년에 울산교육청이 공립특수학교를 하나 더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것으로 과밀현상이 얼마나 해소될지 걱정이지만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 한 번의 농성참여가 부모 운동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 그전에는 아이는 엄마가 책임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정경제를 책임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2005년 당시 천막농성에 참여하면서 다른 장애아 부모들이 부모로서 겪는 어려움을 얘기하는 걸 들었다. 24시간 아이에게 눈을 떼지 못해 겪는 어려움 등을 들으면서, 우리나라 장애인 가족현실이 이렇구나, 부모운동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의 어려움이라고 치부해버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울산에서는 지난 1월부터 부모회 회장을 맡게 됐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 아이는 어떤 장애가 있는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
= 15살 남자아이로 자폐성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다. 중복장애이며 잘 걷지도 못한 상태이다. 현재 재활치료는 소득기준제한에 걸려서 못 받고 있다.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받는 게 다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사비로 언어치료, 심리치료, 미술치료 등을 한 시간 정도 받았다. 하지만 부담이 커 지금은 중단 상태이다.
- 아이는 한 달에 몇 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 한 달에 40시간 정도다. 아이가 중복장애이고 걷지도 못하는데 왜 40시간밖에 안 되는지는 모르겠다. 주로 복지관 이동할 때 쓰고 나면 더 이상 쓸 수 없는 시간이다.
-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 24시간 부모가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늘 지켜봐야 한다. 또한 돌발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모임에 가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아이를 어디에 데리고 다니질 못한다. 그러니 부모나 아이나 집에 갇혀 살아야 한다.
또한 아이를 여섯 살 때 한번 잃어버렸다가 찾은 후에는 더욱 더 아이는 집에만 있게 했다. 누구는 아이를 줄로 묶어 다닌다는 데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아이 처지에서는 집에 감금돼 사는 것이다. 또래 애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 장애인 가족에게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비장애 형제와의 갈등이다. 비장애 아이는 어떠한가?
= 큰 애는 대학생이다. 큰 아이를 키우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부모의 심정에 대해서. 하지만 큰 아이 역시 다른 장애가족의 아이처럼 사춘기 때 큰 혼란을 겪었다. 부모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동생을 배려하는 듯하지만 한편으론 귀찮아하는 듯도 하다. 현재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해서 어학연수를 가 있는데 학비를 제대로 부쳐주지 못하니 큰아이와 우리 가족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 현재 장애아이는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 내가 94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지만, 생활비 조달이 충분치 못해 2008년부터 아내가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낮에 회사 다녀와서 밤에는 배달일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외할머니나 또는 동네 아는 사람이 봐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주변 신세를 이렇게 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장애인가족에게 양육돌봄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렵겠지만, 인권위 점거 농성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갈 곳이 없었다. 몇 년 동안 투쟁해서 간신히 장애아동 복지를 조금씩 올리고 있었는데, 예산이 동결되면서 복지가 축소된다니 막다른 곳에 몰린 심정이었다. 국회나 보건복지부 앞에서 계속 싸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지 않은가. 사실 나는 소득제한에도 묶이고 다른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져도 혜택받는 사항이 별로 없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장애아부모, 비장애아 부모들에게 호소하고 싶었다. 인권위는 모든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는 곳이지 않는가. 사실 여기에 있으면서도 늘 불안하다. 인권위를 찾는 다른 민원인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가 하고. 하지만 여기서 더 물러날 곳이 없다.
- 무기한 단식농성이다. 생계에는 지장이 없나?
= 회사에 내가 단체의 장을 맡아서 이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일단 영업직이니 매일 출퇴근을 해야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걱정이 많을 것이다.
- 별로 혜택 보는 사항이 없는 데도 단식농성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 얼마 전에 태연재활원이라고 발달장애성인시설에 갔다. 거기서 한 사람이 폭행을 당했는데 알고 보니 재활원선생님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시설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사실을 접할 때마다 충격이다.
아이는 정말 금방 크는 것 같다. 힘들지만 벌써 중학생이다. 학령기를 마치고 나면 주간단기보호시설밖에 갈 곳이 없다. 그나마 울산에는 아직 없고 지금 만들어지려고 하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아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니 잘못된 기준 때문에 당장 혜택은 못 보지만 아이의 먼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서 대신 싸워주길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가 직업을 가지고 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고 싶다. 학령기 동안에는 직업교육을 받게해주고, 교육을 받고 나면 당당한 직업인으로, 사회인으로 사는 것을 보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지금 내 나이가 오십 하나인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평소에도 몸이 좋지 않아 건강에 염려가 많이 됐었는데 단식까지 하니 지금 몸이 말이 아니다. 한번 몸이 망가지면 뭘 할래야 할 수가 없으니 그만 벗어나고 싶은 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좀 더 살기 좋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놔야 죽을 때 눈을 편히 감고 죽을 수 있을 것이다.
![]() ▲농성장 한 쪽 편에 마련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발의 동의 의원 현황. |
![]()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의 모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