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우당 12주기 추모 문화제, 성소수자·장애인 단체 공동 주최
“정상성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 투쟁하자”

2003년 4월 25일은 동성애자 차별과 혐오 발언에 맞서 싸우던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 육우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다. 그가 목숨을 끊은 지 12년이 지난 2015년 4월 25일,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광화문 해치마당에 열렸다.

이날 오후 1시에는 육우당을 비롯해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성소수자’를 기억하는 추모기도회가 열렸고, 이어 오후 4시부터는 추모 연대 문화제가 이어졌다. 특히 연대 문화제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아래 행성인)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함께 주최해 성소수자운동과 장애인운동의 연대를 다지기도 했다.

▲故육우당 추모 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故육우당은 성소수자로서, 고등학생이던 2002년부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을 시작해 동성애자 차별 철폐 운동 뿐만 아니라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해 왔다. 그러던 그는 2003년 4월 25일 보수 기독교 등 반동성애자 세력이 쏟아내는 온갖 혐오 발언에 항의하며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가 남긴 유서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회와 기독교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문화제 발언에 나선 행성인 웅 활동가는 “사회는 정상성의 눈으로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교육한다. 지금도 교육부가 내놓은 성교육 표준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의도적으로 누락되어 있다”며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는 비정상으로 몰린 이들의 입을 막아 버린다. 그 아래에서 소수자는 놀림과 괴롭힘의 대상, 불쌍한 존재, 드러내지 말아야 할 존재가 된다”라고 꼬집었다.

웅 활동가는 “(이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사회가 정상성을 확인하고 유지하기 위해 소수자를 만들어 배제해온 역사를 들춰내는 시도”라며 “육우당을 기억하는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소수자의 삶을 박탈하고 인권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사회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성인의 에버 활동가도 “최근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이 동성애 키스 장면이 등장했다는 것 때문에 공격을 받고, 퀴어문화제가 서울광장을 장소로 대여했다는 것 등으로 논란이 되는 등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면서 혐오 세력들이 마치 자신들이 어린양을 구원해주는 천사인 양 행동하고 있는데 분노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에버 활동가는 “우리는 육우당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도 차별받으며 힘들어 하는 또 다른 성소수자들을 기억하고 이들과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활동가도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폭력과 죽음으로 내몰며 위협해온 사람들이 사과와 반성은 커녕 여전히 탈동성애, 중독치유, 동성애 탈출을 내세우며 성소수자를 위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다른 몸과 경험, 다른 정체성과 지향을 가지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규정한다면,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되겠다. ‘이상하다’는 것을 새롭게 정의해, 폭력적인 운명에 맞서 살아가기 위해 세상을 바꾸고,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팀 ‘역마살’, 장애여성공감 지적장애여성 합창단 ‘일곱 빛깔 무지개’, 노들장애인야학 댄스팀 ‘노세노세’ 등이 출연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한편, 故육우당 추모 기도회가 열린 오후 1시 같은 시각에 인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맞불 기도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당일 오전 취소하기도 했다.

▲노들장애인야학 댄스팀 '노세노세'의 공연.
▲장애여성공감 지적장애여성 합창단 '일곱 빛깔 무지개'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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