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8.1% 인상...활동보조인 임금은 이에 못 미쳐
활보노조, "활동보조인·중개기관 다 죽는다" 수가 현실화 요구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등이 23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보조 수가의 현실화를 요구했다.

 

지난 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6030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올해 5580원에 비해 고작 540원(8.1%) 오른 수준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에 이 정도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수년째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해 온 이들이 있다. 바로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의 중요한 서비스 제공자이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수년간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이에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은 23일 오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보조 수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활보노조에 따르면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된 초기에는 활동보조인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다소 높았으나, 최저임금이 조금씩 인상되는 동안 활동보조 수가는 동결되거나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만 인상되어 2015년 현재 최저임금을 밑돌게 되었다.

2015년 현재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주휴수당을 포함한 한 달 최저임금은 116만 6220원이지만, 주휴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활동보조인이 받는 한 달 임금은 113만 6920원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8810원에 불과한 활동보조 시간당 수가를 중개기관 수수료 25%를 떼고 나머지 75%만을 급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수가 구조는 활동보조인뿐만 아니라 중개기관들까지 옥죄고 있다고 단체들은 지적한다. 보건복지부 기관 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활동보조인 50인당 1인의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중개기관들은 전담인력 인건비를 포함한 기관운영비를 25%의 수수료만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열악한 수가 구조가 계속된다면 중개기관들은 노동법 위반이라는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활보노조 등은 이 사업의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가 예산 핑계만 대면서, 오히려 활동보조인들에게 "당신들이 기획재정부를 직접 찾아가 호소하라"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활보노조 등은 내년도 활동보조인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라도 끌어올리려면, 최소한 수가가 1만 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에 나선 최용기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전국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6만 명에 달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4만 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열악한 수가체계로 인해 노동자들이 이 일을 하길 꺼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배정학 활보노조 위원장
최 회장은 "이렇다 보니 활동보조 일은 자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단지 아르바이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장애인의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활동보조 수가는 반드시 1만 원 이상으로 책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배정학 활보노조 위원장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에 비해 현재 활동보조인의 실질임금은 20% 삭감된 상황"이라며 "특히 지난 8년간 근속수당 등이 전혀 주어지지 않아 1달을 일한 사람이건, 8년을 일한 사람이건 임금이 똑같은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배 위원장은 "많은 활동보조인들이 이 일에서 자신의 전망과 미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적어도 법을 지키는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활동보조 수가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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