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판에도 고용노동부는 "시범사업 후 시행하겠다"
2017년 하반기부터 장애인의 장애 정도와 직무능력에 따라 최저임금의 일정 비율을 감액하여 지급하는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계획에 장애인계와 전문가 집단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 주최로 열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 이행을 위한 장애인근로자 최저임금 보전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 노동을 하고도 장애를 이유로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조차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고용노동부에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권고했으며, 지난 2014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장애인이 배제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대안 모색을 권고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업장 내에서 감액 대상 근로자와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가장 낮은 능력을 갖춘 근로자와 노동생산성을 비교해 감액 비율을 산정하여, 그만큼을 최저임금에서 삭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장애인계와 장애인 근로현장, 전문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 또한 각자 달랐다.
발제로 나선 변경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는 “감액제도는 최저임금제도 보다는 현실적이고 기존의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의 대안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 실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입장을 표했다. 직무 다양성 등으로 감액제도를 실행하기 위한 획일적인 평가지표를 개발하기 어렵고 이를 적용해 운영할 행정인력의 부족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변 교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는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분명 변화해야 할 지점이지만, 중증장애인 고용을 꺼릴 사업자 등을 고려했을 때 일괄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 또한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공감했다. 따라서 변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증장애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작업장을 마련하여 그곳에 있는 이들을 현재와 같이 최저임금적용제외 대상으로 선정하고, 생산성 높은 보호작업장이나 근로사업장은 최저임금 보전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직업재활시설에 장애인이 장애유형, 정도와 관계없이 섞여 있는데 기관과 대상자를 명확하게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변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받는 이들은 2013년 기준으로 4484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속해 있다. 이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2013년 4860원)의 57.1%인 2775원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였다. 또한 이들 중 96%가 중증장애인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정신적 장애인(지적·자폐성·정신)이 88%에 이르렀다. 즉, 직업재활시설엔 노동이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인데, 만약 감액제도를 시행하여 노동능력을 평가할 경우, 이들 모두는 매우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변 교수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대책 없이 현재의 적용제외 제도를 철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폐지한다면 현장은 현장대로, 부모와 장애인 당사자는 그들대로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종군 한국장총 정책홍보국장 또한 정부의 감액제도에는 반대하면서 변 교수와는 또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은 국장은 “장애인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문제의 해결책은 최저임금 보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액에서 (사업체가 지급하는) 임금을 뺀 차액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부담하는 법정부담금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국장은 “2014년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70%를 보전할 경우 200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2014년 기준으로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의 여유자금 규모는 3608억 원”에 이르러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또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와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구분하는 최소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신직수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사무국장 역시 “직업재활시설에서 감액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근로능력이 아주 낮은 것으로 평가된 장애인은 근로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김재익 해냄복지회 상임이사는 “장애인을 직접 지원해야지 시설 등에 쓰여선 안 된다”면서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비영리기관, 또는 그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당사자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인 ‘사회연대고용제’를 주장했다. 김 이사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의 일정 부분은 이를 위해 편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의에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보전을 논하기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며 꼬집었다. 이 정책국장은 “한국사회의 장애인 노동의 근본적 문제는 장애인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있다”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없다면 최저임금 보전 문제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부 관계자는 감액제도 시행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황정호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은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오늘 제기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례 등을 전면적으로 검토하여 시행하겠다”면서 “시범사업 추진 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