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이드_따끈따끈 오늘의 창작_⑫ 김현우 창작자
▲김현우_무제_300x230mm_색지에 크레용과 수채물감_2015
좋은 아이
뭔가 마음이 산란한 날이었을 것이다. 밤이었다. 자꾸 어떤 얼굴이 떠올랐다. 불쑥 차를 몰아 자유로와 내부순환로를 타고 홍제동에 갔다. 그림 뭉치를 뒤져 이 얼굴을 꺼냈다. 얼굴을 보았다. 얼굴을 눈앞에 마주하였다. 마음이 놓였다.
어째서일까. 누군가는 괴기스럽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그로테스크하다고 했던 얼굴이었다. 언뜻 보면 소녀 같은데 거의 백발에 가까운 색상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고, 짙은 푸른색으로 채워진 두 개의 동그라미는 눈이라기보다는 구멍처럼 보인다. 그리고 붉게 그어진 기다란 입술.
그러고 보니 괴기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얼굴이다.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여전히 이 얼굴이 좋을까. 왜 자꾸 이 얼굴이 눈에 밟히며, 왜 이토록 이 얼굴에 위안을 받을까. 얼굴 전면에 힘주어 칠해진 개나리색 때문인가, 그림의 한가운데 중심을 잡아주는 한 점의 코 때문인가, 또는 이 그림을 그린 창작자, 아직 만나보진 못했지만 말로만 들었던 그 친구에 대한 환상과 설렘 때문인가.
모르겠다. 그 모두 때문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냥 좋다. 우연히 좋은 아이를 만난 것처럼 좋다. 이 노란 얼굴이 그려진 그림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어떤 존재로 다가온다. 좋은 아이. 그래서 이 그림을 본 순간부터 나는 이 아이를 그리워했다.
글 _ 김효나 스탭
그림 _ 김현우 창작자
|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로사이드>는 의미 없는 낙서 또는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금지되던 예술 작업, 제도권 교육과 관계없이 지속하여온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재조명하고 사회에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경계성 장애 등을 가진 창작자와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사이드>는 이러한 창작물을 본 연재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누리집 : rawsid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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