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2015 광인일기] 정신장애인 당사자 간담회 ③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비마이너는 <2015 광인일기(狂人日記) — 무엇이 그들을 가두나>의 첫 시작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는 통계가 보여주지 않는 삶의 생생함을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게 됐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의 지도를 그리고, 마침내 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킬 나침반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간담회는 총 세 번에 걸쳐 연재된다. 이번 간담회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방송 ‘한아름 방송국’ 국장 송수헌 씨의 사회로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Korean Alliance on Mental Illness) 회원들과 함께했다.

- 이번 기사는 지난 <2부 : 정신병원, 그 안에선 어떤 일이 있었나>로부터 이어집니다.

□ 때, 곳2015년 9월 7일, 한아름 방송국
 
□ 함께한 이들
사회 : 송수헌 (조울증, 47세) 
참여자 : 김미현 (조현병, 40세)
             박미선 (조울증, 48세)
             이기주 (반복성 우울장애와 화병, 50대 중반) 
             홍석철 (분열 정동장애, 25세)
기록 : 강혜민
사진 : 김유미
 
□ 순서
1부 - 발병과 증상
2부 - 치료와 자의·강제입원, 그리고 장기입원3부 -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이란 무엇인가

수헌 :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당사자 활동이란 무엇이며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미선 : 당사자 활동이란 (복지·의료서비스)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본 활동인데요, 실제 병을 겪고 치료받고 지역사회에 살면서도 편견 때문에 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다가 계속 재발하는 거죠. 당사자 활동은 그런 당사자들끼리 병을 커밍아웃하고 소비자적 관점을 드러내며 권리주장을 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안전행정부 지원으로 당사자 역량강화사업을 했고요, 당사자분들이 로사이드와 함께 다양한 미술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당사자 활동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입각해서 지역사회 정신장애인 통합을 위해 외국 리더들과 교류하며 회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지난해엔 스위스 제네바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팀으로 참여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우리나라의 정신장애인 장기입원율, 강제입원율, 정신장애 관련 의료 실상을 드러내어 외국에서도 한국의 실상을 알게 됐습니다.

기주 : 당사자 활동이란 당사자 주도로 정신장애와 연관된 여러 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하는 당사자 중심 팟캐스트 10데시벨 방송에 참여하고, 대중매체 모니터링과 카미에서 요청하는 강의에 나가고 있습니다.

미현 : 저는 어느 정도 병이 호전된 당사자들이 자기 병을 숨기지 않고 정신장애인에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장점을 살려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매주 토요일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문학교실 ‘천둥과 번개’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분들과 글도 쓰고 이야기도 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카미 모니터링단에 참가해 방송이나 언론에서 정신장애인 비하·폄하하는 방송이 있으면 게시판에 항의 글도 올리고 격주로 모여 토론도 합니다. 동료지원가 활동도 계획 중에 있고요.

석철 : 저는 이전에 신체장애인 인권 단체인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했습니다. 이후에 장애인권교육 강사로 오신 박미선 활동가님을 통해 카미로 옮겨 당사자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1인시위도 했습니다.

# 사회복귀 어려운 정신장애인, 어떻게 살아갈까?

수헌 : 활동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장애등록 여부와 장애 등록을 했다면 어떤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이기주 님은 칩거 기간이 길었잖아요. 경제적인 문제가 심했을 것 같은 데 일용직으로 일하기 전엔 어떻게 버텼고, 지금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기주 : ‘하꼬방’ 같은 방에서 7년 6개월 동안 살면서 굶기도 많이 하고, 돈이 다 떨어져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담배도 빌리고… 당시 그 정도로 생활이 황폐해졌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의욕을 상실했다는 거죠. 식욕도 없어지고 일자리 자체를 구할 생각도 없었고요. 커리어도 있고 영어도 잘하는데 그때 ‘사오정’(45세 정년)이 유행하고 다리 다친 게 후유증으로 남아있어서 취업을 못 했죠.

▲이기주 씨

수헌 : 장애등록은 하셨나요?

기주 : 아뇨, 장애등록은 실질적으로 몰랐어요. 정상적으로 병원 다녀본 적이 없어서. 지금도 안 되어 있어요. 정상적인 취업활동에 지장 받을까 봐 두려워서 안 하고 있어요.

수헌 : 지금은 경제적인 부분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기주 : 수급비로 버티고 있습니다. 경력단절 된 지도 오래됐고 연령제한도 있고. 요즘은 일반인도 취업하려면 바늘구멍 같잖아요. 참 살아남기 어렵죠. 얼마 전엔 사회복지사 통해서 전세자금 대출받아서 아주 싼 이자로 보조금과 이사비용을 받아 주거지를 옮겼어요. 노숙자가 되는 두려움은 없어졌죠.

미현 : 전 1999년 발병 당시엔 무직이었고 그 후 직장을 갖지 않다가 2003년 장애인 등록하고 2004년 복지관을 통해 취업했어요. 거기서 한 1년 다닌 뒤 2005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구청에서 사무보조로 공공근로를 했어요. 그러다가 당시 살던 집이 너무 오래돼서 지붕이 무너진 거예요. 그런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주거지를 옮기기 힘드니깐 2012년 11월 수급자 되면서 일은 그만뒀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어요. 중간에 아르바이트하려고도 애썼는데 오래 못하고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석철 : 전 만 19세가 되고서 군대랑 수급권 때문에 바로 장애 등록했어요. 어머니가 수급자인데, 제가 어머니의 부양의무자여서 장애등록 안 하면 어머니 수급권이 탈락하거든요. 또 제 대학 등록금 문제도 있고요. 장애 등록하는 게 제 운명 같더라고요. 주거급여가 삭감되어 나와서 2인 가구 수급비로 80만 원 안 되게 받는데 그것만으로는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국가 근로, 학교 근로로 용돈 벌면서 다니고 있어요.
제가 나중에 취직하면 어머니 수급권이 박탈되니깐 세대분리 해서 전 지금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자취하고 있어요. 그런데 주소상으로는 세대 분리가 돼도 자녀가 결혼 안 하면 수급권은 세대분리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수급비를 제가 1인으로 못 받고 (어머니랑 묶여서) 어머니가 다 받고 있어요. 전 필요할 때만 받아 쓰고. 그런데 어머니가 중증 만성 에우울증이시거든요. 어머니 씀씀이가 커서 홈쇼핑으로 한 달에 거의 30~40만 원을 쓰니깐… 제가 취직해도 문제예요. 탈수급할 경우, 영구임대아파트 재계약에서 탈락해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미선 : 저는 30대 후반에 장애등록 했어요. 그때 가족들이 다 반대했어요. 제가 사범대 나와서 교직 활동했는데 복지카드 발급받으면 교직에 나갈 수 없으니깐. 그땐 오빠가 50만 원 주는 거로 생활했는데 이동하는 것만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에 복지카드 발급받았죠. ‘지하철은 공짜다’라는 생각에 꽂혀서.

수헌 : 장애 등록하니 어떤 서비스가 있던가요?

미선 : 지하철 공짜, 영화 50% 할인, 그리고 각종 요금 싸고.

석철 : 제주항공은 동반자까지 50% 할인돼요.

수헌 : 경제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세요?

미선 : 과거엔 교직에 있다가 학원에도 나가고 음악치료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정신병원에서 퇴원해서 사회 복귀할 때면 과외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과외에 의존하다가 2011년 카미에 오게 됐어요. 2011년엔 무급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부터 약간의 활동비를 받고 있어요. 카미가 후원자들의 후원비로만 운영되는 단체다 보니 활동비가 많지 않아요. 수급비 정도 되는데, 사무국장이 되면서는 강연료가 좀 세지더라고요. (웃음) 그 외에 토론회 토론자비, 교회후원금 등을 받아 생활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주변이 다 수급자예요. 카미 활동가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데 이렇게 못 먹으면서까지 일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재정적 모색을 어떻게 할지, 후원자 모집에 노력하고 있어요.

# 지금 정신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맞춤형 일자리’

수헌 : 장애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할 때 어떠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기주 : 현재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슈가 정상적 일자리를 갖는 건데, 정신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힘든 것 같습니다. 물론 경력단절, 연령제한 같은 장벽도 있겠지만 정신장애를 극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장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제도가 좀 더 서비스 대상자에게 맞춤형이 되어서 제대로 된 사회복귀 지원체계가 잡혔으면 합니다.

석철 : 저도 취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아직 숨어 지내거나 병을 인지 못 한 채 앓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이러한 정신질환자들을 더 많이 발굴해야 해요. 이들을 강제입원시키는 게 아니라 정신건강증진센터나 그룹홈 같은 곳에서 생활하게 돕는 거죠. 그런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례 관리하는 분들도 형식적이어서 (이용자로선) 힘들어요. 학생 때 발병한 청소년들은 더 빠른 치료를 위해 조기 발견이 필요하고, 병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촉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미선 씨
미선 : 카미 활동가들은 경증이어서 일자리를 요구하는구나, 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제가 말하는 건 맞춤형 일자리예요.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보면 약물에 ‘쩔어’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 사람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들도 하루 4시간 정도 단순노동하게 해서 그에 맞는 임금을 주는 맞춤형 일자리를 생각하자는 거죠. 일이 하나의 치료 수단이라는 관념이 확산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정신장애인의 온전한 독립을 위해 주거시설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사회복귀시설은 규칙도 너무 많고 정신병원보다 조금 나아진 형태인 것 같아요. 정신장애인의 경우, 약을 독하게 먹으면 계산도 안 되고 생활이 안 돼요. 제 경우엔 약 먹고 멍한 상태에서 미역을 쏟은 적이 있는데 그것도 처리가 안 되는 거예요. 신체장애인은 활동보조제도가 있는데 정신장애인은 활동보조가 왜 전반적으로 보급이 안 되는지 싶어요.

그리고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건, 부조리한 수급제도예요. 카미 회원 중 일하러 나갔다가 40만 원 조금 넘게 받았나… 그런데 그만큼 수급비가 깎인다고 하더라고요. 일에 대한 의욕을 꺾는 부조리한 수급제도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능력한 정신장애인을 양산하는 문제가 있어요. 홍석철 님도 수급비에 묶여 삶의 질을 높일 수가 없어요. 저도 가끔 카미 그만두고 수급비로 살고 싶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면 아주 최저치의 인생으로만 꿈을 설정할 수밖에 없어요.
정신장애인 문제는 정말 다각적으로 요구하며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특히 당사자들이 경제적 부분에 집중하는 건, 다른 전문가들은 치료나 보호, 케어로 접근하지 경제적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하거든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치료적 접근은 우리에겐 무능해요. 우리는 당장 배고파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당신은 정신장애인이니깐 내가 돌봐줄게’ 이건 말이 안 되거든요.

석철 : 제가 몇 년 전에 장애인고용공단에 취업 관련해서 물어보러 갔어요. 팀장이 언제 병원에 입원했냐고 묻길래 최근 몇 개월 입원했다고 하니 그 말만 듣고 취업 못 한다고 가라고 하는 거예요.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사자의 능력이나 소질도 모른 채 최근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재발 가능성 크다고 막은 거죠.
제가 예전에 다녔던 ‘낮 병원’(정신병원에서 운영하는 주간 프로그램-편집자 주)에 보호작업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일하는 분들 한 달 수입이 3만 원이 약간 넘었어요. 식사비, 교통비도 제공해주지 않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 ― 당사자 입장에서 바라보기 

*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
정신장애는 장애인복지법상 규정하는 15개의 장애유형 중 하나로 분류되나, 정신장애인의 보건과 복지에 대해 장애인복지법은 정신보건법으로 이관하여 다루고 있다. 그러나 정신보건법은 의료적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장애인 관련법은 신체장애인 위주로 되어 있다. 이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장애 특성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지원체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담아 만들어진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은 정신장애인의 고용·평생교육·지역사회 복귀 등의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 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 설립 등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체계 마련 방안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수헌 :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은 정말 우리와 관련된 법이죠. 복지지원법 제정 촉구 운동과 1인 시위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 법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을 말씀해주세요.

▲지난 9월 2일,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을 보장하는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1인시위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선 : 장점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병원 중심 의료에 가 있던 재정을 지역 복지 인프라로 구축하자는 거예요. 그런데 갈등이 있어요. 정신장애인은 매일 약을 먹으며 의료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의사 선생님들 입장에선 지역으로 분리되는 것이, 그러니깐 의료와 복지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환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어떡하나, 불안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정신장애인 복지지원센터 역할이 중첩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난항이 있는데, 현재의 정신건강증진센터가 하는 일을 분명히 규정하고 복지지원센터는 그 외의 일을 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에요. 현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이려고 해도 비용이 들어요. 그래서 정신장애인들이 마음껏 모여 복지지원을 받고, 카미 같은 자조단체를 지원하고, 정신장애인 가족을 위한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것, 정신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설립 등의 내용도 법안에 담겨있죠. 고용과 활동보조 지원도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제가 열심히 부르짖어 집어넣었어요.단점은 정신장애인 고용이 당사자 활동가나 단체에서 굉장히 강력히 요구해야 따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거예요. 복지지원센터에 변호사, 사회복지사 인건비는 엄청나게 드는데 여기에 정신장애인을 채용하라고 요구하면 정신장애인은 효율적·능률적으로 일을 못 한다는 반응이 있어요. 그래서 ‘정신장애인을 반드시 20% 고용해야 한다’로 못 가고 ‘정신장애인을 채용할 수 있다’가 됐어요. 만약 법 제정이 되면, (정신장애인 의무 고용을) 시행령으로 관철해 나가야 해요. 그리고 당사자들이 재정 모니터링하는 수준까지 돼야 정신장애인을 위한 제대로 된 법이 될 거로 생각해요.

기주 : 정신장애인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회복기 동안 정신장애인은 경력단절이 되기 때문에 고용문제가 제일 커요. 정신장애인이 자기 증상을 커밍아웃하고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 지원이 필요합니다.

수헌 : 박미선 님께서 외국의 정신장애인 현황에 관해 소개 좀 해주세요.

미선 :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재정이 30%고 지역 재정이 70%라고 해요. 입원과정에서 환자분을 2주가량 응급실 비슷한 곳에 모셔놓는데, 그때 그분의 행동을 가족, 의사가 유리창으로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다음 법정에서 환자 측 변호사와 의사 측 변호사 간에 공방을 벌인 뒤 판사가 결정한대요. 입원까지의 과정이 까다로운 거죠. 미국 시스템을 가져가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환자를 함부로 막 대하는 과정이 개선되어야 복지도 가능한 게 아닌가 싶어요. ‘개같이’ 끌려가는데 복지가 되어있다고 해서 우리 인권이 향상되는 건 아니거든요.

▲지난 9월 7일 한아름방송국에서 진행된 정신장애인 당사자 간담회

# 증상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수헌 :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정신장애는 완치될 수 있는 질병인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다루며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석철 : 전 증상이 있어도 불편함이나 장애를 느끼지 않으면 자신이 완치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가는 길이 힘들지만 꼭 당사자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사회복지학과를 택했어요.

미현 : 전 솔직히 완치될 수 없다고 봐요. 그러나 마음으로는 언젠가는 완치될 수 있는 날도 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당사자들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완치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이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 문학을 되게 사랑하거든요. 계속 글 쓰고 책 읽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기주 : 조현병, 조울병은 일반적으로 완치가 안 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의학이 발달하면 쉽진 않겠지만 완치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신장애 중 하나인 반복적 우울장애는 완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정신력을 배양해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신력만 제대로 키운다면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완치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전에 마음의 깊은 상처라든가 오랫동안 느꼈던 트라우마 등이 치유됐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제가 아는 여러 질병을 통해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미선 : 전 조울증으로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완치에 대해선 회의적인데, 근본적으로 저는 회복된 존재라고 생각해요. 유저(user)이면서 서바이버(survivor). 정상인인 유능한 사람보다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거죠. 오히려 약을 정기적으로 먹어야 하기에 항상 절제해서 훨씬 바람직하고. 물론 굉장히 절제해야 하기에 시간 강박이 너무 큰 게 문제점이긴 해요. 약물 부작용으로 몸이 아픈 경우가 많지만 전 이 일을 통해 완벽하게 자아실현을 하고 있어요. 정신장애는 완치율은 낮으나 회복률은 높은 질병이에요. 증상 관리 잘하면 얼마든지 회복된 사람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우리가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주역이라고 생각해요.

(이 간담회 내용은 팟캐스트 '한아름 방송국'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캐스트 바로가기)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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