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관리 소홀로 유통된 규격 외 보장구
고가의 전동 보장구 교체 책임은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A 씨는 전동 휠체어석 기차표를 예매하려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A 씨 눈앞에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알림창이 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에서 고시한 의료기기 기준규격을 초과하는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는 열차 탑승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외버스는 아예 저상버스가 없어 이용할 수 없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기차는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그런데 이제는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전동 보장구가 식약처 규정에 맞는 것인지 확인해야 하고, 맞지 않는다면 수백만 원이 훌쩍 넘는 전동 보장구를 다시 사야 하는 것이다. A씨에게는 코레일의 새로운 방침이 황당하게 느껴졌다.
![]()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전동 휠체어석 예매시 뜨는 알림창 |
지난 4일, 한국철도공사는 식약처 기준 규격에 부합하지 않는 전동 스쿠터나 전동 휠체어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므로 열차 이용을 제한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동 보장구 중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실제로 지난 20일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기기 기준규격을 초과하는 제품이 유통될 경우 그 피해는 장애인에게 돌아간다”며 한국철도공사에 해당 제한 규정 철회를 요청했다.(관련기사: 의료기기 기준 어긴 전동보장구 버젓이 ‘유통')
그러나 한국철도공사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제기한 문의에 대해 한국철도공사가 3일 보내온 공문을 보면, 각종 열차의 휠체어 탑승 관련 설비가 식약처 의료기기 기준규격을 적용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에 규격을 초과하는 전동스쿠터의 경우 열차에서 취급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한국철도공사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보낸 공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장애계는 한국철도공사의 이러한 방침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훈 전장연 정책국장은 “식약처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해 시중에 유통된 전동보장구를 이제 와 규격에 맞지 않는다며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정책국장은 “식약처가 지금부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전동 보장구 유통을 막는다 해도 현재 그런 보장구를 사용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기차를 타려면 몇백만 원을 웃도는 기구를 또 교체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관리 소홀로 인한 책임을 장애인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비판했다.




장애인만 편한쪽으로 생각하는 건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