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신병원 6곳 조사… 개선 방안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노숙인을 유인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채 이들에 대한 보호·관리를 소홀히 한 정신의료기관 6곳에 개선방안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노숙인 인권단체의 제보와 진정 사건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7월까지 경북, 경남, 충남 소재 정신의료기관 6곳을 방문 조사했다. 인권위는 △입·퇴원 절차의 적정성 △입원 중 치료 및 처우의 적정성 △입원 환자를 이용한 정신의료기관의 부당한 급여청구에 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서울 등지에서 노숙인을 직접 알선, 유인하여 입원시킨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노숙 등으로 연고가 불명한 환자에게 기관이 의료비를 실질적으로 면제해주며 입원을 유지시키는 경우는 간접적으로 환자에 대한 알선이나 유인으로 간주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는 환자 유치 및 기관의 경영상 이익을 우선한 것으로 환자 치료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노숙생활을 하다가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하는 경우 대부분 자의입원 형태로 입원하였다. 이들은 과거 입원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병원에 연락하거나, 동료 소개로 입원하기도 했다. 환자가 병원에 연락해 인근 역이나 터미널에 오면, 병원 차량이 이들을 데리러 갔다.
이들 대부분은 입원 당일, 정신과 전문의 대면 후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그러나 주중 늦게 방문하면, 병원 내 전문의 부족으로 숙직이나 별도의 당직 전문의가 없어 다음날에야 전문의를 만날 수 있었다. 주말이 있는 경우엔 월요일에야 가능했다. 반면, 입원 당시 의사를 만나지 못한 채 바로 입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의 상담에도 불구하고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진단 병명을 알지 못했다. 의사가 치료 특성을 이유로 치료계획이나 내용, 약물 효과 등에 대해 충분히 정보 제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환자 자신도 관심 자체를 갖지 않아 설명을 요구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대해서도 모르거나 무관심했다. 경북 A병원의 경우엔 실제로는 정신과 약물이 처방되고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결핵 치료제나 단순 수면제 정도로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병원은 자의입원 환자에 대해 외출이나 외박을 엄격히 통제하지 않았다. 병원은 환자들이 외출 후 음주 상태로 귀원할 때에만 일정 기간 폐쇄병동에 입원시킬 뿐, 그 외에 별도 제재는 하지 않았다. 이러한 ‘자유로운 환경’은 일부 노숙인들에게 병원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 환자들은 정신의료기관임을 알고도 특별한 거부감 없이 요양 목적으로 입원해있기도 했다.
자유로운 외박·외출로 병원을 오가며 ‘일하는’ 환자도 있었다. 경북 B병원의 일부 환자들은 병원 인근 용역업체 소개로 주변 농장에서 일하고 일당을 받기도 했으며, 병원 소유의 땅을 텃밭으로 가꾸거나 그곳에서 닭을 길러 판 뒤 수입을 나눠 갖기도 했다.
반면, 충남 C병원은 전체 병동을 원칙적으로 모두 폐쇄 병동으로 운영하여 자의입원 환자도 별도의 개방병동이 아닌 폐쇄병동에 입원됐다. 따라서 모든 환자들은 입원 후 2주간 외출 금지당했으며, 집단정신치료 필수 참여 등 치료 순응도에 따라 2주 후부터 외출이 허용됐다. 외출 시엔 담당 주치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환자 입원비가 병원 수입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이용해 병원은 비용을 부당청구하기도 했다. 정신의료기관은 의료급여 수급자 입원 시, 본인 부담금 없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원비를 지급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에도 공단으로부터 부담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환자들은 일정 부분 본인부담금을 내야 함에도 병원은 이를 청구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는 환자가 계속 병원에 있게끔 유지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또한, 일부 환자들은 입원 기간 중 작업 및 오락요법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병원은 명세서에 매월 일정 횟수 참여했다고 기록하며 진료비를 청구했다. 경북 D병원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 중 외부진료를 통해 발생한 본인부담금이나 형사처벌로 발생한 벌금을 대납해주고, 생계급여에서 이를 차감해가기도 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각 병원장에게 노숙인 등을 유입해 입원시키는 행위, 입원환경 관리 미흡, 환자의 알 권리 제한 등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또한, 관할 감독기관인 시·군엔 관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불법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정신보건시설 실태조사와 부정행위에 대한 근절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