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이드_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23

이것은 무엇입니까? What is this?
로켓. This is Rocket.
맞습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우리는 잘 배합된 색, 빨대를 이용해 볼륨감을 만든 센스, 기둥과 연결부위 등은 골판지로 만들어 살린 질감, 손으로 접어 덧댄 비행선.. 등등 세부적인 표현들을 볼 수 있게 되고 이것을 만든 사람이 손이 꽤 야무진 사람이구나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로켓에는 이렇게 봐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한 가지 숨겨져 있는데요. 저 노란 꼬깔콘 밑에 돌돌 말려 있는 보랏빛 편지가 그것입니다.
어쩌다 보니 20주*동안 손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과정에 함께 하게 된 틈사이로의 H씨와 로사이드의 D씨. (참고: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19: 어떤 대화의 기록**)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H씨와 곧 이별을 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있는 곳을 떠나 다른 기관으로 가게 되었다는 건데요. 어쩌면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일에 치여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며 어떡하나 어떡하나 하고 있을 때 D씨는 늦게까지 H씨가 없는 강의실에 남아 조용히 손을 움직여 H씨가 좋아하는 로켓을 만들고 자신의 마음을 담아 손으로 편지를 써서 그 안에 담았습니다.
H씨의 느린 몸짓과 특유의 화법에 답답해하며 돌아서기도 했던 D씨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누구보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로켓이기도 하지만 그냥 눈으로 훑어봐서는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한 고유한 시간, 어떤 변화를 담은 무엇이기도 합니다.
보면서 로사이드에서 이뤄지고 있는 작업, 잇-장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만들고 소개하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작품과 디자인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한 지점은 어떤 관성이나 선입견을 걷어내고, 서로를 마주하며 함께 천천히 무엇인가를 만들고, 서로를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는 어떤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 그 자체는 아닐까 하는.
* 로사이드는 틈사이로, 황새둥지, 선데이 오브젝트 팀과 협력하여 ‘손놀이, 장애와 사회를 잇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과정과 결과물은 ‘2016 잇-장’에서 공유될 예정입니다.
**19번째 <어떤 대화의 기록>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보러 가기
*** H씨 본인의 강력한 주장으로 H씨는 떠나지 않기로 최근 다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D씨의 편지는 당분간 봉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