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정감사, 여당 '정파싸움일 뿐' VS 야당 '사퇴해야'
현 위원장, '사퇴 주장은 나와 다른 의견일 뿐'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위원장 현병철) 국정감사에서 비민주적 운영방식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위원장을 감쌌다. 현 위원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현병철 위원장과 인권위 직원들이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실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

 

9일, 당초 계획보다 30분 늦은 10시 30분에 시작된 인권위 국정감사에는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장향숙 상임위원, 손심길 사무총장 등 인권위 직원 9명이 참가했다. 국회 운영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감사 초반부터 최근 벌어진 상임위원 2명의 사퇴 문제를 비롯, 현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현 위원장을 다그쳤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현 위원장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상임위원 2명이 사퇴했는데도 위원장이 일언반구도 없는 건 참 어이없는 처사”라고 질타하며 “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려는 처사이니 왜 상임위원이 사퇴했는지 위원장의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야 5당과 시민인권단체들이 국정감사 전 현병철 위원장 사퇴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며 “본인도 인권위원장 임명 당시 현장경험도 없고 인권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는데 이렇게 인권에 대해 의지가 없다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현병철 위원장을 향해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한국의 인권상황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은 “지금 그 자리에서 갖은 비판을 받는 것이 현위원장을 임명한 이명박 대통령을 오히려 욕 먹이는 행동이니 사퇴하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오히려 많은 인권문제가 해결됐다”

 

이처럼 야당 의원들이 한결같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현 위원장은 “반대·사퇴 의견은 그냥 나와 의견이 다른 의견일 뿐이며, 개인적으로는 격려 이메일을 받고 있다. 잘못 전해진 게 많고 오히려 외국에서는 한국의 인권위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개인적 이메일 좀 공개해라”, “취임 전 인터뷰에서 ‘멍한 상태고 인권에 대한 경험도 전무하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현 위원장은 “어쨌든 나는 잘못한 것이 없고, 격려를 많이 받고 있으며, 내가 취임한 이후 오히려 많은 인권문제가 해결됐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현 위원장은 최근 상임위원 2명의 직접적 사퇴를 가져온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상임위의 독주를 막기 위해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하게 한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전 직원들이나 전직 상임위원들의 상임위 운영규칙 개정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현 위원장은 “일부 의견일 뿐이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그동안 치우쳐있었다”며 현 위원장 두둔

 

현 위원장의 입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임위는 전원위의 하부조직이며, 상임위 독주를 막기 위해 중요한 안건을 전원위로 회부키로 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 “오히려 상임위원들이 인권위와 현병철 위원장을 흔들고 있다”며 현 위원장을 감쌌다.  

 

손숙미 의원은 “대부분의 안건이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돼 전원위에 회부조차 못하게 되고 상임위원들이 전원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개선해보자는 게 뭐가 잘못이냐”며 현 위원장을 두둔했다.  

 

권성동 의원은 “그동안 진보 측에 있는 사람이나 좌파가 인권위 많이 들어갔으며 이번에 관둔 상임위원들도 한때 민주당에 몸을 담았거나 같이 한 사람들이어서 다 정파적 이익 때문에 인권위를 흔들고 있다”며 “운영규칙 개정이 오히려 맞다. 한쪽으로 그동안 너무 치우쳐있었다”고 말했다.

 

조전혁 의원도 “과거에 민주화 투신을 하고 인권위 들어왔네를 대단한 훈장인 것처럼 생각하고 인권위 정책이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대단한 고집이 있는 것 같은데 상임위는 전원위 밑에 있는 비정상적 조직”이라며 “현 위원장이 취임하고 다른 정권 쪽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정파싸움 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김성회 의원은 “임기를 한두 달 남겨놓고 상임위원들이 사퇴한 건 쇼가 아니냐”고 현 위원장에게 반문하며 “소신을 잃지 말고 꿋꿋하게 인권위를 지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장향숙 상임위원, ‘인권위 위해 현 위원장 사퇴해야’

 

한동안 듣고만 있던 인권위 장향숙 상임위원은 “상임위와 전원위는 그 역할이 다르며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위원회가 열려왔는데 갑자기 현 위원장 들어 상임위 독주 운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 위원은 “두 달 동안 전원위원회는 안건이 없다며 열리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운영규칙 개정으로 위원장이 독단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며 “직원들과 상임위원들이 이렇게 난도질당하는 것을 더 이상 듣고 있을 수만은 없으며 현병철 위원장이 사퇴하는 것만이 인권위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날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 여부가 국정감사의 주요논제로 떠오르면서 그 외 인권위 업무에 대한 감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다문화가정 자녀 학교 중도이탈’ 문제 정도가 이야기됐다.

 

한편, 국정감사가 열리기 전인 오전 9시 반에는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야 5당과 인권시민단체의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에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인권단체 활동가 등 8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인권위를 바로 세우는 일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에만 있지 않음을 알기에,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독립성 훼손과 흔들기 정책기조를 바꿀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9일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열린 야 5당 대표와 의원들, 인권단체 활동들의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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