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동지원 종합조사’ 도입… 이용자 증가에 따른 대책 부실해 장애인 간 갈등 우려
장애인권리협약 위배하는 법률· 국가 책임소재 없는 교통약자법 속히 개정해야

1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김민석 의원실 주최로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이가연
1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김민석 의원실 주최로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이가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로 이동지원에서의 종합조사 도입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기존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법 개정을 비롯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장애계는 작년 10월부터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를 통해 이동지원 종합조사 추진방안을 논의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은 암담한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19개의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 중 ‘장애인 주차표지’와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에 종합조사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의 ‘보행상 장애 판정 기준’을 유지한 채, 앞으로 도입할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를 보충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새로 도입되는 종합조사표는 이동지원에 적합한 새로운 지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활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표의 29개 지표 중 ‘대중교통 이용’, ‘주의력’, ‘위험인식 및 대처’와 같이 이동지원과 관련한 지표(성인 7개, 아동 4개)를 뽑아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종합조사를 통한 추가 대상자 수를 기존 대상자의 5% 내외로 미리 설정해놓았다. 그러면서 장애인주차구역의 확대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앞으로 증가할 서비스 이용자 수에 대한 대책 마련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장애계와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하고자 1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이동지원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도입에 따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방향’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도입에 따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방향’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 등급제 폐지 무색한 ‘이동지원 종합조사’… ‘교통약자법’ 개정해 국가 책임 명확히 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도입에 따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방향’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이동지원 종합조사에 개인의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등급제 폐지 전 수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음을 비판했다.

이동지원 서비스 대상자가 늘어나면 서비스 공급량 또한 늘어나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오는 10월부터 이동지원 종합조사 도입에 의한 추가 대상자는 현행 보행상 장애인 107만 명 중 5%인 약 5만 3천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인주차면수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대신 장애인주차구역에 대한 불법주차 단속 강화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만일 장애인 주차면수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주차구역을 두고 늘어난 대상자 수를 감당하지 못해 장애인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문 대표는 “장애인주차구역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휠체어 미이용 장애인 전용주차구역’과 같이 현행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설치기준이 필요치 않은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주차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나아가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특별교통수단의 의무도입 대수를 150명당 1대에서 100명당 1대로 상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계는 전국의 도입률이 2019년 기준 82.6%에 불과하고, 지역별 도입 편차가 큰 현 상황에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에서 의무도입 대수를 지키는 것은 시장이나 군수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국가나 도의 자금지원은 선택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라며 법 개정을 통해 국가의 운영 및 예산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문 대표에 따르면 특별교통수단의 질적·양적 확대를 위해서는 현행 ‘교통약자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문 대표는 법 개정을 통해 1)특별교통수단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고, 2)종류별 의무 도입 대수 기준을 마련하고, 3)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중 특별교통수단의 종류에 대해서는 “‘휠체어 탑승설비 등을 장착한 차량’ 외의 교통약자 이동수단을 포함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운행 중인 교통약자 이동수단의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뒤이어 이어진 발제에서도 오는 10월에 있을 이동지원 서비스 종합조사 도입 방안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욱찬 부연구위원은 “현행 특별교통수단과 주차가능 표지에 적용되는 보행상 장애기준은 장애등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 5급, 호흡기장애 2급, 지적장애 1급이 동일한 이동지원 필요도를 가진다고 간주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행상 장애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보행상 장애기준의 중장기적 폐지 계획이 누락된 것은 ‘의학적 기준의 탈피’라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큰 방향성에 비추어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표는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을 향해 “현행 교통약자법은 생명력을 잃었다. 지금 필요한 사람들의 요구와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담겨야 법이 살아있다. 더 이상 거리에서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외치지 않게끔 법 개정에 힘써주기를 바란다”라고 절실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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