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안마 수요 줄어든 상황에 설상가상
시각장애계, 일제히 법원 향한 강력한 비판 쏟아내

지난 2017년 10월 16일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 제82조 1항’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분노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사진 최한별
지난 2017년 10월 16일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 제82조 1항’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분노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광화문 세종로 공원에서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사진 최한별

최근 법원에서 무자격 안마사에게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안마원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2020고정106)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자격 안마업체 대표 구 아무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 씨는 6개 지점을 둔 대형 안마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안마업체는 매스컴에도 자주 소개된 곳이다. 구 씨처럼 무자격 안마를 할 경우 의료법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모든 종류의 안마를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독점하는 것은 의료법 위임 목적·취지에 반하고, 처벌 범위가 부당하게 확장된 결과를 초래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안마사의 업무 범위가 너무 넓게 해석되어 비시각장애인이 아예 안마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보았다. 더욱이 안마 수요에 비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현저히 적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안마사 자격을 시각장애인에게만 부여하는 현행 의료법을 물론,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네 차례의 헌법소원에서 내린 ‘합헌’ 결정을 법원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2017년 판결 당시 헌재는 “비장애인의 사익이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시각장애계는 무자격 안마사들에 의해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판결이라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안마사협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안마를 받는 사람이 줄어들고,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로도 지정받지 못해 안마사들이 끼니마저 걱정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합당한 법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또한 성명을 내고 “시장의 수요가 넘치면 법령이 금지하고 있어도 허용해도 된다는 그릇된 선례를 남긴 최악의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법원은 공동체의 약속보다 시장의 수요가 더 중요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비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24일 오후 5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헌법에 명시된 법률과 헌재의 판결을 부정하는 참담한 사례이다. 그간의 사회적 합의와 질서를 무너뜨린 채 자격 안마사와 비자격 안마사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법원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취지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는 법원의 의무이자 국민의 명령”이라며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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