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대적 홍보한 중증장애인 사업, 내년도 무산 위기
장애계 “장애인 생존권 보장하라”… 서울시청 앞 투쟁 결의

서울장차연은 13일 오후 3시 서울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중증장애인 관련 예산을 삭감한 서울시를 규탄했다. 사진 이가연
서울장차연은 13일 오후 3시 서울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중증장애인 관련 예산을 삭감한 서울시를 규탄했다. 사진 이가연

서울시가 코로나19를 명목으로 내년도 장애인 정책 예산을 줄줄이 삭감해 장애인의 생존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13일 오후 3시 서울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를 핑계로 중증장애인 예산을 삭감한 서울시를 규탄하며 무기한 투쟁을 결의했다.

올해 서울시는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계와 협의한 내년도 장애인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2월, 84억의 예산을 투입해 ‘뇌병변장애인 마스터플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고 홍보했으며(관련기사), 4월에는 장애인 자립지원 주택 3종을 2022년까지 총 459호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관련기사). 또한 지난 6월에는 ‘65세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정책을 발표해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었다(관련기사). 이들 정책은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되는 선도적 장애인 정책이었기에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서울장차연은 “서울시는 중앙정부에서도 하지 못했던 정책을 선도적으로 시행한다며, 그 성과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약속한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을 몽땅 삭감해 중증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노했다.

예산이 삭감된 주요 사업으로는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만 65세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 △자립생활·지원 주택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아래 IL센터) 인력 확대 △뇌병변장애인 마스터플랜 △임차·바우처택시 30대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장애인인권영화제 등이 있다. 이 중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지난 8일 장애계가 농성투쟁을 선포하자 다시 예산이 편성됐다.

송용헌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송용헌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송용헌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올해 서울시 ‘만 65세 활동지원 시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65세가 되어도 기존에 받던 활동지원 시간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송 활동가는 “서울시가 65세가 되어도 200시간의 활동지원 시간을 줬는데 갑자기 내년부터 안 주겠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죽게 되거나 꼼짝없이 시설로 들어가게 된다”라고 정책을 지속할 것을 호소했다.

탈시설 예산도 삭감됐다. 서울시는 지난 4월, 탈시설 정책의 일환으로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주택을 2022년까지 총 459호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삭감으로 내년에 공급되는 주택은 0호로 예상된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서울시는 제2차 탈시설 추진계획이 끝나는 2022년까지 800명의 장애인을 탈시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작년 말까지 탈시설한 인원은 126명에 불과하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집단감염·집단사망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긴급 탈시설’이라는 제도가 소개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정반대로 시설의 문이 더 굳게 닫히고 있다. 서울시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2400명의 장애인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더욱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IL센터의 인력보충 예산도 삭감됐다. 김수경 서울시IL센터협의회 활동가는 “IL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인건비 지원이 절실하다. 서울시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 5개년 계획(2018년~2022년)’에 따라 매년 1명의 인건비를 올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에서 인건비를 삭감해버렸다”라고 분노했다. 

장애인문화예술 권리를 위한 서울시 장애인인권영화제 예산도 사라졌다. 민아영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장은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단체 행사지원 공모’에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이 편성되어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5000만 원의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지만 겨우 버텨냈다. 그런데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재원이 부족하다’며 내년도 예산편성을 없앴다”라며 “다른 영화제와 달리 수어통역 및 자막과 같은 배리어프리 작업 비용이 큰데, 이제는 빚을 내서 영화제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서울장차연은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장애인자립지원과, 평생교육과와의 면담에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인원 500명 확대 △만65세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IL센터 상근 인력 추가 및 신규 지원 보장 △자립생활·지원주택 등 탈시설 예산확대 △장애인평생교육 보장(임차료, 무상급식, 방역지원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특별교통수단·장애인버스·저상버스 증차)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예산 확대 △뇌병변장애인 마스터플랜 예산 확대 △서울시 장애인 인권영화제 지원 예산 확대 등을 제시했다. 또한 서울시장 권한대행 면담도 요구했다.  

면담 결과 서울시는 △탈시설 예산 2배 증액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 제정 적극 검토 △IL센터 뉴딜 일자리 2명 확대 △만 65세 활동지원 시 지원 계속 진행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서울장차연은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장애인 정책 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활동가가 ‘서울시는 유엔장애인 권리협약에 기반한 장애인 인권영화제 예산 반영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한 활동가가 ‘서울시는 유엔장애인 권리협약에 기반한 장애인 인권영화제 예산 반영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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