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대본 승인받아야 긴급 분산조치 이행”
장애계 “1분 1초가 시급”… 정세균 국무총리에 면담 요청
정부청사 앞 텐트 60여 개 설치 후 농성 투쟁 돌입 예고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장애인수용시설 신아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아래 중대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지난 29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7개 장애인권단체는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확진자 수를 의미하는 텐트 45개를 깔고 신아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는 텐트 농성 첫날에 바로 장애계 대표단과 면담하고 대표단 의견을 대부분 수용했다.
서울시는 30일 오전 10시, 서울장차연 앞으로 공문을 보내 △신아원 거주인 전원 긴급 분산조치 △확진자는 병원에서 치료, 음성 판정받은 거주인은 지원주택 등 마련해 분산 △개인별 탈시설 지원 계획 수립 △서울시탈시설지원조례 제정 시 장애인거주시설 신규입소 금지 반영 등을 약속했다.
문제는 중대본이다. 서울시가 의지를 보였지만 중대본이 신아원 거주인에 대한 긴급 분산조치를 승인해야 서울시가 이를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권단체는 30일 오후 2시,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본에 코호트 격리 중단과 중대본 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촉구했다.
- “5인 이상 집합금지인데 장애인 181명은 왜 모여 살아야 하나”
장애인권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곳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는 제대로 된 치료와 방역의 방법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장애인권단체는 “코호트 격리는 거리두기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확진자의 감염 위험성을 높이고 확진자의 온전한 치료를 보장하기 어렵다. ‘긴급 분산조치’만이 장애인거주시설을 방역과 치료의 원칙에 따라 치료와 자가격리가 가능한 조건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긴급 분산조치’ 이행을 위해 △서울시의 약속이 이행되기 위해서 중대본이 코호트 격리 원칙을 폐기하고 긴급 분산조치 실행 지침을 마련할 것 △‘긴급 분산조치’ 기간에 장애인거주시설에 집합금지 명령 수준의 지침을 적용하고 거주인이 다시 시설로 돌아가지 않도록 긴급 탈시설 방안 마련할 것 △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 등을 중대본에 요구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수경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 활동가는 “서울시가 약속을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중대본의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5인 이상의 집합금지 명령에도 181명이나 되는 장애인이 시설에 함께 있다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하나”라며 중대본이 서울시의 ‘긴급 분산조치’ 계획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아원은 장애여성공감이 ‘서울시 거주시설 연계사업’으로 탈시설 지원 활동을 하던 곳이다. 신아원에 갇혀 있는 거주인과 통화한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한시가 다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1분 1초가 시급하다. 오늘 자로 61명이 확진됐다. 확진자 중 30여 명만이 병원에 갔다. 비확진자이지만 시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과 오늘 통화했다. 그분께 오늘 확진자 수를 말씀드렸더니 놀라시는 눈치였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와 격리돼 수용된 상태로 산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다. 신아원 내부에 있어도 어떤 상황인지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 정보에 접근할 권리와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위해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싸우는 일 등 모든 게 차단되는 상태가 바로 수용시설에서 살아가는 상태”라고 성토했다.
또한 “확진자가 60명이 넘어가는 상태인데도 신아원을 비우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가 살아남아야 할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을 구분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중대본은 긴급 분산조치를 통해 당장 신아원을 비우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규식 서울시협의회 탈시설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중대본에 면담을 요구하는 요청서와 장애인권단체의 요구안을 정부청사 민원실에 제출했다. 장애인권단체는 31일부터 광화문 지하역사 해치마당에서 텐트 60여 개를 설치하고 정세균 총리에 대한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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