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재활원, 거주인 학대 밝혀진 지 2년 만에 시설폐쇄 명령
오산시, 시설폐쇄 후 거주인들 전원조치 계획 밝혀 파문
거주 장애인 학대가 밝혀진 지 2년 만인 지난 3월 2일, 성심재활원 시설폐쇄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오산시는 성심재활원 폐쇄 후 거주인을 전원 조치하겠다고 밝혀 장애계가 규탄에 나섰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1일, 오산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심재활원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지원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 거주인 학대 밝혀진 지 2년 만에 성심재활원 시설폐쇄 명령
지난 2019년 2월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 산하 성심재활원에서 거주 장애인 인권침해 사실이 KBS 보도로 밝혀졌다. 가해 종사자는 남성 거주인(40대)에게 여성 거주인(20대)을 때리라고 지시하고, 이를 보며 욕설과 인신공격을 퍼붓고 동영상으로 촬영해 동료 종사자와 돌려봤다. 당시 관련 영상은 5개나 되었고, 4명의 거주인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성심재활원은 거주인 81명에 종사자 48명인 대형 장애인거주시설로, 장애인 학대가 밝혀진 것만 세 번째다. 이에 2015년, 2019년 장애인 학대로 두 차례의 ‘시설장 교체’ 행정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반복된 거주인 학대로 인한 행정처분을 세 차례 받았기에 시설폐쇄 행정처분만이 남아 있었다. 현재 성심재활원에는 74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경기장차연 등은 성심재활원 폐쇄를 촉구하며 수원역에서 18일간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벌금으로 권달주 경기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구치소에서 노역을 치르기도 했다.
권달주 대표는 “2019년 수원역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성심재활원 폐쇄와 거주인 자립생활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서야 폐쇄명령이 내려졌다. 오산시는 거주인들은 다른 시설로 또 보낸다고 한다”라며 “성심재활원에서 인권침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처럼 거주시설에서 거주인 인권침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다른 거주시설로 보내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 될 거라고 보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기도와 오산시, 시설 측과 면담을 하면 ‘법적 근거가 없다’, ‘예산이 없다’라는 말만 하지 정작 성심재활원 안에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지 않았다”라며 “거주시설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경기도가 성심재활원을 계기로,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거주인들이 하루속히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성심재활원 ‘거주 장애인 인권’ 우선으로 생각해야
거주시설 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집에서 종사자가 거주인 학대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시설에서 거주인 학대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거주인의 가족은 시설폐쇄를 반대한다. 성심재활원도 종사자와 부모들이 시설폐쇄 소식을 듣고, ‘시설폐지 중지’를 목적으로 오산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탁미선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라파엘의집에서 밝혀진 폭행만 해도 120여 건이 넘는다. 그런데 라파엘의집 거주인 부모들은 종사자들이 학대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다”라며 “그중 35세의 거주인은 라파엘의집에서 30년간 지냈다고 한다. 거주인의 부모는 ‘라파엘의집에 가서 산책이라도 하려고 자녀가 경기를 일으킨다. 시설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을 시설에서 살며 그 긴 시간을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게 부모의 인권인가 자녀의 인권인가 묻고 싶다. 이제는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주시설에서 15년을, 용인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서 2년 8개월을 살다 자립한 김아령 씨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자립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장애인이 나와 자립생활을 함으로써 사회에 필요한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시설에서 15년이란 긴 시간을 시설에서 살다 보니, 탈시설하는 게 불안했습니다. 나와서 살아 보니,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 주거확보, 자립정착금, 긴급의료 지원, 이동지원 등 많은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꼭 필요합니다. 자신의 삶에 당당히 책임자로 나 자신을 위해 고민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최선을 다하고 도움이 필요한 영역은 용기 있게 도움을 구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자립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탈시설을 망설이는 시설 장애인들이 마음 편히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몫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씨 이외에 탈시설장애인 4명이 자립생활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텔레비전 마음껏 보는 것’, ‘소파에 누워 자는 것’ 등을 들며, 현재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남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탈시설한 장애인들이 간혹 어려움에 부닥치지만 행복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라며 “성심재활원 거주자들도 지역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오산시는 자립지원계획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