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할 장애인거주시설, 최근 2년간 정신과 약물 진료요청만 1,690건
본인요청 3.96%에 불과…시설 종사자 설명만으로 진단·처방 27.83%
장혜영 국회의원 “신아원 비롯한 장애인거주시설 내 ‘화학적 구속’ 우려” 

신아원 현판 앞에 쇠사슬이 드리워졌다. 현판에는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정신지체 재활시설 신아재활원’이라고 새겨져 있다. 사진 허현덕
신아원 현판 앞에 쇠사슬이 드리워졌다. 현판에는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정신지체 재활시설 신아재활원’이라고 새겨져 있다. 사진 허현덕

서울시 관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본인 의사 확인 없이 정신과 약물 진료 및 처방이 과다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시설 내 관리 편의를 위해 ‘화학적 구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서울특별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항정신병제 및 향정신성 약물 점검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2020년~21년)간 서울시 관할 장애인거주시설 39곳에서 ‘항정신병제 및 향정신성 약물’ 진료요청이 무려 1,690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중 거주장애인 본인에 의한 진료요청은 고작 67건(3.96%)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본인 이외 요청은 1,623건(96.04%)에 육박했다. 본인 이외 진료요청을 할 경우, 원칙적으로 본인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본인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경우는 359건(24.73%)으로, 4건 중 1건 수준에 달했다.

시설 내 거주장애인에 대한 관리 편의를 위한 본인 이외 진료요청도 상당했다. ‘시설 내 부적응(산만, 불안, 불면증)’을 이유로 한 진료요청이 41.90%(708건)에 달했으며, ‘전문가 또는 의사의 권고’에 의한 진료요청은 51.3%(867건), ‘학교 등 외부시설 연락’에 의한 진료요청은 2.84%(48건)였다. 

또한 본인 및 본인 이외 요청에 의한 전체 정신과 약물 처방 사유로는 ‘전문가 또는 의사의 권고’가 85.29%(1,357건)이며, ‘시설 내 부적응으로 인한 입소자 관리 필요’도 14.71%(234건)에 이르렀다.  

거주장애인이 의사와의 직접 상담 없이, 시설 종사자에 의해 약물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입소자의 약물 진단을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입소자가 직접 상담하고 의사 설명’이 이뤄진 경우는 72.17%(1,154건)인데 반해, 입소자가 동행하지 않은 경우(7.57%) 포함 ‘시설 종사자의 설명만으로 진단 및 처방’ 비율도 27.83%(445건)로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내 ‘화학적 구속’ 의심 정황이 나와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 조사 중이다. 지난 2월 22일, 서울시 송파구 사회복지법인 신아원 내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재활원(아래 신아원)에서 중증 지적장애인 강 아무개 씨가 탈출해, 20년 넘게 약물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모른 채 매일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했던 경험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실제 정신과 약물 처방이 필요한 의학적 필요성이 아닌, 장애인거주시설 내 통제와 관리 목적의 진료요청이 많다”라고 지적하며 “신아원 사례를 보더라도, 장애인거주시설 내에서 이른바 ‘화학적 구속’이 만연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 의원은 “이번 점검을 계기로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내 정신과 약물 오남용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시설 종사자에 의한 강제 약물 복용 등이 확인될 경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아원에서 탈출한 강 아무개 씨가 지난 3월 2일, 신아원에 보낸 퇴소요청서. 문서에는 '원장님, 이사장님. 저 찾지 마세요. 의무실 선생님. 약챙겨 오지 마세요. 통장, 도장, 내꺼 전화 주세요. 생제과(생활재활과) 찾지마세요. 지금 잘 살아요. 21.02.26'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제공 장애여성공감
신아원에서 탈출한 강 아무개 씨가 지난 3월 2일, 신아원에 보낸 퇴소요청서. 문서에는 '원장님, 이사장님. 저 찾지 마세요. 의무실 선생님. 약챙겨 오지 마세요. 통장, 도장, 내꺼 전화 주세요. 생제과(생활재활과) 찾지마세요. 지금 잘 살아요. 21.02.26'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제공 장애여성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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