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닥 면적기준 완화한 개악안 그대로 시행?
시민 3000명 반대의견 냈지만 요지부동
장애계, 가게 앞 턱 직접 내리치는 직접행동 시작

100여 개 장애인운동단체와 3000여 명의 시민이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악안에 반대의견을 냈지만 보건복지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장애계는 복지부를 ‘장애인접근권 차별부’라 규정하고, 가게 앞턱을 뿅망치로 내리치는 직접행동에 돌입했다. 장애계는 복지부가 개악안을 철회할 때까지 직접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광화문R점 매장 앞.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하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접근권 차별부다’라고 적힌 스티커 피켓 수십 장이 매장 앞에 붙어 있다. 제일 왼쪽에 경찰 수십 명이 서 있다. 앞쪽에는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왼쪽),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오른쪽)이 피켓이 붙은 사다리를 목에 맨 채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스타벅스 광화문R점 매장 앞.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하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접근권 차별부다’라고 적힌 스티커 피켓 수십 장이 매장 앞에 붙어 있다. 제일 왼쪽에 경찰 수십 명이 서 있다. 앞쪽에는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왼쪽),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오른쪽)이 피켓이 붙은 사다리를 목에 맨 채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바닥 면적기준 완화했다지만 ‘장애인 출입금지’ 구역 여전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7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7월 19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이 300m²(약 90평) 이상에서 50m²(약 15평) 이상으로 변경된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을 향한 장애계의 반발은 매우 거셌다. 차별의 근거가 되는 바닥 면적기준을 없앤 게 아니라 완화만 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15평 미만 슈퍼마켓, 일용품 소매점, 음식점 등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이들은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경우 전국 4만 3000여 곳 중에서 15평 미만, 즉 ‘노 장애인 존’이 약 80%다. 편의점은 대부분 소규모 점포로 운영되기 때문에 시행령이 개정돼도 장애인은 지금처럼 편의점 출입이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 그나마 완화된 면적기준도 법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신축, 개축, 증축된 시설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시설에는 사실상 해당되지 않는다.

종로구 현대빌딩 스타벅스 매장 앞 턱은 약 30cm 정도 된다. 비장애인은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휠체어 바퀴는 이 턱을 넘어갈 수 없다. 턱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턱 왼쪽에는 전동 휠체어의 바퀴가, 턱 위에는 비장애인의 발이 보인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는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사진 하민지
종로구 현대빌딩 스타벅스 매장 앞 턱은 약 30cm 정도 된다. 비장애인은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휠체어 바퀴는 이 턱을 넘어갈 수 없다. 턱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턱 왼쪽에는 전동 휠체어의 바퀴가, 턱 위에는 비장애인의 발이 보인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는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사진 하민지

장애계는 이처럼 실효성이 부족한 개악안을 향해 반발하며 직접행동에 나섰다.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2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R점 앞에서 피켓을 붙이고 30cm가량의 턱을 뿅망치로 내리치는 등 약 20분간 직접행동을 진행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 턱 하나 때문에 김순석 열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열사가 사망한 지 37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누구나 갈 수 있는 카페를 장애인만 못 들어간다”라며 “이 스타벅스는 현대해상 본사 사옥에 입점해 있다. 현대해상 같은 대기업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 이게 합법인 상황이다”라고 규탄했다.

박 이사장은 또 “복지부는 이 턱이 보이지 않는 건가. 장애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을 합법으로 만든 게 복지부의 이번 개악안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모든 턱을 내리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규식 서울장차연 대표 뒤로 비장애인들이 스타벅스 매장을 들어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차연 대표 뒤로 비장애인들이 스타벅스 매장을 들어가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와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이 뿅망치 끝에 빨간 물감을 묻혀 스타벅스 매장 앞 턱을 내리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서울장차연 상임대표와 박경석 전장야협 이사장이 뿅망치 끝에 빨간 물감을 묻혀 스타벅스 매장 앞 턱을 내리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휠체어 이용자들은 스타벅스에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 하민지
휠체어 이용자들은 스타벅스에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 하민지
스타벅스 매장 앞 턱. 피켓 수십 장이 붙어 있다. 뿅망치 퍼포먼스로 생긴 빨간색 물감 흔적이 가득하다. 사진 하민지
스타벅스 매장 앞 턱. 피켓 수십 장이 붙어 있다. 뿅망치 퍼포먼스로 생긴 빨간색 물감 흔적이 가득하다. 사진 하민지
스타벅스 간판에 ‘장애인의 자유로운 공간이동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스타벅스 간판에 ‘장애인의 자유로운 공간이동 보장하라’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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