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제정 위한 투쟁 결의 다져
장애계 “장애민중의 힘으로 권리와 예산 쟁취”
탈시설장애인당 활동 재개, 투쟁캠프 개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6개 장애인운동단체와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2022 양대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양대선거장차연)’를 결성했다.

양대선거장차연은 13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 장애인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제정투쟁 농성장에서 출범식을 열고, 양대법안 제정과 장애인정책 예산 확보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줌과 유튜브로 진행된 이날 출범식에는 약 130여 명(줌 기준)의 활동가가 동시 접속해 투쟁 결의를 다졌다.

지난 3월 활동을 종료한 탈시설장애인당의 투쟁캠프도 개소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컨테이너 농성장 옥상에 올라갈 수 있도록 리모델링한 양대법안 농성장이 투쟁 캠프로 사용된다. 양대선거장차연은 ‘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을 통해 내년 선거에서 장애민중이 정치적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제정투쟁 농성장. 양대선거장차연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커다란 현수막에 ‘장애인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라고 적혀 있다. 컨테이너 농성장 위에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올라가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제정투쟁 농성장. 양대선거장차연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커다란 현수막에 ‘장애인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라고 적혀 있다. 컨테이너 농성장 위에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올라가 있다. 사진 하민지

- 양대선거장차연 슬로건 “권리를 권리답게, 예산 없이 권리없다”

진보적 장애계는 대통령 선거때마다 연대체를 구성해, 장애인정책을 의제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7년 대선 때 장애계는 ‘2017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꾸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장애인수용시설 등 3대 적폐 폐지를 내걸고 투쟁했다.

장애계 투쟁 끝에 문재인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등급’이 ‘정도’로만 바뀌었을 뿐, ‘필요한 만큼 복지서비스를 보장하라’는 근본적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또한 문재인 정부 공약 중 하나였으나, 생계급여에서 다소 완화됐을 뿐 의료급여에는 그대로 남아 가난한 사람은 아파도 병원에 못 가고 치료를 포기한 채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양대선거장차연은 이를 비판하며 △장애인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 △예산 없이 권리 없다(Nothing about rights, without budget) 등의 구호를 내걸고 출범했다. 이들은 이 구호들을 가지고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후보들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가 ‘보장하라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 있다. 사진 하민지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가 ‘보장하라 예산 없이 권리는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하라’라는 구호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182일(9월 13일 기준)간 농성하며 투쟁 중인 양대법안 제정을 위한 구호다. 김주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서울지부장은 “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은 시설을 벗어날 날을 기약할 수 없다. 또한 장애인은 의사소통, 일상적 서비스, 자기존엄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제약받고 있다”라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양대법안이 필요하다. 법 제정을 위해 모든 후보를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는 정부가 예산 없이 ‘말뿐인 정책만’ 늘어놓는 현실을 규탄하는 구호다.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은 “복지부 등 정부부처가 장애인정책 예산을 크게 올려놔도 기획재정부에서 다 깎는다. ‘장애인한테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쓰냐’는 식으로 예산을 올린 부처를 압박한다”며 기재부가 장애인권리를 보장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의 영어구호는 ‘Nothing about rights, without budget’이다. 1990년대 미국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외친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 없이 우리를 논하지 말라)’를 변형한 것이다. 양대선거장차연은 “장애인의 힘으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민중과 함께 먼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농성장의 모습. 천막 농성장 두 채 옆에 2층으로 구성된 컨테이너 농성장이 있다. 농성장 앞에서 탈시설장애인당 투쟁캠프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전체 농성장의 모습. 천막 농성장 두 채 옆에 2층으로 구성된 컨테이너 농성장이 있다. 농성장 앞에서 탈시설장애인당 투쟁캠프 개소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가짜 후보’의 진짜 정치… 탈시설장애인당이 돌아왔다

탈시설장애인당은 4월에 있었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정책투쟁을 위해 지난 1월 창당했다. ‘진짜 후보’의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3월에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당시 탈시설장애인당은 중증장애인 서울시장 후보 11명을 공개하며 고학력, 비장애인, 남성 위주의 정치무대 중심에 섰다. 비록 ‘가짜 후보’였지만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서울시내 곳곳에서 직접 장애인정책을 선전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활동 종료 반년 만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엔 당내 경선을 치러 후보를 뽑는다. 전국에서 경선후보로 등록한 후보자들과 경선토론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국민의 선택을 받는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한 명을 선정한다.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이 ‘권리답게’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은 “가짜 정당, 가짜 후보지만 장애민중이 직접 정치적 주체로 나서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장애인정책을 만들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캠프 개소식에 참가해 “탈시설장애인당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소수자의 권리를 기반으로 하는 탈시설장애인당이 거대정당 중심의 선거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정치적 기술이 아니다. 분배 정책이 실패했단 걸 인정하고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지난 활동을 통해 그걸 보여줬다. 탈시설장애인당이 분배정책에 실패한 사회를 앞으로도 바꿔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캠프 개소식에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홍희진 진보당 인권위원장, 서태성 기본소득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등 진보정당 인사가 참여해 연대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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