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 헌법불합치 결정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 가진 장애인, 활동지원 받을 수 있는 길 열려
광주시 서비스변경신청 거부… 광주지방법원에 소송 제기

지난 5월 광주 북구청 앞에서 황신애 씨의 사회복지서비스(활동지원) 변경 신청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5월 광주 북구청 앞에서 황신애 씨의 사회복지서비스(활동지원) 변경 신청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장기요양)을 받던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변경 신청이 거부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에 사는 뇌병변장애인 박영환(50세) 씨는 2014년 7월경 장기요양을 신청했다. 당시 활동지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편마비로 오른손만 쓸 수 있다. 휠체어를 탈 때 혼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옆에서 누군가 잡아줘야 할 정도다. 그러나 장기요양 4등급을 받아, 하루 3시간밖에 생활지원을 받을 수 없다.   

박 씨와 마찬가지로 활동지원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뇌병변장애인 김대덕(63세) 씨도 2008년경 장기요양을 신청했다. 그 또한 장기요양 4등급으로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하루 3시간만 생활지원을 받는다. 이마저도 이용이 어려운 주말에는 요양보호사가 없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최근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는 김 씨는 사회활동으로 활동지원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만 65세까지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함은 더하다. 

65세가 되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지만, 65세 이전이라도 장기요양을 먼저 신청했다면 활동지원을 신청하지 못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활동지원은 하루 최대 16시간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요양은 하루 최대 4시간밖에 지원받을 수 없다. 이에 장애계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고, 작년 12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조항은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항’이다. 해당 조항에는 활동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 요건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노인 등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연령 이상인 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제1호에는 “‘노인 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65세 미만이더라도 노인성 질병을 갖고 있다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신청할 수 없으며, 장기요양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제한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으로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과 이미 장기요양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도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시 황신애(58세, 뇌병변장애) 씨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신청인으로 함께했다. 헌재 결정으로 4년의 투쟁 끝에 활동지원을 받게 된 황 씨는 현재 월 42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고 있다. 이는 장기요양을 받을 때보다 하루 10시간이나 더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16년 황 씨는 광주 북구청에 장기요양을 받다가 활동지원으로 서비스변경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하고, 광주지법에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게 됐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에도 광주 북구청과 서구청은 지난 7월 14일, 또 다시 박 씨와 김 씨의 사회복지서비스(활동지원) 변경 신청에 대해 거부했다. 이에 이들은 광주장차연과 함께 오는 16일 광주시장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광주장차연은 “사회서비스변경 신청거부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자기 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이미 황신애 님의 사례로 증명됐다. 그러나 또다시 두 명의 장애인의 서비스변경신청이 거부됐다. 이들이 활동지원을 받을 당연한 권리가 있다고 판단할 것을 법원에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계는 이들처럼 활동지원 제도를 알지 못해 장기요양을 신청했다가 나중에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장애인이 제법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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