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말하는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 ⑤ 이상호

[편집자 주]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노숙인복지법)’ 제정 10년을 맞아, 노숙인복지법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지난 5일 명동 가톨릭회관 3층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비마이너는 노숙인복지법 평가하는 데 있어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이날 발표된 홈리스 당사자의 증언을 동의받고 게재합니다.

저는 노숙생활 약 6~7년 차 홈리스입니다. 서울에서의 노숙생활은 부산에서 노숙생활을 하다가 2018년 상경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발언하는 이 순간까지 거리의 사람으로서 참 많은 정신적, 육체적, 마음적, 경제적 고통과 핍박, 불편, 부당을 매일 겪어 왔습니다. 사람으로서, 이 사회공동체의 최하층민으로서의 생활은 차치하고라도 생존(목숨)을 해나가는 것조차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권인 의식주 해결 측면에서 보면, 서울역과 주변 지하도, 무료배식소는 지금 노숙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터전이며 보루입니다. 노숙인, 쪽방인,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밀집되어 살아가는 곳입니다. 이렇다 보니 많은 문제가 계속 발생이 되는데, 서울역 측 역무원들, 보안요원들의 비(非)인권적 핍박, 욕설, 무례함이 누추한 노숙인, 음주한 노숙인들에게 늘 행(行)하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12월 25일 새벽, 지하철 서울역 근무자의 무례함에 항의했다가 얼굴에 유혈이 낭자한 폭행을 당해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법적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해볼 작정입니다. 경찰서 조서를 작성할 때도, 지하철 부역장이 와서 지갑에서 4만 원을 꺼내주면서 조롱하듯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으니 받고 끝내자고 말했고, 그 시간 서울역 지구대 경찰관도 그 돈을 받고 그렇게 해결하자고 했습니다. 마치 거지에게 적선 베풀듯이 말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인권이 노숙인이라 해서 유린된 순간이었습니다.

공공역사 내 홈리스가 자주 머무는 장소를 폐쇄조치한 모습. "노숙자 상주지역"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진 홈리스행동
공공역사 내 홈리스가 자주 머무는 장소를 폐쇄조치한 모습. "노숙자 상주지역"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사진 홈리스행동

 또 서울역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누추한 노숙인, 장애인이 들어오면 근무자들이 굉장히 홀대, 핍박, 막말을 했고 그에 항의하면 보안요원, 경찰, 역무원들이 신고합니다. 저를 비롯한 노숙인, 누추한 사람들에게 “이 새끼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나가 이 새끼야” 욕설을 하고,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며 거짓 진술과 신고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서울역 안팎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고, 저도 철도경찰에 여러 번 갔었습니다. 

대합실 TV로 뉴스 시청을 많은 승객, 노숙인, 쪽방과 고시원 사람들이 하고 있는데 서울역 측에선 TV소리를 아예 들리지 않게 먹통으로 해놓고 소리를 못 내게 하고 있습니다. 안내방송에 방해가 안 되도록 충분히 TV소리를 맞춰서 들을 수 있고, 최소한도 전 국민이 시청하는 저녁 9시 뉴스는 소리를 좀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노숙인, 승객들도 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뉴스가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이것 때문에 또 역무원, 보안요원들과 노숙인들 사이에 많은 시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9시 뉴스를 좀 보고 들으려고 하다가 보안요원이 TV 만지지 말라고 반말을 하면서 신체접촉을 해온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났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저에게만 “역내 음주 소란, 큰소리로 승객 괴롭힘”이라는 혐의를 적용하였습니다. 보안요원은 진술서만 짧게 내고 돌아갔지만, 저는 즉결심판을 받아야 했고, 진술서는 물론 민간단체의 탄원서, 현장 증인 진술서를 함께 제출했는데도 판사는 제출서류를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경찰이 처음 작성한 혐의대로 벌금 5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억울합니다. 이렇게 역내에서 비인권적 폭압, 핍박이 많이 있습니다. 유관기관에서 무한책임의 계도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노숙인에게 주거 문제는 가장 절실한 문제인데, 특히 겨울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당장에는 주거지원되는 쪽방,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겨울엔 난방이 안 되고 여름엔 너무 더워서 아예 들어갈 수가 없어 밖에서 노숙도 많이 합니다. 창문도 없어서 바람조차 들어오지 않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그래서 모기, 빈대 같은 해충이 서식해 빈대에 물려서 잠을 못 이루는 노숙인도 있습니다. 또 거주자가 바뀌어도 쪽방, 고시원 운영자들은 청소 한 번 제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얇은 베니아 판으로 칸막이해 놓은 벽이라서 옆방 기침 소리까지 다 들립니다. 서로 간 양계장 같이 빽빽한 작은 방에서 서로 숨죽이며 코 고는 소리, 이빨 가는 소리에 서로 싸워가며 ‘빠삐용’ 같은 주거생활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주인이 그 작은 부엌에서도 식사를 못하게 하고 숨 막히는 그 작은 각자의 방에서 먹도록 통제하고 있는데, 음식 냄새가 온 실내, 복도, 다른 방에까지 퍼져서 잘 빠져나가지도 않습니다. 서울시, 정부, LH 등등 관계기관의 서비스 혁신을 요망합니다. 

주거지원이 노숙인들에게 두루두루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노숙인복지법을 좀 더 확충하여 혜택 받는 인원을 더 늘려주셔야 하고, 기한을 대폭 연장하여 수시로 재차 또 필요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임대주택도 많이 늘려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올해 새로운 제도인 노숙인 지원주택을 신청했는데, 지원접수 자체가 거부됐다고 느닷없는 통보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같이 살고 만나고 하지 않음에도 주민등록상 배우자가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조항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 후 다른 대책과 대안(주택문제)도 제시받지 못했습니다. 전 제도를 모르기도 하거니와 미래가 참 답답합니다. 이런 문제를 꼭 해결하고 단독세대(가구) 홀로 서울에서 고시원 생활을 하고 노숙인 생활도 하는 저 같은 사람이 공공주택에서 안정되게 주거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무료급식장인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 서울시가 종교/민간 기관의 자선에 기반해 운영하고 있는 임의시설이다. 최근 서울시의 조치로 인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사진 홈리스행동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무료급식장인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 서울시가 종교/민간 기관의 자선에 기반해 운영하고 있는 임의시설이다. 최근 서울시의 조치로 인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사진 홈리스행동

식사 문제도 얘기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시립무료배식소 채움터는 식사, 음식의 질이 상당히 많이 떨어집니다. 사회단체, 기업, 종교기관이 매일 점심, 저녁을 한 타임씩 맡아서 배식하는데, 질과 수준, 내용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위생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반 구내식당 같이 영양사를 채용해서 일률적으로 조리가 되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각 단체에서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채움터로 운반해서 그 단체들이 해당 식사 타임에 배식하다 보니 표준적이지 않고 질이 떨어집니다. 구내식당 같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채움터는 사용자 입장이 아니고 봉사자 편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심지어 젓가락도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불편하게 생긴 숟가락만 주는데 음식을 들어올리기가 어려울 때가 많고 노숙인들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동물 취급 받는 기분도 듭니다. 식수도 퇴장하면서 종이컵에 한 컵씩 주는데 식당 내에서도 밥 먹을 때 목이 메고 목마를 때도 많아요! 물은 식사할 때 필요하면 식사 중 언제든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한 스댕컵으로 정수기 물을 좀 마실 수 있도록 합시다. 세상이 모든 면이 요새 그렇게 변하고 혁신을 거듭하는데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 제발 좀 입장을 바꿔서 생각 좀 해주세요. 꼭 고칩시다!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10년 전에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입법부를 통과한 대한민국의 법안이기에 그것은 곧 국민들의 지지가 있고 뜻이 있다는 사실임을 우리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여망의 법안이 어언 10년 세월 지났기에 이젠 감히 국민의 이름으로 그 소중한 노숙인복지법이 개선, 확충 실시되어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의 문제들이 꼭 해결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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