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협 18주년 기념식 열려
‘자립왕’, ‘탈시설 특별상’ 시상
2003년 10월 20일에 출범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가 출범 18주년을 맞았다. 한자협은 19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한자협 교육실에서 ‘Disability Pride Day’라는 이름의 기념식을 열고 중증장애인 11명에게 ‘자립왕’을, 탈시설 후 자립한 66명에게 ‘탈시설 특별상’을 시상했다.
‘자립왕’ 시상식에서는 중증장애인 11명이 수상했다. 광역지역협의회를 통해 추천받은 이들은 모두 왕성하게 활동 중인 활동가들이다. 과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하거나 재가장애인이었다가 독립해 현재 자립생활을 하고 있다.
각 지역 자립왕은 장애인 차별과 제도적 한계에 맞서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며 각 지역 중증장애인의 자립을 독려하고 지역사회 정책 마련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영상으로 수상소감을 밝힌 수상자 11명 모두 “탈시설하고 자립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더 많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우리와 함께하면 좋겠습니다.”(이은미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지금도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저를 보고 ‘나도 자립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으면 좋겠습니다.”(손세원 씨)
“저처럼 중증의 중복장애가 있어도 자립이 가능하다는 걸 제가 실천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모든 장애인이 자립해서 저처럼 행복한 생활을 누리시길 바랍니다.”(신대철 부산 함세상센터 활동가)
‘탈시설 특별상’은 처음으로 제정됐다. 대구시립희망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9명과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지원주택에 입주해 자립한 장애인 57명 등 총 66명이 수상했다. 한자협은 이들을 ‘탈시설 혁명가’라 부르며, “이분들이 있었기에 올해 정부 탈시설로드맵이 수립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대구시립희망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이 폐쇄됐다. 당시 해당 시설에 거주하던 9명의 최중증발달장애인은 다른 시설로 전원될 위기에 처했다. 대구시는 이들의 자립욕구를 파악할 수 없으니 다른 시설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먼저 탈시설을 경험한 장애인과 인권단체의 투쟁으로 9명 모두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었다. 이들은 ‘최중증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다’, ‘자립의지가 있어야만 탈시설할 수 있다’는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탈시설·자립생활의 본보기가 돼 왔다. 한자협은 이들 9명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선언한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는 대원칙과 '누구나 적절한 지원을 받아 자립생활할 수 있다'는 대전제를 몸소 증명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프리웰 지원주택에 입주해 자립한 장애인 57명에게는 시상과 함께, 현관문에 달 수 있는 문패가 수여됐다. 문패에는 수상자의 사진과 이름이 새겨져 있다. 또한 ‘당당하게 자립의 길을 걸어온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 큰 감동과 의미입니다. 아름다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든든한 동지로서 오래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지원주택은 사생활을 보장하는 주거환경에서 생활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거개념으로, 탈시설 주거지원의 핵심으로 주목받는다. 프리웰 지원주택에 입주한 57명은 탈시설장애인으로, 지역사회에서 탈시설의 필요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57명을 대표해 탈시설 특별상을 받은 이하용 씨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
한자협은 18주년 기념 선언문을 통해 “장애인거주시설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통제하며 선택도, 실패도 경험할 수 없게 한다. 가장 극단적인 배제의 현장이다. 우리는 시설에 반대한다. 지역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탈시설은 단순히 공간 이동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장애인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시설이라는 공간의 특성은 시설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사회의 편견과 배제, 제한은 시설 밖에서도 이어진다. 개인을 통제하는 환경은 아무리 안락하고 풍요로워 보여도 그게 곧 시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제당하지 않는 삶을 위해, 공존과 평등을 위해, 이 모든 사회의 시설화에 맞설 것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