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연내 제정 위한 투쟁 계속된다
장애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에 안건 상정 촉구

3일, 오후 4시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이룸센터 농성장에서 탈시설지원법과 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이가연
3일, 오후 4시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이룸센터 농성장에서 탈시설지원법과 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이가연

장애계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안(아래 권리보장법)의 제정을 위한 더욱 가열찬 투쟁을 예고했다.  

3일, 오후 4시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제정연대(아래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이룸센터 농성장에서 탈시설지원법과 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양대법안제정연대의 농성은 어느새 해를 넘겨, 3일 기준 294일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지난해 제정되기는커녕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양대법안제정연대 결의대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이가연
양대법안제정연대 결의대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이가연

- 탈시설지원법·권리보장법 연내 제정위한 투쟁 계속된다

탈시설지원법은 지난 2020년 12월 10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68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10년 내 모든 시설을 폐쇄하고 시설에 살던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탈시설지원법은 작년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아래 복지위)에 상정되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그 사이, 작년 한 해 동안 여주, 화순, 대구 등 장애인거주시설 내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발생했으며 시설에서 거주장애인이 사망하는 일도 일어났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정부는 시설 폭력과 죽음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고 탈시설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종교 단체 등은 탈시설지원법안을 누더기로 만들기 위한 반동적 움직임을 취하기도 했다”며 국회에 법 제정을 촉구했다.  

참여자들이 왼쪽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예산 6224억, 탈시설 예산 24억, 장난치지말라!',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예산 국비 지원하라!', '할 수 있다와 해야한다는 천지차이다'라고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참여자들이 왼쪽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예산 6224억, 탈시설 예산 24억, 장난치지말라!',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예산 국비 지원하라!', '할 수 있다와 해야한다는 천지차이다'라고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특히 지난해 8월, 정부는 마침내 탈시설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은 빼놓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에 일부 장애인 부모단체가 탈시설지원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일도 있었다.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일부 부모단체의 의견은 탈시설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사회적 기반 없는 탈시설이 온전히 가족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험과 믿음 때문”이라며 올해에는 정부가 적극적인 탈시설과 자립생활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시설에 살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힘든 이유는 지역사회에 24시간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이라며 “‘일부 부모들이 시설 존치를 원한다’는 정책 입안자들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부모들을 갈라치기 하지 말고, 개인별 상황을 고려한 24시간 지역사회 지원 체계를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올 한해에도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작년 9월 27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법률에서는 장애를 의학적 관점이 아닌 사회적 억압과 배제·차별의 현상으로 보며, 의학적 정의에 따른 장애인등록제를 폐지하고 ‘장애서비스 이용자’라는 규정으로 서비스와 권리옹호가 필요한 모든 사람이 서비스를 지원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장 국회의원은 ‘세트 법안’이라고 불리는 장애서비스법을 작년 11월 8일 발의했다. 장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김민석,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각각 권리보장법과 장애서비스법을 발의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안을 받은 김민석 의원의 안은 장애인등록제를 유지하고, ‘탈시설’ 단어를 배제한 채 장애를 의학적 관점으로 정의했다. 무엇보다 제도를 실현할 재원 확보 근거 조항도 없어 장애계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서기현 탈시설장애인당 대통령 후보이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소장은 “지금의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라며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이어 “올해에는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선거가 있는 해다. 우리의 목소리를 낼 기회다. 1년 내내 많이 투쟁해서 양대 법안 제·개정 이뤄내자. 또한 예산 없는 법은 종이 쪼가리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법 제정 투쟁을 하고 있지만, 예산투쟁도 끝까지 함께 해 기재부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 장애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에 안건 상정 촉구

장애인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장연
장애인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장연

작년 12월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비롯해 복지위(권리보장법), 교육위원회(장애인평생교육법) 소관 법안의 신속한 처리의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교통약자법 개정안만 국토교통위 간사가 극적으로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되었으며, 나머지 위원회들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양대법안제정연대는 결의대회가 열리는 같은 시간, 여의도 국민의힘 사무실 앞에서 양대법안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장애계는 복지위에서 법안의 순서와 내용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강기윤 국민의힘 국회의원(복지위 간사)을 향해 권리보장법 안건을 복지위 회의에 상정할 것을 촉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오늘 국회 복지위에서 법안소위 날짜와 안건을 논의했는데, 권리보장법안은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법안소위에 올라와야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 사무실 앞으로 가서 제대로 하라고 촉구하고 왔다. 이달 내에 국회에서 권리보장법안이 논의되어 통과될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밝혔다.  

이어 박 이사장은 장애인평생교육법에 대해서도 “국회에서는 여전히 교육위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교육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회의가 잡히면 가장 우선적으로 통과시키도록 약속을 받아 놨다. 교육위가 하루빨리 회의를 열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권달주 전장연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우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그리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만났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는 협약식도 맺었다. 모든 정치인들에게 이미 낚싯바늘을 던졌고 그들은 모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단지 립서비스가 아니라, 법률을 통해 예산으로 확실하게 만들어 진정한 정책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시설과 집에서 처박혀 차별과 학대를 당해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몇 배 거센 투쟁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반드시 쟁취하자”고 밝혔다. 

따라서 양대법안제정연대는 정부와 국회에 △탈시설지원법 제정 △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발달·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개인별 지원 보장 등을 촉구했다.

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가 '발달장애인이 나서서 세상을 바꾸자!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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