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의 전매특허 ‘혐오선동’, 장애인을 향하다
시민사회계 “혐오정치 당장 중단하라!”
사과할 생각 없다며 버티는 이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민사회계는 이 대표에게 혐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강한 연대의 물결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사과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준석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전장연의 시위를 처음 언급한 건 25일 오전 9시경이었다. 이 대표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는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공권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에도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의 사진을 공유하며 “아래 사진에 있는 분이 지하철에서 임종 가려면 버스 타고 가라고 한 분이다”라고 적는 등 혐오선동을 일삼았다. 이 대표는 31일 오후 5시 현재 전장연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총 20개의 글을 썼다.
- 혐오 ‘떡밥’ 던져주는 차기 여당 대표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은 이 대표의 발언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이제 예비 여당 대표가 된 자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전장연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기재부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비겁한 것”이라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시간이 더 이상 혐오정치로 ‘연착’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혐오정치에 맞서 시민사회계 역시 연일 성명을 내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8일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전매특허인 ‘혐오와 갈라치기’의 타깃이 장애인단체와 장애인에게로 옮겨졌다”며 “자당의 국회의원마저 무릎을 꿇게 만든(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장연 시위 현장을 방문해 사과한 것을 일컬음) 나쁜 정치”를 규탄했다.
이 대표의 ‘시민 볼모론’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장애인 이동권을 이유로 시민의 일상이 볼모 잡힌 것이 아닌, 비장애인의 일상을 핑계로 장애인의 삶이 볼모로 잡혀 온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할 때”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물의 댓글에는 장애인 혐오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 대표의 혐오발언은 정치인의 발화가 여론에 끼치는 거대한 영향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다른 장애계들 ‘전장연 투쟁 방식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준석 사퇴 촉구
전장연의 투쟁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아래 한국장총)조차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장총은 “(이 대표가) 약자와의 동행은커녕 오히려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면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한자연)는 성명을 통해 “모든 사회운동은 누군가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그런 절박한 운동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자연은 30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 이준석 “전장연 시위 비문명적”… “그나마의 문명을 헤치고 있는 것은 이 대표 본인”
참여연대는 이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를 비문명적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공당의 대표가 앞장서 사회적 약자의 요구와 맥락을 소거한 채 이들을 공격하고 공권력 행사를 주문하기까지 하는 것이야말로 비문명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대학원생들 역시 “각국 장애시민의 투쟁의 역사만 보더라도 이들의 시위는 새로운 문명의 조건을 만드는 일이었다. 만일 우리 사회에 ‘문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은 아침마다 서울의 지하철 시위에서 만나는 장애시민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비문명적인 행태를 보이며 그나마의 문명을 헤치고 있는 것은 이 대표 본인”이라고 일갈했다.
한국장애포럼은 이 대표의 말들이 “국제 인권 규범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유엔자유권규약(아래 규약) 가입국이다. 규약 제21조 집회의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에서는 “평화적 집회는 어떤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상당한 정도의 관용을 요구한다”고 명시하며 국가가 집회의 권리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질서”라는 모호한 정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장애포럼은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시위의 자유 규제를 섣불리 주장한 이 대표의 발언은 규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민사회계의 비판에도 이 대표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