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휠체어 바퀴 끼고, 다리 빠지고
장애인들, 차별구제 소송도 해봤지만 패소
지체장애인, 틈 사이 다리 빠져 10분 만에 시민 도움으로 겨우 목숨 구해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20cm 가량으로 매우 넓다. 박경석 대표의 수동휠체어 앞바퀴가 틈 사이에 빠져 있다. 사진 강혜민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20cm 가량으로 매우 넓다. 박경석 대표의 수동휠체어 앞바퀴가 틈 사이에 빠져 있다. 사진 강혜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9일 오전 9시,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단차 사고와 관련해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10분간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였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경 동대입구역에서 한 지체장애인이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다리가 빠졌다. 당시 제보자에 따르면 승강장 틈새로 장애인의 오른쪽 다리가 허벅지까지 끼었고, 시민들은 그의 다리를 빼내기 위해 약 10분간 전동차를 밀어 겨우 그의 다리를 빼냈다고 한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인한 위험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 사이로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바퀴가 끼어서 앞으로 고꾸라지고, 시각장애인은 다리가 빠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성인 여성인 기자의 손 한 뼘(15cm 가량)보다 넓다. 사진 강혜민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성인 여성인 기자의 손 한 뼘(15cm 가량)보다 넓다. 사진 강혜민

이러한 문제로 휠체어 이용자들은 지난 2019년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장애인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지난해 8월, 2심 재판부는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휠체어 이용자 요청 시, 공익근무요원이 발판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휠체어 이용자가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정당한 편의라고 보기 어렵다”며 장애인 차별임을 인정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차별을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승강장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서울교통공사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본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는 차별이 발생했음에도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여 차별행위로 보지 않는다.

승강장와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사전에 해당 역에 요청하면 이동식 안전발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연락을 하고 지원인력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박경석 대표가 이동식 발판을 이용해서 하차하는 모습. 발판 아래로 넓은 틈새가 보인다. 사진 강혜민
승강장와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사전에 해당 역에 요청하면 이동식 안전발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연락을 하고 지원인력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박경석 대표가 이동식 발판을 이용해서 하차하는 모습. 발판 아래로 넓은 틈새가 보인다. 사진 강혜민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20cm 가량으로 매우 넓다. 230mm의 운동화를 신은 기자의 발과 비교해 보았다. 사진 강혜민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20cm 가량으로 매우 넓다. 230mm의 운동화를 신은 기자의 발과 비교해 보았다. 사진 강혜민 

현실이 이러한데도, 단차의 위험을 알리기 위한 장애인 활동가의 행동은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전장연을 공격하는 데에 쓰였다. 지난해 12월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매우 넓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틈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전장연이 고의로 열차를 방해한 행위’라고 언론에 알렸고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 썼다. 공사의 언론 공작은 이후 내부문건을 통해 드러나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또한 지난 13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 휠체어 바퀴가 빠질 만큼 넓은 틈에 대한 문제제기는 하지 않은 채 “바퀴를 끼워 넣어서 발차를 막은 것은 용인될 수 없다. 비문명적이다”라며 연신 전장연을 비난했다.

박경석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강혜민 
박경석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강혜민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적하며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열차를 막았냐, 안 막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사람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가가 문제이다. 수많은 장애인이 그 틈에 빠져 중상을 입었음에도 공사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우리를 비문명적이라고 하는 이 대표에게 장애인들이 어떻게 저곳에 빠지는지 보여주겠다. 사고가 일어났던 동대입구역에서 10분간 휠체어 바퀴가 빠졌을 때의 공포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19일 경복궁역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실제 박 대표는 3호선을 타고 동대입구역에 가서 휠체어 바퀴를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걸쳐 둔 채 10분간 단차의 위험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렸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은 약 20cm가량 되었다. 이는 성인 여성의 손 한 뼘가량 되는 길이이자, 충분히 발이 빠질만한 넓이다.

박경석 대표가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이자, 지하철 옆 문에서 사람들이 핸드폰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사람들 발 밑으로 까마득히 넓은 틈새가 보인다. 사진 강혜민 
박경석 대표가 3호선 동대입구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넓은 간격으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이자, 지하철 옆 문에서 사람들이 핸드폰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사람들 발 밑으로 까마득히 넓은 틈새가 보인다. 사진 강혜민 

박 대표는 “우리는 더는 위험하게 이동하고 싶지 않다. 21년간 외쳤으면 이제 국가가 보장할 때 되지 않았나”라면서 “공사와 이준석 대표는 우리를 비난하기 전에 장애인이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단차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시민들이 장애인을 혐오하고 수많은 욕설을 듣게 한 점, 장애인의 권리 보장 외침에 정치인이 책임지긴커녕 갈라치기 하는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면서 “공식사과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혜화역으로 이동해 기재부에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는 혜화역 선전전을 이어갔다. 19일로 93일 차다. 한편, 전장연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20일~21일 양일간 서울 일대에서 전국집중투쟁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동식 안전발판을 이용해 승차하는 전장연 활동가들. 사진 강혜민 
이동식 안전발판을 이용해 승차하는 전장연 활동가들.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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