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까지 인수위에 장애인권리예산 답변 요구했지만 아직 묵묵부답
답변 없을 시, 2‧3‧5호선 ‘출근길 지하철 시위’ 예고
전장연, 인수위에 “예산 보장 없는 개인예산제는 허구” 비판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경복궁역 승강장 7-1(충무로역 방향)에서 20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경복궁역 승강장 7-1(충무로역 방향)에서 20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 답변 없을 시, 2‧3‧5호선 ‘출근길 지하철 시위’ 예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8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경복궁역 승강장 7-1(충무로역 방향)에서 20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수위는 지난 3월 29일 전장연과의 면담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전장연은 다음날인 30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고 인수위에 4월 20일까지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과 장애인권리·민생 4대 법안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14차례 진행했으며 장애인 활동가 22명이 삭발했다.

전장연이 답변 기한을 요구한 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이날은 원래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이지만, 진보적 장애인운동 단체들은 정부가 정한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며 이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이라 부르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이 20주년을 맞이한다.

이러한 의미와 함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시기에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정부 부처의 예산을 정한다는 것이다. 4월 말~5월 초에 기재부가 ‘실링 예산’을 세우면, 각 정부 부처는 기재부가 정한 실링 예산 안에서만 내년도 예산을 책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계는 2023년도 실링 예산을 책정하는 현시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하라고 요구 중이다.

전장연은 “이제까지 이 과정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되지 못했기에 장애인의 권리가 권리답게 논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장애인권리예산으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예산 국가 보장 △탈시설 예산 24억 원을 거주시설 예산 6224억 원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장연은 “장애인은 이제까지 지역사회에서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지 못했다. 따라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기점으로 하는 4월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민생 4대 법안 통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애인권리·민생 4법이란 장애인권리보장법·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과 장애인특수교육법 개정이다.

전장연은 “인수위가 4월 20일까지 어떠한 검토 의견도 없이 우리의 절실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21일 오전 7시 제27차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를 재개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들은 2호선, 3호선, 5호선을 탑승할 계획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개인예산제가 선진 제도? 예산 보장 없는 개인예산제는 허구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발표될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입장은 우리 요구에 대한 답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오후 인수위는 ‘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이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발표하였으나 여기에 전장연이 요구해온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답은 없었다. 보건복지, 이동권, 고용, 문화예술체육 분야에 대한 답변도 예산과 시기에 대한 구체성은 전혀 없으며, 모두 ‘확대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다만 후보 시절 주요 장애인정책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인예산제 관련해서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개인예산제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현금화하는 정책으로 복지 공공성을 훼손한다는 우려를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 당선 직후 국회에선 개인예산제와 관련한 토론회가 줄곧 열리고 있다.

박 대표는 “개인예산제에 앞서 장애인권리예산 실현이 더 중요하다. 수용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먼저 보장되어야 하며, 예산 보장 없는 개인예산제는 허구다”라며 “영국, 미국 등에서 개인예산제를 한다며 (일부 장애계는) ‘서구의 제도’라고 선전하는데, 서구와 한국의 장애인 예산 규모를 먼저 비교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속에서 장애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한다는 말은 껍데기”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국의 장애인복지예산은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경복궁역에서 3호선을 타고 동대입구역으로 이동하는 전장연 활동가들. 지하철 내에서 박경석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경복궁역에서 3호선을 타고 동대입구역으로 이동하는 전장연 활동가들. 지하철 내에서 박경석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또한, “이준석 대표가 최근 언론에 ‘전장연이 장애인예산을 3조, 4조 요구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인수위에 요구한 장애인예산은 대략 1조 3천억으로 이는 자연증가분과 이제까지 정부가 보장하지 않았던 예산의 범위 내에서 책정한 것”이라고 사실관계 정정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은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며 모든 시민을 위한 예산이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는 장애인만 타는 게 아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모두 이용하고 있지 않으냐”면서 “우리는 요구안을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인수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각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 더 이상 ‘검토한다’고만 하지 말고 결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장연은 얼마 전 발생한 ‘장애인 단차 사고’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사고가 발생한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이동해 ‘안전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10분간 연착 투쟁을 벌였다. 10분은 사고를 당한 지체장애인이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다리가 빠져 있었던 시간이다. 이 장애인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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