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탈시설조례 상임위 통과, 21일 본회의 앞둬
탈시설조례 제정, 서울시 스스로 약속하고 안 지켜
“서울시는 탈시설 당사자, 장애인 당사자의 말을 들어라”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탈시설 반대에 반대하는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도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예산을 마련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탈시설 반대에 반대하는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도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예산을 마련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14일 오전 11시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 서울시 장애인 100여 명이 집결해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의회에서 대한문까지 행진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를 외쳤다.

지난 5월 25일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했다. 이 발의안의 수정안이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오는 21일 열리는 제308회 정례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탈시설조례는 제정된다.

하지만 현재 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측에서는 “중증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다”며 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이날 발달장애인 권익옹호단체 피플퍼스트는 “탈시설 반대에 반대한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서울시협의회),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아래 서울시연합회),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도 합동으로 결의대회를 열고 탈시설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앞에는 탈시설조례 통과를 요구하는 농성장이 지난 5월 30일부터 설치되어 있다.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은 합동으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14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등은 합동으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 탈시설조례 제정, 서울시 스스로 약속하고 안 지켜  

탈시설조례는 서울시가 스스로 서울 시민과 한 약속이다. 지난해 3월 29일 서울시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8년간 864명 성공…전국 최초 조례 제정해 명문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서 서울시는 그동안 시행했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홍보하면서 탈시설조례를 연내 제정하겠다고 알렸다. 탈시설조례 제정의 이유로는 ‘정책 추진의 안정적인 기반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29일 서울시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8년간 864명 성공…전국 최초 조례 제정해 명문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는 ‘연내 조례 제정으로 탈시설은 장애인의 권리 명문화, 안정적 정책추진 뒷받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29일 서울시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8년간 864명 성공…전국 최초 조례 제정해 명문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는 ‘연내 조례 제정으로 탈시설은 장애인의 권리 명문화, 안정적 정책추진 뒷받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21년 연내 제정을 목표로 했던 서울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의원,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부모, 시민단체, 거주시설 관계자, 유관기관, 학계 및 현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왔다. 이유섭 서울시 장애인탈시설팀 주무관은 14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6개월간 진행된 민관협의체에서 법적 검토를 하느라 다소 늦어졌다”면서 “탈시설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분들도 있어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은 “탈시설조례 제정은 이미 2018년부터 장애계가 서울시에 요구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다. 지하철 시위할 때 시민들이 장애인들에게 듣기 힘든 욕을 한다. 이러한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명시한 탈시설조례가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형숙 서울시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서울시는 탈시설 당사자, 장애인 당사자의 말을 들어라”

2021년 장애인복지시설 일람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은 265곳, 이곳에서 3403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탈시설 당사자들은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하루빨리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탈시설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이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도 탈시설 장애인의 요구였다. 2009년 석암베데스다요양원(2021년 4월 30일 시설폐지)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8명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농성하며 자립생활 지원을 요구했다. 이른바 ‘마로니에 8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62일간 투쟁하며,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에게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는 자립생활주택, 탈시설 정착금, 탈시설 전담부서 설치 등을 시행했고,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마로니에 8인 중 한 명이었던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은 “20년 동안 시설에서 살다가 나왔다. 시설이라는 곳에서는 장애인이 인권유린을 당하고 구타를 당했다. 발달장애인은 침대에 붙들어 매고, 약을 먹여 재운다. 그 약에 중독돼 사망한 장애인도 봤다”라며 “장애인의 삶을 빌미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 시설 거주인, 거주인의 가족 뒤에 숨어서 시설을 유지하려는 시설 운영자들이다. 시설 밖에서 자유를 획득하는 것은 탈시설 당사자들이다. 그 누구도 당사자 없이 탈시설을 논하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마로니에 8인 중 한 명이었던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마로니에 8인 중 한 명이었던 김진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서윤기 의원이 탈시설조례를 대표발의하고 닷새가 지난 30일,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탈시설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시설장애인과 가족, 종사자를 모욕하는 조례 제정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김성은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서울시의회는 10년 전 자립생활조례를 제정했는데 탈시설조례는 복지시설협회 눈치를 보면서 제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서울시는 복지부보다 자립생활 정책 잘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정작 집단수용 정책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유롭고 행복할 권리는 나 개인(장애인 당사자)에게 있다. 국가와 정부, 시설운영자에게 있지 않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조례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형식 서울시연합회 회장은 서울시 탈시설조례 제정은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진 허현덕
진형식 서울시연합회 회장은 서울시 탈시설조례 제정은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진 허현덕

진형식 서울시연합회 회장은 “거주시설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탈시설조례를 반대하고 있다. 왜 부모들이 반대할까? 우리 자식들을 시설에 처박아 놓고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싶어서? 아니다. 우리사회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나와 살 기반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지역사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것, 그게 바로 탈시설조례다. 각자 운동방식이 다양하지만, 오늘은 탈시설조례를 제정하자는 하나의 마음과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가 열리는 장소에는 거주시설에 자녀를 둔 어머니 두 명이 탈시설조례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었다. 이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탈시설 반대에 반대하는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도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예산을 마련하라!”라는 피켓을 나란히 들어 응수했다. 

서울시협의회 등은 21일 열리는 본회의까지 매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결의대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거주시설에 자녀를 둔 어머니 두 명이 탈시설조례 반대하는 피켓을 들었다. 이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탈시설 반대에 반대하는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도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예산을 마련하라!”라는 피켓을 나란히 들어 응수했다. 사진 허현덕
결의대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거주시설에 자녀를 둔 어머니 두 명이 탈시설조례 반대하는 피켓을 들었다. 이에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탈시설 반대에 반대하는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도 자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 우리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예산을 마련하라!”라는 피켓을 나란히 들어 응수했다. 사진 허현덕
참가자들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서울시장애인탈시설지원조례 즉각 제정’이라는 글이 쓰인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참가자들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서울시장애인탈시설지원조례 즉각 제정’이라는 글이 쓰인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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