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탈시설조례 제정 앞두고 시설협회 ‘조례 철회 집회’ 예고
‘시설당 5명씩, 개인 연차 내고 집회 참석하라’ 공문 배포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연차 강요도 근로기준법 위반”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아래 서울시시설협회)가 거주시설장들에게 ‘탈시설 반대 집회 참석’ 공문을 보내면서 ‘시설당 5명씩 반드시 개인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석하라’고 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시설협회 측은 지난 16일 서울시장애인거주시설장 앞으로 ‘긴급업무연락’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서울시시설협회는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안’(아래 탈시설조례) 수정안이 최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된 상황을 알리며 탈시설조례 철회 요구 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집회는 20일(월)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까지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다.

문제는 서울시시설협회가 이에 대해 “각 시설별 최소 5명 이상 참석”을 요청하면서 “집회 참석자는 반드시 개인 연가 사용 후 참석”하라고 한 것이다.

서울시시설협회 측이 지난 16일 서울시장애인거주시설장 앞으로 보낸 ‘긴급업무연락’ 공문. 협조사항에 “각 시설별 최소 5명 이상 참석 요청-집회 참석자는 반드시 개인 연가 사용 후 참석 필요”라고 적혀 있다. 
서울시시설협회 측이 지난 16일 서울시장애인거주시설장 앞으로 보낸 ‘긴급업무연락’ 공문. 협조사항에 “각 시설별 최소 5명 이상 참석 요청-집회 참석자는 반드시 개인 연가 사용 후 참석 필요”라고 적혀 있다. 

서울시시설협회가 ‘직원 동원’까지 해가며 20일 무리하게 집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탈시설 조례 제정 여부가 결정나기 때문이다. 서울시시설협회는 줄곧 탈시설이 시설을 부정적인 곳으로 낙인찍고 있다며, 시설 또한 여러 주거 형태의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시설협회는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탈시설을 논함에 있어 실질적 당사자인 거주시설 거주 장애인과 그 가족을 배제하고,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편향적인 의견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결정 짓는 일방적 조례 제정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선량하게 일하는 다수의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와 장애인을 모욕하는 탈시설, 지역사회 정착 등의 단어 사용을 당장 중지하라”고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연차 강요도 근로기준법 위반”

그러나 업무와 무관한 집회 참석에 연차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법 위반이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18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집회 참석은 개인의 자유다. 참여가 자유롭다면 문제없겠지만, 협회에서 공문이 내려왔으니 시설에선 모집을 해야 할 텐데 이는 동원의 방식을 띌 수밖에 없고 직원들 입장에선 참여 안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시설의 직원 동원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되는데, 집회 참석은 업무와 무관하고 업무 적정범위를 넘어선다. 따라서 시설협회는 현재 직장 내 괴롭힘을 조장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에 따르면 연차는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집회 참석에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시 탈시설조례 통과를 앞두고 서울시시설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20~21일 양일간 서울시의회 앞에서 조례 제정 철회를 요구하는 탈시설 반대 집회를 연다. 이를 알리는 웹자보. 
21일 서울시 탈시설조례 통과를 앞두고 서울시시설협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20~21일 양일간 서울시의회 앞에서 조례 제정 철회를 요구하는 탈시설 반대 집회를 연다. 이를 알리는 웹자보. 

- 시설 종사자 상당수 ‘고용보장 된다면 탈시설 지지’

이러한 서울시시설협회의 입장에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17일 성명을 내고 “협회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하여 탈시설을 반대하는 태도야말로 사회복지계 전체를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규탄하고 있다.

이어 “진정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장애인의 안전이 우려된다면 충분한 서비스를, 노동자 고용이 걱정된다면 고용승계를 노동조합과 함께 요구해야 한다”면서 “협회가 나서서 조례 제정을 전면적으로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11월 거주시설 종사자 194명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고용보장 대책 마련을 위한 시설 종사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시설 종사자 상당수가 고용보장이 된다면 탈시설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조사를 보면 ‘고용보장과 탈시설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답한 이들이 78.9%(153명), ‘시설 유지’를 택한 이들이 16.5%(32명)로 나타났다. 조사 참여자 중 노조원은 60명(30.9%)이었으며 나머지는 비노조원이었다.

김호세아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차장은 “당시 조사에서 시설 유지에 대한 입장은 소수였으며 고용보장과 탈시설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개인 연차를 쓰면서까지 집회에 참석하고 싶은 종사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21일 열리는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장연과 시설협회는 20~21일 양일간 서울시의회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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