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현장
무더위 속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장례식도 열려
1일 오전 8시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또다시 출근길 지하철에 탔다. 4호선 서울역에서 출발한 활동가들은 상행선과 하행선 두 개조로 나뉘어 승객들에게 장애인의 권리를 외쳤다.
지난달 29일 전장연은 기획재정부와 간담회를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기재부에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권리예산은 장애인의 이동권·교육권·노동권·탈시설 권리를 위한 예산으로, 구체적으로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예산 국가 보장 △탈시설예산 807억 원 등을 말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번에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연은 기재부를 규탄하며 예고한 대로 제3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전개했다.
이날은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기 시작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2019년 7월 1일 문재인 정부는 31년 만에 장애인 정책이 크게 변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상은 기존 6개 등급으로 나뉘던 장애등급을 중증과 경증으로 이원화한 것에 불과했다.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던 약속도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폐지가 ‘가짜’라고 말하는 이유다.
지하철 투쟁을 마친 활동가들은 오전 11시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T4 장례식에 참석했다. ‘T4(티포)’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티어가르텐 4번지’를 의미한다. 이곳에는 1939년, 당시 히틀러 정권이 장애인 수십만 명을 집단으로 학살하고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T4 프로그램’ 사무국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에만 발달·중증장애인 자녀가 부모에게 살해당하고 그 부모는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례가 알려진 것만 7건에 달하자, 활동가들은 T4 프로그램이 자행되던 1939년과 지금의 한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역설했다.
전날 내린 폭우가 그치면서 서울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의 현장을 사진으로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