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장애계 뉴스 브리핑_7월

한국장애포럼은 국내외 장애계와의 지속적인 협력과 연대를 통하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의 이행을 촉진하고 장애인의 권리 실현과 통합적인 사회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장애단체들의 연합조직입니다. 한국장애포럼은 해외 장애계 뉴스 중 한국 장애계와 공유하고픈 뉴스를 뽑아 소개합니다.

1. 뉴질랜드, 장애부 ‘와이카하’ 신설

뉴질랜드 정부가 장애부(Ministry of Disabled People)인 와이카하(Whaikaha)를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는 영어, 마오리어, 뉴질랜드 수화를 세 가지 공식 언어로 지정한 최초의 뉴질랜드 부처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뉴질랜드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내의 부서로 분류되는 장애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일부 행정을 사회개발부와 공유합니다.

이전에 운영되던 장애 관련 사무국들을 통합한 이번 새 부처에는 장애 지원 서비스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추가 7억 3,500만 달러를 포함하여 약 20억 달러의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정부 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단일 창구를 제공하고, 접근권을 포함하여 장애 관련 지원을 관리하며 정책을 평가하고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의 예산과 의사결정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EGL(Enabling Good Lives) 프로젝트를 더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EGL 프로젝트는 뉴질랜드 정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사람의 욕구에 중점을 두고 장애 정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에 공식 출범한 와이카하는 40년 이상 변화를 위해 싸워온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의 승리를 의미하지만, 비장애인이 총책임자로 와이카하를 이끌게 될 예정이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기사 원문 : Ministry of Disabled People, Whaikaha, launches

-기사 원문 : Welcome Whaikaha: New disability ministry launches amid scepticism and hope

여성들이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낙태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피켓(Keep abortion legar)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Unsplash  
여성들이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낙태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피켓(Keep abortion legar)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Unsplash  

2. 미국 ‘로 대 웨이드’ 대법원판결에 장애인권도 위협받는다

지난달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미국 장애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의료적 응급 상황이나 심각한 태아 건강 이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임신 15주 이후에 행해지는 낙태를 금지하는 임신기간법을 통과시키자, 낙태시술제공기관인 잭슨여성건강기구가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주 법은 합헌이다’고 판결 내리면서 50여 년간 유지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이 판결에 따라 약 절반 이상 주에서 낙태 금지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폐 자기옹호 네트워크의 이사 줄리아 바스콤은 “오늘 대법원의 결정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바스콤을 비롯한 미국 장애 활동가들은 “미국에서 낙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를 종식하는 미국 대법원의 상징적 판결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특히 발달장애인이 성폭력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는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안전하게 임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립장애권리네트워크의 에릭 부엘만 사무처장은 “오늘은 임신중단의 권리이지만 내일은 결혼에 대한 선택이나 다른 종류의 재생산 건강에 대한 접근과 같은 또 다른 중요한 권리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그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권리를 대법원이 빼앗을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불확실성은 장애인을 포함한 미국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초 대법원 판결문 초안이 유출된 뒤 자폐 자기옹호 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미국 장애단체는 10쪽 분량의 사건기록(Memoir)을 발표했습니다. 이 글은 이번 판결이 장애인의 권리에 미치게 될 다양한 영향을 설명하고 있으며, 대법원이 오랜 관행에서 벗어날 경우 법체계에 일어날 불안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미국 장애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판결문의 초안을 거의 그대로 반영해 최종 판결문에 담았습니다.

-기사 원문 : With Roe Overturned, Advocates Fear Disability Rights May Be Next

- 대법원 판결문 초안문에 대한 장애단체의 제안서

3. 호주 장애위원회, 특수학교 유입 증가 원인 분석

호주의 학생(5~18세) 중 약 10%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89%는 통합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많은 수의 장애 학생과 그 가족이 특수학교를 선택하고 있는데요. 통합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학생이 특수학교를 선호하는 원인에 대해 호주 장애위원회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장애계와 교육계는 특수학교는 일종의 분리이며 학생의 인권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주 정부에서는 일반학교와 함께 특수학교를 계속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부모는 자녀를 특수학교에 등록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부 일반학교에서는 장애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입학을 거부하거나,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장애 학생은 또래보다 더 높은 수준의 따돌림을 경험하고 높은 비율로 퇴학을 당합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는 소규모 학급과 적절하고 전문적 훈련을 받은 교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특수학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사의 역량 또한 학교 선택의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 교사의 38%만이 장애가 있는 학생을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학생은 일반학교에서 더 나은 학업 성취도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는 미취학 아동의 언어 능력은 비장애인 또래와 한 교실에서 상호 작용할 때 향상됩니다. 전문 교육을 받은 교사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특수학교가 효율적이라고 여겨지지만, 학문적 발전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통합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은 중등 이후 교육받고 취업하여 독립적으로 생활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한편, 통합교실에서 교육받은 모든 학생은 편견을 덜 갖고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높은 수용력을 보입니다.

-기사 원문 : Why do students with disability go to ‘special schools’ when research tells us they do better in the mainstream system?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4를 알리는 화면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4를 알리는 화면 

4.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에 또다시 이용된 장애인 거주시설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시즌4에서 또다시 장애인 거주시설이 낙인의 도구로 이용되었습니다. 시즌1에 이어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4에서 ‘펜허스트 정신병원’이 재등장했는데요.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 ‘빅터 그릴’은 잔혹하게 가족들을 살인한 범죄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시리즈에 등장한 정신병원의 모티브가 된 ‘펜허스트(Pennhurst)’는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1867년부터 1993년까지 운영한 발달장애인 거주시설로, 약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만 명 이상의 장애인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이 건물은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가면서 ‘유령의 집’ 콘셉트의 관광명소로 이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데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존재로 묘사되고, 과거 장애인시설이 공포체험의 공간으로 악용되는 모습은 미국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한국 등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설화라는 인류의 비인권적 역사를 잊지 않고 시설 거주인이 경험한 피해와 트라우마를 왜곡 없이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같은 제작사뿐 아니라 모두는 시설화의 역사적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이를 보존해야 할 것입니다.

-기사 원문 : By naming ‘Pennhurst’, Stranger Things uses disability trauma for entertainment. Dark tourism and asylum tours do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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