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서에 이어 두 번째 거부
전장연 “장애인 차별하는 경찰은 왜 조사 안 하나” 규탄
용산서, 반성은커녕 피켓 붙이는 활동가 손목 낚아채기도
조사 거부 후 김광호에 ‘경찰서 장애인편의시설 전수 조사’ 요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혜화경찰서에 이어 용산경찰서 조사도 거부했다.
전장연은 19일 오전 10시, 용산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서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할 때까지 조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 “경찰의 현행법 위반은 왜 조사 안 하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날 용산서에 자진 출석했다. 혐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형법 186조 ‘기차, 선박 등의 교통방해죄’ 등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두 사람은 조사실이 있는 4층까지 갈 수 없었다. 용산서에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14일 혜화서 조사를 거부한 데 이어 용산서 조사도 거부했다.
박 대표는 혜화서와 마찬가지로 용산서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등편의법 6조는 국가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시행령 별표 2에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시설이 나오는데, 이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파출소, 지구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대상시설은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승강기 설치는 의무”라고 분명히 설명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8조에는 장애인 차별을 해소할 국가의 책무가 명시돼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는 차별받은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해야 하고,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박경석 대표는 “경찰은 현행법을 버젓이 위반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불러다 조사하나? 용산서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차별행위자다. 조사에 앞서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에 항의부터 하겠다. 용산서가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할 때까지 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형숙 회장은 경찰서 정문 앞 가파른 경사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휠체어 타고 올라오다 뒤로 넘어질 뻔했다. 용산서는 정문 앞 경사부터 깎고 장애인을 소환조사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정성웅 용산서 경감은 “오래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어렵다. 현재 청사 신축을 앞두고 있고 새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조사실은 1층에 따로 마련했다”는 입장만 밝혔다.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외면하는 국가는 왜 조사 안 하나”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 4일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지하철 선전전을 33차례 진행했다. 지난 3월 30일부터는 매일 아침 삭발투쟁을 진행 중이며 현재(19일 기준)까지 73차례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면이 길어지는 만큼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의 죄목도 쌓여가고 있다. 6월 말까지 36건의 사건으로 활동가 28명이 경찰에 출석요구를 받았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일반교통방해, 철도안전법 위반, 기차교통방해 등의 혐의다.
이형숙 회장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 장애인을 처벌하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구 끝까지 도망갈 생각도 없고 도망갈 교통수단도 없다. 모든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너무 억울하다.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는 경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왜 조사하지 않나?”라고 성토했다.
또한 이 회장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아무 데도 도망가지 않는다. 우리를 만나려면 매일 아침 8시에 삼각지역으로 오면 된다. 현재까지 백여 명의 장애인이 매일 아침 삭발투쟁을 하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추경호 장관이 이 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면 삭발투쟁과 지하철 선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항의 피켓 붙이려 하자 활동가 손목 낚아챈 경찰
박 대표와 이 회장이 조사 거부 의사를 밝힌 후, 전장연 활동가들은 관련 내용을 담은 종이피켓을 용산서 정문에 스티커테이프로 붙였다. 그러자 용산서 경찰들이 나와 강경하게 제지했다. 활동가들을 노려보고, 종이피켓을 쥔 활동가의 손목을 강제로 낚아채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이에 박 대표는 크게 분노하면서 “경찰서가 법을 위반하니까 우리가 항의하는 것 아닌가. 어차피 스티커테이프라 금방 뗄 수 있다. 우리가 알아서 수거할 것이다.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장애인 접근권 보장에는 전혀 민감하지 않으면서 종이피켓 몇 장 붙이는 것에 이렇게 예민하게 대응하나. 피켓 못 붙이게 제지하지 말고 용산서부터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향해 공문을 보냈다. 서울 시내 산하 경찰서와 파출소에 대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장연은 오는 25일 오전에는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할 예정이다. 종로서에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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