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증진 추진계획’ 밝혀
시군 이동지원센터 40% 지원 약속했으나, 예산 이유로 파기
31개 시군 특별교통수단 여전히 제각각 운영
저상버스 도입계획 지자체에 홍보도 안 해
경기장차연 “8월 3일까지 답변 달라”

22일 오전 경기도청 북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맞은편 청사 입구에 걸린 현수막에는 경기도가 보낸 ‘경기장차연 요구사항 부서별 추진계획(검토결과)’ 표가 보인다. 표 위에는 붉은 글씨로 “경기도는 장애인 이동권 약속을 이행하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슬하
22일 오전 경기도청 북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맞은편 청사 입구에 걸린 현수막에는 경기도가 보낸 ‘경기장차연 요구사항 부서별 추진계획(검토결과)’ 표가 보인다. 표 위에는 붉은 글씨로 “경기도는 장애인 이동권 약속을 이행하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슬하

경기도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해 추진하겠다던 계획을 뒤집은 가운데, 경기도 장애인들이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는 경기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 함께 경기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수원역 앞 버스를 점거하는 등 투쟁을 전개했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 신설·운영 △31개 시군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도비 지원 40%까지 확대 △경기도 내 운행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추진을 약속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예산 등을 이유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에 경기장차연은 22일 오전 11시 30분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청 북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면담을 요구했다.

- 이동지원센터 40% 지원 약속, 예산 탓하며 파기

지난해 경기장차연은 경기도를 상대로 7대 요구안을 내걸고 투쟁을 전개했다. 요구사항 7가지 중 3가지가 △수도권 전역 이동권 보장 및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 △시군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도비 지원 확대 △경기도 내 운행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100% 도입 의무화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된 것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이슬하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에 대해 경기도는 경기장차연에 공문을 통해 부서별 추진계획을 밝혀왔다. 우선, 시군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도비 지원 확대에 대해 경기도는 2021년 예산인 164억 원의 2배인 328억 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시군 이동지원센터 운영비의 40%를 도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1개 시군 지자체마다 예산 규모가 천차만별인 탓에 이동지원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경기도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는 40%를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올해 현재 이동지원센터 운영비를 시군별로 10%~23% 지원하고 있는 경기도는 40% 지원을 약속한 내년에 30%까지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권달주 경기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경기도에 가서 이야기하면 ‘각 시군 권한이다’고 하고, 지자체에 가서 이야기하면 ‘도가 운영비를 안 주니까 못 한다’고 한다. 우리는 탁구공처럼 왔다 갔다 21년을 반복했다”면서 “경기도가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지원에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편에 보이는 청사 기둥에 “경기도 특별교통수단 이용요금 단일화! 24시간 및 즉시콜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그 오른편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사진 왼편에 보이는 청사 기둥에 “경기도 특별교통수단 이용요금 단일화! 24시간 및 즉시콜 보장하라!”고 적힌 피켓이 붙어 있다. 그 오른편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됐지만, 여전히 31개 시군 제각각 운영

경기장차연은 경기도 31개 시군의 이동지원센터를 연계해 지역을 넘나드는 광역이동이 가능하도록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요구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양주에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했다. 2015년 ‘경기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가 개정되며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이 추가된 지 6년 만이었다.

그러나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는 반년이 넘도록 실질적인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경기장차연은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가 △특별교통수단 수도권(경기·서울·인천) 운행 △특별교통수단 등록·접수·연결 등 통합 및 이용요금 단일화 △즉시콜 및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경기도는 관련 예산을 반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시군마다 특별교통수단 등록 절차가 따로 있다 보니, 한번은 수원에 가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전화하니까 등록되지 않았다고 이용할 수 없다더라. 한 군데에 등록하면 적어도 경기도 내에서는 따로 등록하는 절차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힘줘 말했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 저상버스 도입, “예산 반영했으나, 지자체에 강제할 순 없어”

경기장차연은 경기도 내 운행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요구한 바 있다. 2020년 기준 경기도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14.1%(전국 평균 27.8%)로, 제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에 명시된 2021년 저상버스 목표 보급률 42%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이에 지난해 경기도는 부서별 추진계획에서 국비 지원 물량 500대 외에 약 390대의 버스를 도·시군비로 지원해 2022년에 총 890대의 저상버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시군 지자체는 이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영봉 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포천시청 담당자한테 전화하니까 올해 포천시에 저상버스가 몇 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31개 시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니, 관할 지역 버스 대·폐차 대수조차 파악이 안 되는 곳이 12군데나 됐다”고 분노했다.

한편 김동연 도지사는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20일 경기도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약속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사람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호흡과도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장애인에게 불편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쓰이는 재정은 도민 모두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우연 양주디딤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여기 이 청사 정면에 보이는 산 너머가 양주다. 차로 15분이면 오는 거리를 나는 한 시간 반이나 걸려 왔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으로 출발하기 전,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하려 했으나 오전 11시가 넘어서나 잡을 수 있다는 말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청사까지 온 것이다. 이 소장은 “이게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이라며 김 도지사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우연 양주디딤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우연 양주디딤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날 경기장차연은 김창욱 경기도 도로안전과장, 우병배 경기도 버스정책과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경기도 측은 △특별교통수단 수도권 운행 △특별교통수단 이용자 등록 간소화 △즉시콜 및 특별교통수단 24시간 운영에 대해서는 “이행하겠다”는 의견을, △시군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40% 도비 지원 △특별교통수단 이용자 등록 일원화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저상버스와 관련해서는 “국비 지원을 추가 요청해 올해 총 1156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으나, 집행 주체인 시군 지자체에 도입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차연은 검토 의견을 밝힌 사안들에 대해 다음 달 3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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