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후 출근길 지하철 투쟁 중단한 전장연
추경호도 책임 회피… “대통령이 나서야”
대통령실 민원실에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 접수
답변 없을 시 17일 지하철 투쟁 재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삭발식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그가 들어 보인 봉투에는 “수신 윤석열 대통령 / 장애인예산 OECD 평균 수준으로 증액 및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 촉구 공문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적혀있다. 사진 이슬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삭발식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그가 들어 보인 봉투에는 “수신 윤석열 대통령 / 장애인예산 OECD 평균 수준으로 증액 및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약속 촉구 공문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고 적혀있다. 사진 이슬하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윤석열 대통령의 응답을 촉구했다. 예산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검토하겠다는 말로 일관하자, 전장연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전장연은 8일 오전 8시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86차 삭발결의식을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 근처까지 행진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문을 민원실에 접수했다. 공문에는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고 우리나라 장애인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장애인복지지출은 0.6%로, OECD 평균인 2.02%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장연은 지난 1일 34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전개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이 어렵게 성사됐으나, ‘예산 요구를 다 들어주다가는 나라 망한다’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응답이 없을 시, 취임 100일을 맞는 17일 또다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일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에 탄 박경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으로 철창 수레 안에 자신을 가둔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지난 1일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에 탄 박경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그의 옆으로 철창 수레 안에 자신을 가둔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박경석 대표는 “우리는 윤 대통령 후보 시절과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공문을 전달했으나, 또다시 대통령을 찾게 됐다”면서 “최근 윤 대통령의 떨어지는 지지율은 국민의 삶이 고통스러움을 보여준다. 그 고통 속에 장애인이 있다. 더는 장애인을 방구석과 시설에 가두지 마라”며 장애인의 기본권을 외면한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박 대표는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고 밝혔지만, 장애인예산은 OECD 꼴찌 수준”이라면서 “부자 감세는 그렇게 신속하게 결정하면서 장애인예산은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21년 기다렸으면 충분히 기다렸다.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삼각지역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날 삭발투쟁을 한 박주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맨 앞 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전장연 활동가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삼각지역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날 삭발투쟁을 한 박주원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맨 앞 오른쪽)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이슬하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할 공문을 든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그의 옆으로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이 제3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예고하는 용와대 행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지나가고 있고, 멀리 대통령실 청사가 보인다. 사진 이슬하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할 공문을 든 채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그의 옆으로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이 제3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예고하는 용와대 행진”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지나가고 있고, 멀리 대통령실 청사가 보인다. 사진 이슬하

한편, 여름휴가를 마치고 이날 복귀한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의 답변이 없으면 17일 오전 7시 30분부터 4호선과 5호선 등에서 지하철 연착 투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박경석 대표와 이형숙 회장이 민원실에 공문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제공
박경석 대표와 이형숙 회장이 민원실에 공문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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