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사건 잇따라
폭우 때문에 반지하 거주하던 발달장애인도 사망
서울부모연대, 발달장애인 지원정책 재차 요구
오세훈, 요구 외면하더니 되레 시설입소 권장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절규에 서울시는 응답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서울부모연대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죽음으로 내몰리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절규에 서울시는 응답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서울부모연대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또한 지난 8일 쏟아진 폭우 때문에 반지하에 거주하던 두 가구의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아래 서울부모연대)는 2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효적인 발달장애인 지원정책을 내놓지 않는 서울시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서울부모연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책임을 방기했다. 서울시가 발달장애인과 가족에게 학대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현장. 한 활동가가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라 적힌 작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서울부모연대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현장. 한 활동가가 ‘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라 적힌 작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서울부모연대

지난 5월 27일, 발달장애 자녀를 둔 서울부모연대 회원 19명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삭발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서울시에 제출한 면담 요구안에는 △재가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자치구당 10호씩 우선 공급 및 주거서비스 구축 △서울형 도전적 행동 지원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발달장애인 부모의 요구를 외면한 채 단 한 차례도 면담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재가발달장애인만을 위한 지원주택은 제공할 수 없다’며 요구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각 구청에 보낸 공문. "지역사회 자립을 원하는 입소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동시에 시설의 정·현원 상황을 고려하되 권한있는 기관으로부터 입소적합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관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가 각 구청에 보낸 공문. "지역사회 자립을 원하는 입소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동시에 시설의 정·현원 상황을 고려하되 권한있는 기관으로부터 입소적합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관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게다가 서울시는 탈시설·자립생활의 핵심인 지원주택 제공은 거절하면서, 장애인거주시설 입소는 권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가 지난달 25일, 각 자치구 장애인과에 발송한 공문을 보면 “시설입소 적합판정을 받은 장애인의 입소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관리하라”며 신규입소를 허용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는 지난 6월 21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 발송한 것으로, 조례의 취지와 상충한다.

서울부모연대는 이 같은 상황을 규탄하며 “발달장애인은 부모나 가족이 부양해야 할 존재가 아닌, 지역에서 자립해 스스로 존엄한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가족은 부양의 굴레를 벗어나 각자의 삶을 꾸려내야 한다”며 “서울시가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지원할 책무를 다하길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시에 △장애인거주시설 입소 방지 △재가발달장애인 지원주택을 자치구별로 10호씩, 연간 250호 제공 △활동지원시간 추가, 자립정착금 지급 △행동증진센터 설치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설치 △피플퍼스트센터 지원 확대 △서울형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을 촉구했다.

한 활동가가 ‘발달장애인 권익옹호, 도전적 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 행동지원 강화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서울부모연대
한 활동가가 ‘발달장애인 권익옹호, 도전적 행동이 있는 발달장애인 행동지원 강화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서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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