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차 삭발결의자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박철균 조직국장이 ‘21년 외쳤다’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이 ‘21년 외쳤다’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양유진
118차 삭발결의식 현장. 활동가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 양유진
118차 삭발결의식 현장. 활동가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 양유진

저는 참 양면적인 사람이에요. 부모님에게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편애처럼 받았어요. 그로 인해 집에서는 응석받이가 되어 누나들을 너무 힘들게 했어요. 소위 말하는 가해자였어요.

한편으론 흔히들 말하는 일반적인 ‘사내아이’ 같지 않은 성격과 행동 때문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선생님이나 동급생에게 싫은 사람 취급을 받았어요. 심지어는 또래 남자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했어요. 6학년 때는 아예 ‘표적’이 되어 여자 동급생에겐 ‘더러운 아이’로 집중적인 배제를 당한 피해자이기도 해요.

초중고 통틀어서 친한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그중 몇 명에겐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했어요. 아, 중3부터 고2까진 특정 남학우에게 폭력적인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네요. 그러면서 저 역시 왕따당하는 다른 친구를 멀리하거나, 그에게 못된 말을 했던 가해자였어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던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돌이켜 봅니다.

나는 왜 인권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까지 활동가의 삶을 어떻게 이어 와서 삭발까지 하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어릴 때 얘기를 꺼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화가 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했어요. 사람에 대한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그럼에도 사람을 사랑하거나 사랑받고 싶었고, 좋아하거나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고, 아끼고 싶었고, 함께 웃기를 너무나 바랐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받거나 화를 내게 만드는 사람이 되기 싫었고,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삭발을 하기 위해 가운을 두른 박철균 조직국장. 사진 양유진
삭발을 하기 위해 가운을 두른 박철균 조직국장.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양유진

그렇게 나는 어쨌든 혼자 방구석에 처박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쯤 효순·미선 사건을 만나고, 강정마을 구럼비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가해자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누구든 간에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저는 활동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장연은 내 인생 세 번째 활동 터전입니다. 상근 활동을 처음 시작하자마자 사거리를 막고 사다리를 매는 장애인 투쟁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활동 처음부터 휘몰아치는 투쟁강도에 매우 놀랐지만, 점점 장애인 운동에 스며들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들리지 않는 사회적 소수자의 외침에 저 역시 함께해야 한다고 마음이 외쳤습니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비장애인 시민은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지역에서 생활할 권리 등을 숨 쉬듯 당연하게 누려왔습니다. 이 같은 일상의 희로애락에서 누군가는 장애인, 가난한 사람, 홈리스라는 이유로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속상함이 밀려왔습니다.

때로는 활동 속에서 여러 힘듦과 고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활동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이 있기에 30대 대부분을 장애인 운동에 함께했습니다.

삭발 중인 박철균 조직국장. 사진 양유진
삭발 중인 박철균 조직국장.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의 삭발이 거의 마무리됐다.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의 삭발이 거의 마무리됐다. 사진 양유진

윤석열 대통령,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권성동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정치인, 아예 ‘일반인’의 피해 운운하며 장애인을 대놓고 차별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들으십시오.

장애등급제 폐지 서명 운동을 할 때 동료 활동가가 한 시민에게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시민은 님들처럼 예산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장애인에게 주냐”고 얘기했습니다. 그때 동료 활동가는 딱 한 마디를 했습니다. “저는 그저 제 소중한 친구와 동료를 더는 죽음으로 잃고 싶지 않습니다.”

님들은 200일 넘게 온갖 혐오발언을 들어가며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에게 ‘불법시위’라는 것 먼저 얘기합니다. 우리 목소리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틀어막으려 합니다. 그 전에 여기 있는 장애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먼저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장애인탈시설지원법 등 장애인권리법안 제정, 장애인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활동지원서비스 보장… 이 모든 이야기는 거창한 얘기가 아닙니다.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죽지 않고 함께 살고 싶다는 절규입니다. 왜 듣지 않습니까?

집에 처박혀 있거나 평생 시설에 갇혀 폭력으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님들과 똑같이 일상을 누리면서 일생을 보낼 권리를 달라는 것입니다. 뭐가 그리 어렵고 특권이란 말입니까? 우리를 차별하고 혐오하고 갈라치기 하기 전에 함께 살고 싶다는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삭발하며 절규한 사람이 지금까지 약 200명입니다. 더는 외면하지 마십시오.

삭발을 마친 박철균 조직국장이 머리에 띠를 둘렀다. 사진 양유진
삭발을 마친 박철균 조직국장이 머리에 띠를 둘렀다.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양유진
박철균 조직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양유진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의 목소리가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장애인도 함께 일하고, 이동하고, 노동하고, 교육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이 아닙니다. 천년만년 기다려야 할 일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바람을 오늘 삭발함에 담습니다. 우리가 마침내 누구도 배제되지 않을 세상을 만들 거란 바람을 오늘 삭발함에 담습니다.

오늘은 혜화역 선전전 200일째입니다. 여러분, 함께 계속 나아갑시다. 우리의 길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세상은 마침내 해방을 맞이할 것입니다. 앞으로 제 머리에서 다시 자라날 머리카락처럼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가 점점 자라날 수 있도록 함께합시다. 투쟁!

지하철 안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는 박철균 조직국장. 사진 양유진
지하철 안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는 박철균 조직국장. 사진 양유진
혜화역. 박철균 조직국장 뒤로 뜯겨나간 피켓들이 보인다. 사진 양유진
혜화역. 박철균 조직국장 뒤로 뜯겨나간 피켓들이 보인다. 사진 양유진
‘투쟁’을 외치는 박철균 조직국장의 뒷모습. 사진 양유진
‘투쟁’을 외치는 박철균 조직국장의 뒷모습. 사진 양유진

 

관련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