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부 탈시설로드맵, 강력한 반대” 입장 표명
‘탈시설 권리 보장’ 기원하는 수요미사 연 장애계
매주 오후 2시, 명동성당 앞에서 진행 “탈시설에 연대하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장애계가 매주 수요일 2시,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탈시설 권리 보장을 기원하는 탈시설 수요미사’를 드리기로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6일 오후 2시, 첫 번째 수요미사를 드리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사 시작 전부터 30여 명의 경찰병력이 미사 장소를 둘러싸고 삼엄한 경계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 천주교 ‘탈시설 반대’ 입장문 발표 “시설에서 살 권리 침해 말라”
천주교의 ‘탈시설 반대’는 굳건한 상황이다. 지난 8월 탈시설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연 이후 장애계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6일 오전 11시 서울시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로드맵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경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 15개 교구와 수도회 연합체가 연명한 이번 입장문에서 천주교 측은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더불어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고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토론회에서 우회적으로 탈시설 반대를 표명했던 것과 달리 강한 어조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이 “집중적인 돌봄과 보호가 필요함에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지원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어려움에 놓여 있는 중증발달장애인, 최중증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어려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정책”이라면서, ‘시설에서 살 권리’를 주장했다.
천주교 측은 시설 거주가 중증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면서 탈시설로드맵은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없애고 오로지 온전한 자립만을 강조하는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장애인 탈시설화’ 이전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부터 제시”하라면서,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 부족을 탓하기도 했다.
나아가 “발달장애인 부모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새로운 방향의 탈시설로드맵을 구축하라”면서 장애인 자녀를 시설에 보내고 싶은 부모의 입장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천주교회가 공인한 국내 복지기관은 2020년을 기준으로 총 1286개다. 이중 장애인거주시설은 175개에 달한다. 시설폐쇄가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천주교 측의 이권과 맞닿아 있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존엄’보다 ‘거주시설 원장들로 구성된 신부들의 이권 지키기’를 택한 것이다.
- 천주교 입장문 반박하는 신자들 “지금 당장 탈시설 함께 외쳐라”
천주교 신자인 세례명 율리아나 씨는 미사에서 천주교 측 입장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율리아나 씨는 “천주교는 장애인을 시설에 가둘 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천주교는 장애인 탈시설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장애인이 차별당하는 현실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자녀가 심한 도전적 행동을 할 경우 그 부모가 시설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천주교 입장에 대해서는 “천주교는 통제가 어려운 도전적 행동을 하는 장애인이 거주시설 안에서 어떻게 통제되는지 알고 있나? 본인의 욕구를 강하게 표현하는 발달장애인을 남성생활지도원, 공익요원 등이 폭력적으로 제압한다. 말만 독립공간이지 창고 같은 데 가두는 일도 있었다”며 “그래서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율리아나 씨는 “탈시설을 반대하는 지금의 천주교는 신자의 한 명으로서 부끄럽다. 천주교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와 정책이 뭔지 우리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천주교가 입장문에서 “정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천명하는 인간 존엄성의 정신과 가치를 올바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실천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 미사에서는 이를 바로잡는 강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강론을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 5호 1~2번을 해설했다. 이 대표는 “1번에는 ‘역사적으로 장애인은 그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을 부정당했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선택권은 시설에서 살 선택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자원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투자되기보다 시설에 투자됐다’며 오히려 시설을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번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를 ‘모든 장애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하고 통제할 자유를 갖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포용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의 ‘선택’ 또한 시설에 갇혀 쓰레기 같이 사는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게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사는 선택지를 봉쇄당한 채 시설에 살기로 동의했다면 그건 강제된 동의다”라고 강론했다.
박철균 전장연 조직국장은 “천주교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 대구시립희망원에서 30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람이 시설에 수용돼 죄 없이 죽어간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천주교가 탈시설에 반대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탈시설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부정하는 천주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매주 수요미사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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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장애인 가정에서 시설입소도 못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고 이 부모들도 점점 나이가 들어서 차라리 동반자살을 하게 해달라는 판국에..그나마 운좋게 시설에 입소해서 이제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시설폐쇄라니요.
당신네들이 주장해야 할 건 시설 장애인이 아니고 지금도 어렵게 장애인 자식, 장애인 부모를 돌보면서 지역사회에서 숨죽여 지내고 있는분들이요
제발 현실을 직시하고 공부도 좀 하시고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도 좀 하시고 좀 알고나 장애운동을 하든 기사를 쓰든지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