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예산 중 복지부 소관 예산 대부분 수용돼
전장연, 환영의 뜻 밝히며 지하철 투쟁 유보
국민의힘에는 “17일까지 면담 응하라”고 요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장애인권리예산 증액 요구안을 대부분 받아들이기로 의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주 5일 내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었으나, 유보하기로 했다.

장애인과의 면담을 거듭 무시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향해서는 17일까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했다. 전장연은 14일 오전 8시,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면담 약속을 해놓고 아직 응답이 없다. 17일까지 기다린 후 18일에 지하철 투쟁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전장연 활동가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국회 복지위, 복지부 예산안 대부분 수용

복지위는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진행하고, 10일 오후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전장연이 11개월간 지하철 투쟁을 하며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 중 복지부 예산안이 대부분 반영됐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정부안보다 5500억 원 증액된 2조 5400억 원으로 의결됐다. 활동지원서비스 수가는 1만 5570원에서 1만 7천 원으로, 정부안보다 1430원 늘었다. 전장연은 오랜 기간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를 지적해오며, 활동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의 안정화, 활동지원사 처우개선을 위해 수가 인상을 요구해 왔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는 정부안 11만 5천 명에서 2만 명 늘어, 13만 5천 명으로 확대됐다.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사 매칭 활성화를 위한 가산수당은 3천 원에서 5천 원으로 2천 원 늘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이 늘어나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백인혁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지난해 활동지원 수가가 자연증가분만 반영된 것과 달리 내년도 예산안에는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수, 가산수당도 확대됐다. 끈질긴 투쟁의 성과”라고 말했다.

탈시설 시범사업 예산도 대부분 반영돼 정부안보다 179억 원 늘어난 220억 원으로 의결됐다. 시범사업 대상자는 올해 200명에 이어 내년에도 200명이다. 또한 정부는 탈시설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 추가 시간을 월 80시간 주기로 했는데, 복지위가 240시간으로 늘리고 이를 위해 51억 원을 증액했다.

이외에도 △자립정착금 1천만 원씩 600명 △주거유지서비스 50억 9300만 원 △건강검진, 심리, 치과 치료비 8억 원 △보조기기 및 IoT(사물인터넷) 지원비 2억 5700만 원 △시범사업운영비(제도개선 연구비) 6억 5천만 원 등이 증액됐다.

이번 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동권 예산안 심사를 한다. 활동가들이 국회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와 방과후활동서비스는 정부안 2527억 원보다 1071억 원 늘어난 3598억 원으로 책정됐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에는 156억 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정부안 73억 원보다 83억 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발달장애인 전수조사에 40억 원이,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치·운영에 171억 원이, 뇌병변장애인 지원에 56억 원이 새로 편성됐다.

반면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 중 지원주택 예산안 2278억 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원주택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4월 ‘주거약자 주거유지 지원서비스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지난해 6월 복지위에 상정된 후 본격적인 국회 논의는 진행된 적이 없다.

한편 복지위는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 예산 또한 증액했다. 학대피해장애아동쉼터 추가 설치비와 운영비를 포함해, 정부안 6346억 원보다 492억 원 늘어난 6838억 원이 편성됐다.

박경석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전장연 “국민의힘은 17일까지 응답 달라”

전장연은 복지위가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을 일부 수용함에 따라, 이번 주 5일 내내 전개할 예정이었던 지하철 투쟁을 유보하기로 했다. 14~15일에는 삼각지역 삭발결의식과 혜화역 선전전만 진행하며, 수능시험 예비소집일과 시험 당일인 16~17일에는 삭발결의식과 선전전 모두 진행하지 않는다.

박경석 대표는 “야당의 노력으로 복지부 소관 예산이 복지위에서 의미 있게 통과됐다. 오늘(14일)부터 이틀간 마지막 심정으로 삭발식과 선전전을 진행한다. 우리의 호소는 시민 여러분이 잘 들으시고 함께 풀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걸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17일까지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응답이 없으면 그때 전장연의 행보를 결정해 발표할 것이라 말했다. 박 대표는 “야당은 장애인권리예산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반영했다. 국민의힘만 여전히 ‘검토한다’며 면담에 응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국민의힘에 촉구한다. 17일까지 면담에 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제 장애인권리예산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동권), 환경노동위원회(노동권), 교육위원회(교육권) 등 상임위원회 심사와 의결이 남아있다.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아래 예결특위)로 간다. 예결특위가 의결하면 본회의 의결을 거친다. 이때 증액하는 예산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복지위에서 의결된 예산은 예결특위로 넘어간 것이므로, 예결특위와 추 장관의 동의, 본회의 의결까지 거쳐야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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