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삼각지역 승강장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촉구
“장애인콜택시 한 대당 운전원 두 명으로 증원하라”
주호영 면담 불응 시 21일부터 다시 지하철 투쟁

송은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사진 가운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사진 복건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4~15일 양일간 진행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아래 국토위) 예결소위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특별교통수단(아래 장애인콜택시) 운전원 증원을 요구하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면담에 나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5일 오전 8시 서울 삼각지역 승강장 앞에서 진행되는 지하철 선전전을 앞두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 장애계, 국회 상임위 예산심의 기다리며 지하철 투쟁 유보

전장연 활동가들은 전날인 14일에 이어 이날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유보했다. 지난 10일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이 일부 수용되자, 이번 주 내내 예정돼 있던 지하철 투쟁을 잠시 멈추기로 한 것이다.

대신 전장연은 이날 출근길 선전전과 삭발 투쟁을 지속하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국회에 거듭 촉구했다. 14일부터 18일까지 국회 국토위, 환노위, 교육위에서는 각각 장애인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예산이 논의될 예정이다.

장애계에서 요구하는 내년도 국토부 예산별 지원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사업(아래 교통약자 사업), 주거급여 지원사업,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지원사업이 그것이다. 전장연은 그 중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교통약자 사업 중 장애인콜택시 운영비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정부 예산안으로 편성된 장애인콜택시 운영비는 총 237억 원이다. 이는 유류비, 유지비 등 차량관리비를 포함해 차 한 대당 1,9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한 금액으로, 운전자와 콜센터 노동자의 인건비는 제외됐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혜화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사진 복건우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장애인콜택시 예산 증액을 촉구하며 “법정 대수는 확장됐지만 운전원 수가 너무 적다. 최소한 하루 8시간 근무를 교대로 할 수 있는 인력이 보장돼야 한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희가 장애인콜택시 운전원 예산까지 요청했는데 예산 당국(기획재정부)에서 잘랐다”면서 “(예산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나머지 장애인 이동권 관련 수단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기재부가 앞서 삭감한 장애인콜택시 운영비의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의 법정 대수(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 충족률은 83.4%에 그치며, 차 한 대당 운전원 수 역시 부족해 콜택시 대기시간이 30분을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계는 장애인콜택시 운영비 1,437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차 한 대당 두 명의 운전원 인건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려면 장애인콜택시 운전자 두 명이 각각 하루 8시간씩 근무해 한 대당 16시간 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예산안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혜화역 승강장에 도착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피켓을 들어 보이며 지하철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복건우

- 장애인콜택시, 저상버스, 시외‧고속버스 휠체어 리프트 요구… 21년 싸웠다

전장연은 장애인콜택시 외에도 저상버스 도입 보조 1,610억 원, 교통약자 장거리 이동지원 25억 원 증액을 국회에 요구했다. 이는 각각 시내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시외‧고속버스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하는 데 필요한 예산액으로, 장애인들이 21년간 이동권을 외치며 싸워 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은 장애계가 아침 삭발 투쟁을 한 지 132일, 출근길 지하철을 탄 지 229일째 되는 날이다. 지하철 선전전을 마치며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 모인 전장연 활동가들은 장애인권리예산을 의결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책임을 강하게 촉구했다. 박경석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공개적으로 예산안 통과를 약속한 만큼 국민의힘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여부에 대한 답변을 조속히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토위에서 의결된 장애인 이동권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된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전장연은 “수능 예비소집일과 수능 당일인 16~17일에는 출근길 선전전과 삭발 투쟁을 잠시 중단한다”면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까지 면담에 응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은 21일부터 삼각지역 승강장에 모여 강도 높은 지하철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이날 지하철 선전전 이후 혜화역 승강장에 모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은 장애인권리예산을 의결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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