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 22주기 지하철행동
시작도 전에 경찰·코레일 측 제지로 탑승 거부당해
민변 인권감시단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검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서울역·오이도역에서 지하철행동을 재개했다. 지하철 탑승 시도는 지난 2일과 3일 서울시와 경찰의 탑승 거부 조치 이후 17일 만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이도역에서 한국철도공사(아래 코레일) 직원과 경찰에 가로막혀 3시간가량 탑승을 제지당했다.
전장연 활동가 40여 명은 20일 오전 오이도역 승강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에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면담을 촉구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2년간 이동권을 외쳤지만 장애인은 아직도 갖은 차별과 배제를 당하며 마이너스의 삶을 살고 있다”며 “우리는 ‘기재부 공화국’을 멈춰 세우고 서울시와 다시 한번 만나 장애인권리예산을 논의할 것이다. 장애인도 고향에 내려가고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발언자로 나선 김선영 나무를심는장애인야학 교장은 “우리에게는 22년 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를 타다 돌아가신 슬픈 역사가 있다. 여전히 오이도역에 엘리베이터가 한 대뿐인 상황에서 이동권을 외치는 장애인의 절박한 마음을 ‘불법’, ‘무정차’, ‘탑승 거부’ 같은 말로 가두지 말라”고 했다.
오는 22일은 오이도역에서 70대 장애인 노부부를 태운 수직형 리프트가 추락한 지 22년째 되는 날이다. 설을 맞아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그때부터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와 지하철을 막고 버스를 점거했다. 지난 2021년 12월 국회와 정부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촉구하며 시작된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은 22년 전 지하철 투쟁과 정확히 포개진다.
기자회견을 마친 전장연은 8시 27분께 지하철행동을 시도했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코레일 직원과 경찰에 가로막혀 탑승을 거부당했다. 이들은 오이도역(진접 방면)에서 지하철 1호선 금정역으로 이동한 뒤 서울역에서 다시 4호선 삼각지역으로 갈아탈 계획이었지만, 3시간 넘게 열차에 타지 못하고 승강장 앞에서 대치를 지속했다.
오이도역장은 30초~1분 간격으로 “퇴거하지 않으면 열차 탑승을 거부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행동에 앞서 애플리케이션 ‘또타지하철’을 통해 ‘전장연 시위가 진행되는 역사를 무정차 통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이날 역사에 기동대 400여 명을 미리 투입했고, 코레일은 직원 30여 명을 승강장 출입문 앞에 줄지어 배치했다.
권 대표가 9시 3분께 역사로 들어오는 지하철 탑승을 재차 시도하자, 경찰은 곧바로 방패를 세워 휠체어가 이동하지 못하게 막았다. 오이도역장은 “공사 직원의 퇴거 조치에 따르지 않았으니 지금 즉시 역사 밖으로 퇴거해달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대치가 계속되자, 활동가들은 준비해 온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경찰과 코레일 직원을 향해 “비장애인만 시민의 권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만 타는 ‘시민권 열차’에 장애인도 탑승시켜달라”고 외쳤다.
9시 50분께 코레일은 전장연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열차 안에서 앰프와 선전물을 사용하지 않고, 탑승 도중 승하차하지 않고, 몸자보를 입지 않는 조건으로 지하철 탑승을 허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비마이너에 “난동을 부리지도 않았고 단지 구호를 외치는 집회임에도 코레일은 명확하지 않은 근거를 들며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비롯해 각종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변은 앞서 지하철 행동이 예정된 삼각지역·서울역·오이도역에 각각 5명 안팎의 인권감시단을 급파했다.
코레일의 요구안을 수용한 전장연은 11시 26분께 들어오는 진접 방면 열차를 타고 삼각지역으로 이동해 오후 2시부터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열차 안에서 별다른 소요는 발생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