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홈 개소 및 24시간 활동지원 약속
내년까지 경기도형 지원주택 모델 도입도
김미하 씨 “약속 이행 믿고 지켜볼 것”

김미하 씨와 부모연대 활동가들이 경기도청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현수막에 “김동연 지사님,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피 맺힌 절규가 들리지 않으십니까?”라고 적혀 있다. 사진 박정수
김미하 씨와 부모연대 활동가들이 경기도청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현수막에 “김동연 지사님,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피 맺힌 절규가 들리지 않으십니까?”라고 적혀 있다. 사진 박정수

경기도가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김미하 씨의 발달장애 자녀 전지우(지적장애·가명·28) 씨와 전태민(자폐성장애·가명·24) 씨에게 주거유지 돌봄체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유방암 4기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길어야 1년 정도 살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다. 자신이 사망한 후 자녀가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히게 될까 봐 경기도청, 의왕시청 등을 뛰어다니며 자녀의 주거유지 돌봄체계를 요구했다.

지난해 8월부터 김 씨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와 함께 투쟁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왕시와 거듭 면담했지만 주거유지 돌봄체계를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부모연대는 8일 오후 2시, 경기도청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김미하 씨가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박정수
김미하 씨가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박정수

김 씨는 집회에서 “지우와 태민이는 경기도에서 무려 20년 거주한 경기도민이다. 내가 암으로 사라지고 없을 때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는 거다. 내 자녀들 같은 발달장애인에게는 목숨이나 다름없는 지원책”이라며 “발달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해, 도청 바닥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도지사님 뵙기 전까지 집에 안 가겠다”며 울부짖었다.

김 씨를 비롯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눈물로 릴레이 발언을 이어가던 도중, 경기도와의 면담이 시작됐다. 오후 3시경 시작된 면담은 8시 30분까지 장시간 진행됐다.

조경미 부모연대 운영지원국장에 따르면, 김능식 복지국장과 김상수 비서실장은 △의왕시에 체험홈 1곳을 개소해 주거 지원 △남매 모두 추가 활동지원시간 편성해 24시간 공백 없는 돌봄 지원(재원은 보건복지부, 경기도, 의왕시가 공동으로 마련) △늦어도 내년까지 경기도형 지원주택 모델 도입 △발달장애인 정책 시행과 관련한 민관협의체 구성 △3월 24일 전까지 김 도지사와의 면담 추진 등을 약속했다.

약속이 이행되면 지우 씨는 체험홈에서, 태민 씨는 현재 거주하는 자택에서 24시간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예정이다. 향후 지원주택에 입주해 주거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경기도청 로비 바닥에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여기가 내가 죽을 곳, 내 자녀가 살아갈 곳”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박정수
경기도청 로비 바닥에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여기가 내가 죽을 곳, 내 자녀가 살아갈 곳”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박정수

김 씨는 9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만족스럽다.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쯤이면 두 자녀 모두 지원주택에 입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하는 건 다 해결이 됐다”며 “가장 큰 성과는 발달장애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가 도내 발달장애인의 안전과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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