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철폐의 날’ 1박2일 투쟁 이틀째
광화문역·회현역 승강장에서 열차 탑승 시도
10시 서울시청 서편에서 ‘마무리 보고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지하철행동은 세상에서 목소리가 없다고 여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지하철행동은 세상에서 목소리가 없다고 여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 경찰들이 출입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 경찰들이 출입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도 지하철 태워주세요! 장애인도 지하철 태워주세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를 비롯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공투단)’이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과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출입문 앞에서 이들의 탑승을 제지하며 가로막았다.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기해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활동가들은 20~21일 서울시청 서편 도로에서 1박2일 노숙 농성을 벌였다. 이날 아침 출근길 광화문역 승강장에서는 서울·인천·충북 지역 활동가들이, 회현역 승강장에서는 경기·경남·대구 지역 활동가들이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다.

전장연은 지난 3월 23일부터 이동권 예산, 그중에서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예산만이라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해달라며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전장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아침 광화문역과 회현역에서 출근길 지하철을 타겠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시민권 열차에 탈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교통공사 보안관 너머 열차 안으로 국화를 던지려 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서울교통공사 보안관 너머 열차 안으로 국화를 던지려 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 420공투단 광화문역에서 경찰과 40분 대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광화문역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주십시오.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오전 8시 46분께 광화문역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하행선(군자·왕십리 방면) 열차를 타려 했으나, 출입문 앞에 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에 의해 제지당했다. 전장연은 경찰 및 지하철 보안관과 출입문 앞에서 40분가량 대치했다.

활동가 70여 명은 승강장 1-1부터 2-4 앞에 멈춰 선 열차 안으로 하얀 국화를 던지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장애인도 지하철 태워주세요!” “(장애인권리)예산을 배정하라!”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사과하십시오!”라고 돌림노래처럼 외쳤다. 420공투단은 자신들을 배제하고 내달리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대해 ‘장애인 권리는 죽었다’며 하얀 국화로 조의를 표했다.

광화문역장은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시기 바란다. 퇴거 불응 시 공사는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열차 운행 방해 불법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며 무정차 통과를 예고하는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몸자보를 입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활동가들이 출입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몸자보를 입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활동가들이 출입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각각 방패와 이동식 안전발판을 세워 들고 휠체어 탄 활동가의 탑승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하민지
21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각각 방패와 이동식 안전발판을 세워 들고 휠체어 탄 활동가의 탑승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하민지

- 회현역 경고 방송… 지연은커녕 접근조차 못해

420공투단 활동가 150여 명이 집결한 4호선 회현역에서도 탑승은 불가능했다. 이들은 8시 20분부터 양방향 통로 한가운데에서 열차를 타게 해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방패로 무장한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출근길 시민의 보행마저 통제하며 활동가들에게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다 함께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마자 회현역장의 경고 방송이 시작됐다. 회현역장은 “시위대는 철도 종사자의 정당한 퇴거 지시를 거부하고 있는 바, (서울교통)공사는 관련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쉴 새 없이 방송을 지속했다.

회현역장이 방송하는 동안, 장애인이 열차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안내 방송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회현역은 방송을 송출하면서 “현재 저희 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열차 운행이 상당 시간 지연될 수 있으며 무정차 통과될 수 있다. 역사 이용에 참고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열차 지연은커녕 안전문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었다.

420공투단은 8시 20분부터 9시 20분까지 1시간 동안 시민 호소문을 함께 읽으며 “비장애인만 타는 시민권 열차에 탑승시켜 달라”고 외쳤지만 결국 ‘오늘(21일)도’ 탑승하지 못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 호소문을 이제 달달 외울 것 같다. 언제까지 외쳐야 탑승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탑승할 때까지 함께 외칠 것을 포기하지 말자”고 독려했다.

420공투단은 9시 30분께 두 역사에서 탑승 시도를 마무리하고 서울시청으로 이동했다. 장애·시민사회계 213개 단체가 참여하는 420공투단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편 도로에서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보고대회’를 열고 국회에 상반기 내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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