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명동역·여의나루역서 10분씩 지연
공사, 장애인 끌어내며 휠체어와 분리시켜
시민 혐오발언도 극에 달해… “병신들 또 기어 나왔네”
열차 지연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환승시간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과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을 당하고 있다. 공사 직원은 두 사람의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냈다. 이 때문에 문 소장이 휠체어에서 분리됐다. 문 소장은 이 회장 뒤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공사를 규탄하는 중이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과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서울교통공사의 폭력을 당하고 있다. 공사 직원은 두 사람의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냈다. 이 때문에 문 소장이 휠체어에서 분리됐다. 문 소장은 이 회장 뒤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공사를 규탄하는 중이다. 사진 하민지
명동역에서 지하철 행동 중인 휠체어 이용자들. 왼쪽부터 문애린 소장, 이형숙 회장 휠체어다. 사진 하민지
명동역에서 지하철 행동 중인 휠체어 이용자들. 왼쪽부터 문애린 소장, 이형숙 회장 휠체어다.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긴급 지하철 행동을 전개했다. 이번 지하철 행동은 무정차 통과와 탑승 거부로 일관 중인 서울시‧서울교통공사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진행됐다.

- 서울교통공사, 장애인과 휠체어 강제 분리 

전장연 활동가 7명은 오전 8시 10분경 4호선 명동역(회현역 방향) 1-4 승강장에 집결했다. 8시 15분에 승차를 시도한 후 약 10분간 열차를 지연시켰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2일, ‘4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마지막으로 오전 출근길 지하철 행동은 멈춘 상태다. 올해 지속해서 탑승을 시도했지만 서울시의 무정차 통과 방침과 서울교통공사의 탑승 거부로 탑승은 원천 차단됐다.

4개월 넘게 지하철 탑승을 못 하고 있지만, 시민은 기다렸다는 듯 화를 냈다. 한 시민이 “적당히 좀 해요. 같은 시민끼리 뭐 하는 거예요?”라고 하자 다른 시민이 “저것들(전장연 활동가들)하고 난 같은 시민 아냐”라고 맞받아쳤다. 한 노년 남성은 삿대질을 하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의 어깨를 때리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진 문애린 소장이 이형숙 회장의 휠체어를 붙잡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바닥에 떨어진 문애린 소장이 이형숙 회장의 휠체어를 붙잡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서울교통공사는 8시 25분부터 휠체어를 잡아끌어 활동가들을 강제로 지하철 안으로 밀어 넣었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앞에 있던 이형숙 회장 휠체어를 잡고 버텼다. 끌려날 바에야 차라리 휠체어와 분리되기를 택한 것이다. 이 회장 휠체어에 의지해 잠시 서 있던 문 소장은 이내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채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동작역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이 너무 넓어 위험했다. 틈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은 경찰이다. 성인 남성의 발 크기 만큼 간격이 벌어져 있다. 공사가 장애인편의시설 중 하나인 이동식 발판을 제때 지원하지 않아 열차 출발이 늦어졌다. 그러나 안내방송은 “‘전국장애인연합회’의 시위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고 나왔다. 사진 하민지
동작역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이 너무 넓어 위험했다. 틈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은 경찰이다. 성인 남성의 발 크기 만큼 간격이 벌어져 있다. 공사가 장애인편의시설 중 하나인 이동식 발판을 제때 지원하지 않아 열차 출발이 늦어졌다. 그러나 안내방송은 “‘전국장애인연합회’의 시위로 인해 열차가 지연되고 있습니다”라고 나왔다. 사진 하민지

- 극에 달한 시민의 혐오발언과 욕설

활동가들은 여의나루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두 번 갈아 타야 했다. 명동역에서 9호선 동작역으로, 동작역에서 5호선 여의도역으로, 여의도역에서 여의나루역까지 이동했다. 환승할 때마다 15분이 소요돼, 총 환승 시간은 30분 걸렸다. 환승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휠체어 이용자의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전장연은 9시 25분경, 여의나루역에서 승차할 때도 10분간 열차를 지연시켰다. 5호선 내 시민의 혐오발언은 극에 달했다. “씨발 새끼들이 또 기어 나왔네”, “경찰은 뭐 하는 거야, 저 병신들 밀어버리지 않고” 등, 수십 명의 시민이 욕설을 퍼부었다.

여의나루역에서 지하철 행동 중인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의 뒷모습. 공사 직원은 이 대표를 향해 확성기로 경고방송을 했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회장이 발언 중이다. 그의 오른쪽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회장이 발언 중이다. 그의 오른쪽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이 실린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이형숙 회장은 “오늘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입니다. 저희는 시혜와 동정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싸우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날은 해를 거듭할수록 장애인을 불쌍하게 보는…”이라고 호소했지만, 시민은 듣지 않고 “시끄러워, 좀 닥쳐. 나 회사 가야 해”, “국회 가서 해”라고 고성을 질렀다.

9시 45분쯤 여의나루역에 도착했지만 엘리베이터 한 대로 휠체어 이용자 수십 명이 이동 중이다. 이들은 10시 30분부터 서울시 영등포구 63빌딩 컨벤션센터 앞에서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는 자들의 제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홀에서 10시부터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진행 중이다.

이규식 대표가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하민지
이규식 대표가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하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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