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동권순회투쟁①] 광주광역시
윤 정부, 장애인 이동권 예산 묵묵부답
장애인들, 전국 순회 투쟁 나선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광주서 이동권 투쟁
“피 흘려 이룬 민주시민사회, 장애인 배제 말라”
· 저상버스 도입률 29.7%(2021, 국토교통 통계누리)
· 광주지하철 1호선 20개역 중 엘리베이터 미설치역 1개
· 장애인콜택시(특별교통수단) 116대, 법정대수 미충족(2023년, 광주광역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광주광역시 장애인 이동권의 현주소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 200여 명이 17일 오후 2시, 광주송정역(송정공원역 방향)에 집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이 43주년을 맞았다. 과거 광주시민은 피 흘려 민주주의를 이룩했지만 한국은 민주시민사회에서 장애인을 배제했다”며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전국을 순회하며 장애인 이동권 민주주의를 쟁취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 장콜 운전원 수 턱없이 부족… 결국 예산 문제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을 상대로 숨바꼭질하듯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답변을 미루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중 이동권 예산, 이동권 예산 중에서도 장애인콜택시 예산만이라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측은 면담을 잡을 것처럼 하더니 결국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장애인은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며 출근길 지하철 투쟁을 여러 차례 유보했다. 현재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는 7월 19일까지 지하철 시위를 유보하고,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대를 위한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5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장애인콜택시의 운행시간·이동범위 등 운영기준을 명시해 전국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운영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콜택시는 24시간 운행된다. 이동범위는 ‘시·군이 속한 도’ 및 ‘인근 특·광역시’까지 확대되며,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 중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우선 배치될 예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잘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장애인콜택시 보급률 자체가 너무 낮고, 운전원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장애인콜택시는 국고 보조가 안 돼서 법정 대수(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의 86%에 그친다. 법정 대수를 채우려면 664대가 더 필요하다(2021년 기준). 또한 차량 1대당 운전원 수가 1명에 그치다 보니 현재 부족한 법정 대수마저 다 운행되지 않아 장애인 이용자 입장에선 대기시간이 30분을 넘는 경우도 많다.
결국은 예산 문제다. 전장연은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량 1대당 운전원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을 9시간에서 18시간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이야기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장애인콜택시 예산 237억 원보다 3,000여억 원 늘어난 3,350억 원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유보했다.
- 광주 장애인 “민주화의 성지? 장애인 차별이 일상”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동 시 차별을 겪은 광주 장애시민의 증언이 쏟아졌다. 광주시와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발언하러 앞으로 나올 때마다 큰 함성이 지하철역을 울렸다.
안재성 전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광주시가 민주화의 성지라고는 하지만 장애인에겐 차별도시다. 매일 몇 시간 동안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는 게 광주 장애시민의 일상”이라고 비판했다.
서미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2년 전에 우리는 금남로5가 사거리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없는 518번 버스를 점거하며 광주시를 규탄했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인은 광주시 버스 5대 중 4대는 탈 수 없다. 저상버스 도입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라고 성토했다.
이순화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광주시 장애인은 아직도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혀 차별당하고,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돼 살고 있다(2021년 기준, 79개 시설에서 945명 수용. 보건복지부). 우리 장애시민이 직접 투쟁해서 광주시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 장애인들, 전국 순회 투쟁 선포 “장콜 예산 쟁취하자”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들은 광주를 시작으로 지역사회 곳곳의 지하철을 점거하며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했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오늘(17일)은 우리가 전국 순회 투쟁을 하는 첫날이다. 우리는 전국 지하철을 돌며 시민권 열차에 탑승할 것이다. 오늘 광주송정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며, 장애인도 민주시민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와 강기정 광주시장을 향해 외치자”고 말했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22년 전, 장애인운동은 이동권 투쟁부터 시작했다. 22년 넘게 우리의 외침은 한결같다. 장애인도 이동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오늘부터 7월 19일까지 우리는 장애인콜택시 예산 확대를 위해 투쟁한다. 민주화운동의 저항 정신을 장애인 이동권 보장 투쟁으로 이어가자”고 독려했다.
- 200여 명 광주 도심 행진, 다음 투쟁은 청주에서
이들은 1시간가량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3시 4분부터 광주송정역에서 승차했다. 약 200명 활동가 중 휠체어 이용자는 70여 명이었다. 이들이 차례로 안전하게 승차하는 데 11분이 걸렸으나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장애인의 시위로 인해 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광주지하철 1호선 중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1개 역뿐이지만, 역마다 엘리베이터가 1대씩밖에 없어서 70여 명 휠체어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이들은 다 함께 농성역까지 이동해야 했는데, 농성역 하차 후 지상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1대로 70여 명이 나가려면 서너 시간 정도가 소요될 상황이었다.
따라서 휠체어 이용자 중 일부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역, 화정역 등 중간에서 하차해 광주시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하고는 다시 지하철을 탔다. 엘리베이터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 순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들을 비난하는 시민도 있었다. 일부 광주시민은 “아이고, 여기까지 기어 왔네”, “적당히들 좀 해”,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하며 활동가들에게 고성을 질렀다. 그렇지만 큰 충돌 없이 열차 내 선전전과 농성역까지의 이동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활동가들은 농성역에 3시 40분경 도착했다. 하차 후 도로를 이용해 금남로5가 사거리까지 행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행진은 1시간이나 지난 4시 40분경 시작됐다. 앞서 설명했듯, 엘리베이터 수가 부족해 휠체어 이용자들이 오랜 시간 차례로 역사를 빠져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행진하며 광주시민을 향해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알리고, 강기정 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전국 순회 투쟁의 두 번째 장소는 충청북도 청주시다. 5월에는 30일 충북 청주시와 31일 충북 옥천군에서 투쟁을 진행한다. 다음 달에는 2일 대전시 지하철, 7일 전북 전주시, 21일 전북 익산시, 27일 대구시 지하철에서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전장연은 이후 울산시, 경기도, 인천시, 강원도 춘천시에서도 이동권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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