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해 싸운 57일의 기록 ②
우함복지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한사랑마을

《 대구 달성군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해 싸운 57일의 기록 》
① 대구 달성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② 대구 달성군에 탈시설 정책을 묻다 

③ [표] 우함복지재단 산하 기관 인권침해 및 학대사건 경과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이 2022년 11월 3일 달성군청에서 달성군 장애인 거주시설 내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군수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대구장차연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이 2022년 11월 3일 달성군청에서 달성군 장애인 거주시설 내 사망사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군수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대구장차연

- 달성군에 탈시설 정책을 묻다

달성군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요구안을 전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2022년 9월 최재훈 달성군수는 대구장차연과의 면담에서 추후 해당 시설의 인권침해 사항이 확인되면 엄중 처분을 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답변서에는 대구시의 계획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기다리라고 했던 면담 날짜는 군수님이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기 어렵다는 통보로 대체되었다.

달성군은 대구시 8개 구군 중 유일하게 자립생활주택을 포함한 탈시설 지원 정책이 부재한 지역이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2022년 11월 달성군청에 직접 찾아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달성군수 면담을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면담에서 달성군은 기초지자체 차원의 탈시설 욕구조사, 자립생활주택 마련, 발달장애인 24시간 공공돌봄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달성군 내 거주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탈시설 욕구조사가 진행되었다. 달성군엔 두 개의 장애인거주시설이 있다. 그러나 두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60여 명을 전원 조사할 순 없었다. 조사 전, 군청이 시설에 공문을 보내 ‘조사 가능한 참여자 명단’을 취합했기 때문이다. 결국 11명밖에 조사하지 못했다. 이러한 달성군의 행위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탈시설가이드라인 제7조 93항에 위배된다. 해당 조항은 “모든 사람은 탈시설에 대한 동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언제든 시설에서 떠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그 어떤 사람도 탈시설 과정에서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이 2023년 5월 31일 달성군청 앞에서 달성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농성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대구장차연
대구장차연 활동가들이 2023년 5월 31일 달성군청 앞에서 달성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농성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대구장차연

올해 4월에는 우함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에서 종사자가 이용자를 학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CCTV를 확인하기 전까지 학대에 대한 신고가 되지 않았고 가해자는 별다른 징계 없이 사직 처리되었다. 결국 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기관에서 장애인 학대사건이 발생한 셈이었다. 대구장차연은 우함복지재단 법인 설립 허가 취소와 재가 장애인에 대한 자립생활 지원계획을 요구하며 달성군수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달성군은 한사랑마을 학대사건들과 다르게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권익옹호기관의 학대판정 결과를 확인하고 1차 개선명령(1개월 영엉접지) 처분을 내렸다. 또한 타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한시적으로 추가 활동지원시간을 지원하였다.

한사랑마을 인권침해 사건의 대응 활동은 지속되었다. 달성군은 면담에 응하겠다고 했으나 탈시설에 반대하는 ‘한사랑마을 부모 이용자 연합회’가 동석한 자리에서 탈시설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했다. 또한 참석자는 달성군에 있는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와 사무국장으로만 제한했다. 이는 장애인 학대사건의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를 탈시설 찬성/반대 논리로 접근하며 논점을 흐리고, 달성군과 장애인정책협약을 진행했던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를 면담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달성군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군청 앞에서 우리의 요구를 알리는 것이었다. 2023년 5월 31일 달성군청 중앙 입구 도로 위에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 및 부모 활동가들이 모였다. 달성군청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군청 앞에 농성장이 생겼다.

2023년 5월 31일부터 달성군청 중앙입구 앞 도로 위에 달성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장이 설치됐다. 하얀 천막 농성장 한쪽 면에는 6가지 요구안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대구장차연

- 달성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싸웠던 57일

농성을 시작하자 ‘한사랑마을 부모 이용자 연합회’는 시설을 내부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시설장 교체를 반대하고, ‘외부기관’인 대구장차연이 가족 동의 없이 탈시설을 주장한다는 내용을 담아 농성장 인근 도로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였다. ‘대구장차연이 단체 이익을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는 왜곡된 언론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전형적인 ‘책임자 꼬리 자르기’ 방식으로 한사랑마을 사무국장이 그만두는 상황도 생겼다. 한사랑마을의 원장은 대구광역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농성장 앞에서는 매주 수요일 정기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했다. 달성군청은 달성군 내에서도 외곽지역에 있어 선전전에 참여하려면 평균 3~4시간 이상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대구의 찜통 같은 무더위와 몇 차례 강한 비바람으로 바닥에 물이 차오르고, 물건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상황도 있었지만 달성군과 지속해서 협의하며 협의안을 좁혀갔다. 결국 지난 7월 28일 인권침해 사안의 행정처분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자립생활주택 군비 예산 확보 및 운영으로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와 달성군청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협의사항》

1. 장애인거주시설 한사랑마을에 관한 조치와 재발방지
- 한사랑마을 시설장 교체 처분, 2024년 달성군 거주시설 장애인 대상 탈시설 연구용역 실시 및 지원계획 수립 등
2.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 학대 피해 장애인에 관한 조치와 재발방지 등
3. 발달장애인, 중증장애인 개인별 공공책임 돌봄 실현을 위한 조치
- 2023년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1개소 운영 후 운영결과에 따라 자립생활 주택 확대 및 운영방식 협의
- 2024년 시범사업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입주 장애인 2명에 대해 군비추가 월 180시간 지원 등

다가오는 9월 19일은 2021년 사망사건의 피해자가 돌아가신 날이다. 이번 투쟁 결과를 안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안치되어 계신 곳에 방문할 예정이다. 작년 이맘때쯤 쯤 본인의 사진 한 장 없이 무연고 안치실에 계시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작은 꽃 한 송이를 사서 놓아드리고자 한다. 농성은 마무리를 하였지만, 달성군의 탈시설 정책은 이제 첫걸음을 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③ [표] 우함복지재단 산하 기관 인권침해 및 학대사건 경과

필자 소개 
정주리.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으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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