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좋은친구들’ 직장 내 괴롭힘 호소
퇴사자들 “녹음하는 것 같아 일하는 내내 감시받는 느낌”

[편집자 주] 10월 4일, 인천 연수구의 한 건물에서 김경현이 투신해 사망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다닌 ‘사단법인 좋은친구들’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현재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노동·사회복지단체를 중심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태다.

공대위는 인천시에 ‘사단법인 좋은친구들’ 설립 허가 취소, 연수구청에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 중부고용노동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현재 유족은 화장을 미루고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비마이너는 김경현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고, ‘좋은친구들’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보도한다.

비마이너는 취재 과정에서 ‘좋은친구들’을 다녔다가 엄아무개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엄 대표가 “상대방과의 대화를 엿듣고, 때로 녹음하는 것 같아서 일하는 내내 감시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엄 대표는 2020년 1월부터 사무실 상근자로 일했다. 좋은친구들 퇴사자 민경환은 “2015년도에는 기관이 열악해 대표가 상근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활동지원사가 점차 늘면서 2020년부터 엄 대표가 관리책임자로 상근하게 됐다”면서 “엄 대표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사무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민경환은 2015년 2월 입사해 2021년 10월까지 좋은친구들에서 팀장(김경현과 같은 직급)으로 회계·노무 일을 하다가 엄 대표와의 갈등으로 결국 퇴사했다. 퇴사자들은 엄 대표의 괴롭힘을 우려하면서도 실명 보도를 택했다. 같은 이유로 취재를 거절한 이들도 있었다.

이번 사건을 지원하는 김기홍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대표의 과거 행태에 대한 주변인 진술과 유서를 종합해 봤을 때 고인(김경현)에 대한 대표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좋은친구들’ 사무실 풍경. 사진 강혜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좋은친구들’ 사무실 풍경. 사진 강혜민

- “전화 엿듣고서 계속 잔소리… 하루 한 번씩 야단맞는 게 일과”

올해 2월 퇴사한 강재경은 “엄 대표가 전화를 엿듣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재경은 활동지원서비스 전담인력으로 엄 대표가 지시한 내용들을 활동지원사들에게 전화로 알리는 업무를 주로 했다.

강재경은 “활동지원사들과 전화를 할 때면 엄 대표가 옆에서 듣고는 ‘그런 표현 쓰지 마라’ ‘활동지원사분들께 말대꾸하면 안 된다’는 등의 말을 했다. 하루에 한 번씩 야단을 안 맞으면 하루 일과가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엄 대표는 퇴근시간에 장애인콜택시 예약이 어려워 1시간씩 먼저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엄 대표가 있을 때 전화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강재경은 될 수 있는 한, 엄 대표가 퇴근한 후에 부랴부랴 전화를 돌렸다. 그는 “엄 대표가 ‘왜 자기 있을 때는 전화 안 하냐, 자기 있을 때 전화 돌리라’고 했는데 누가 욕 먹어가면서 전화하고 싶겠나”고 말했다.

2019년 11월, 강재경의 정년퇴직을 62세로 잘못 알고 있던 엄 대표는 당시 팀장이었던 민경환에게 강재경의 해고 예보 통보서에 서명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62세가 되던 때는 2020년 2월임에도 2019년 12월 31일을 해고 일자로 한 해고 예보 통보서였다. 이후 민경환은 취업규칙 검토 중 ‘직원 정년은 65세다’라는 내용을 발견했고, 이를 엄 대표에게 보고하면서 강재경은 올해 2월까지 근무하고 정년퇴직하게 됐다.

강재경은 김경현이 입사한 2022년 11월부터 올해 2월 초 퇴사할 때까지 4개월 정도 함께 일했다. 김경현과 엄 대표는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 알고 지낸 지는 10년이 넘었다.

강재경은 “처음에는 엄 대표가 김경현 칭찬을 많이 했다. 그런데 엄 대표가 허구한 날 직원들에게 뭐라고 하니 이를 보던 김경현이 ‘그만 좀 하시라’고 했다. 그때부터 엄 대표가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직원의 활동지원사에게도 ‘퇴사 종용’

엄 대표는 강재경의 활동지원사에게 퇴사를 종용하기도 했다. 황경순(가명)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강재경의 활동지원사를 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어느 날부턴가 강재경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정을 물으니 ‘황경순을 그만두게 하라는 이야기를 엄 대표가 여러 차례 했다’는 것이다. 황경순은 엄 대표를 직접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당시 사무실 앞에서 활동지원사분이 엄 대표에게 문제제기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1인시위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내용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서 추운 날에 그러고 있으니 안쓰러운 거예요. 그래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 드렸어요. 그걸 엄 대표가 봤는지 ‘어떻게 자기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1인시위하는 사람한테 커피 타다 줄 수 있느냐, 이해 안 된다, 선생님은 어느 쪽 사람이냐’ 이런 뉘앙스의 말들을 했어요. 아마 괘씸죄에 걸린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대표님이 불편하다면 그만두겠다’고 해서 그만두게 됐죠. 그때 제가 어떻게 퇴직서를 써야 할지 몰라서 직원이 불러주는 대로 ‘개인사정으로 인해 퇴사한다’고 썼는데 나중에 보니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거였어요.” (황경순)

황경순은 사실상 퇴사 종용을 받았음에도 ‘개인사정으로 인한 퇴사’여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이후 사정이 생겨 신고를 취소했다.

27일, 민경환 씨가 좋은친구들 건물 앞에서 고 김경현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민경환
27일, 민경환 씨가 좋은친구들 건물 앞에서 고 김경현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민경환

- 술자리에서 말싸움하다가 직원 뒤통수 가격

민경환은 엄 대표로부터 뒤통수를 가격당했다. 2020년 7월 10일, 회사 뒤풀이를 하던 중 민경환은 엄 대표와 실랑이가 붙었다. 평소 엄 대표의 행동을 보며 직원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다고 생각한 민경환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다가 말싸움이 번진 것이다. 하지만 민경환이 대표의 핸드폰 녹음 파일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평소 엄 대표 자리 쪽에서 업무적인 대화를 할 때면 엄 대표가 핸드폰 버튼을 누른 후 전화기를 뒤집어 놓는 것을 종종 봤어요. 그래서 엄 대표가 대화를 녹음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전 달(6월)엔 저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통화 내용 녹음하는 거 아니지?’ 묻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A와의 대화를 자신이 녹음했다’는 말을 저한테 직접 했었거든요.” (민경환)

민경환이 이러한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자 엄 대표는 당시 ‘증거가 있냐’며 화내면서 욕했다고 한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민경환이 자리를 피하려고 몸을 돌리자, 엄 대표가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고 민경환은 말했다. 이후 민경환은 정식으로 문제제기하고자 증거 확보를 위해 다음 날 사건이 발생한 식당에 찾아갔지만 홀에는 CCTV가 없었다.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소리를 들었다’던 직원의 증언은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식당은 좋은친구들이 총회를 하는 단골식당이었다.

민경환은 “엄 대표가 대화 내용을 녹음해서 퇴사할 때 증거로 쓰려고 한다는 건 예전부터 있었던 공통적인 이야기”라면서 “대화 녹음으로 우리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계속 주면서, 대표와 직원들 간의 신뢰를 깨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엄 대표, 퇴사자들 주장 부인하며 “본질과 어긋난다”

엄 대표는 13일, 17일 두 번에 걸친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적극 부인했다.

민경환의 뒤통수 가격에 대해 엄 대표는 “때린 적 없다. 기억에 없다. 민경환이 술에 취해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의 부정에 민경환은 “금요일에 사건이 있고 나서 그다음 주에 엄 대표가 ‘화해하자’고 불렀다. 제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하면서 서로 악수까지 했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표의 말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엄 대표는 강재경의 정년퇴직 건에 대해서는 “강재경이 본인 정년퇴직 날짜도 모르고 사직서를 써놓은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했다. 강재경의 활동지원사 퇴사 종용에 대해서는 “황경순이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는데 본인 스스로 취하했다. 뭔가 맞지 않으니까 취하한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퇴사자들의 이야기에 엄 대표는 “일을 엄격하게, 어긋나지 않게 하다 보니 직원들이 상당히 반감이 많았다”면서 “(자신을) 비난하기 위한 이야기”라고 불편함을 표했다. 거듭되는 퇴사자들에 관한 물음에 엄 대표는 “지금 본질은 그분(김경현)이 왜 사망했느냐에 있지 않느냐”면서 “퇴사자들 이야기는 본질과 어긋난다”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 6일, 사고 현장에 있던 고 김경현 씨의 휠체어. 사진 강혜민
지난 6일, 사고 현장에 있던 고 김경현 씨의 휠체어. 사진 강혜민

- 운영위 결정도, 취업 규칙도 무시… ‘일방적 기관 운영’ 지적도

퇴사자들은 대표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밀어붙이고,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생각한 틀을 벗어나는 것을 싫어해 “사사건건 참견하고 간섭하는 게 심했다”고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

“사무실에 커튼 달 때도 ‘민 팀장이 알아서 해’하면 되는데 1부터 10까지 지켜보면서 끊임없이 이래라저래라해요. 혹시라도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른 의견을 내면 제가 ‘대표님 의사를 따라야죠’ 하면서 끊을 정도였어요.” (민경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대표의 통제가 일상적 의사소통을 넘어 기관 운영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좋은친구들 취업규칙에는 활동지원사가 장애인 이용자 연결이 안 되었을 때 3개월 동안 무급휴직을 부여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2021년 근로계약서에서는 이를 1개월로 바꾸어 기재하도록 했다. 민경환은 취업규칙과 다른 근로계약서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민경환은 “이용자 연결이 안 돼도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사회보험료가 나간다. 기관 입장에선 노동자 공제분이 계속해서 지출되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유예신청 해서 급여 발생할 때 지출하도록 하면 된다”면서 “활동지원사 처지를 헤아리지 않고 기관 편의대로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운영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상의 없이 바꾸기도 했다. 2021년 6월 운영위원회는 ‘활동지원사 보수교육은 집합교육을 우선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서면·온라인으로 진행하자’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엄 대표는 민경환에게 ‘활동지원사 보수교육이 서면으로 가능하다’는 국민연금공단 공지를 보여주면서 서면 진행을 지시했다고 한다. 민경환은 운영위 결정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엄 대표는 ‘관리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결정’이라면서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였다고 민경환은 전했다.

엄 대표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운영위원의 경우, 연임 의사도 묻지 않은 채 해촉했다. 활동지원사업 지침에는 ‘운영위원 임기는 2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B는 엄 대표와 긴장 관계에 있는 인물이었다. 민경환은 “운영위에서 B와 엄 대표가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대표가 ‘고소한다’는 이야길 했다”면서 “연임 의사가 있었음에도 이를 묻지 않고 해촉한 것은 사회 통념에도 어긋날뿐더러 자신에게 비판적인 운영위원을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1월, 엄 대표의 말에 활동지원사에게 일지 제출 등 업무 지시할 때 사용하는 네이버 밴드도 하루 만에 폐쇄됐다. 밴드에 근로계약서 내용을 문제 삼는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당시 근로계약서에는 “연차수당은 기관 재정 상황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한 활동지원사가 ‘일부 지급한다’는 문구를 빼고 ‘전부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27일, 김영미 씨가 좋은친구들 건물 앞에서 고 김경현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민경환
27일, 김영미 씨가 좋은친구들 건물 앞에서 고 김경현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민경환

- “김경현 유서 내용, 내가 겪은 것과 너무 비슷하다”

좋은친구들은 활동지원서비스 중개기관이다. 엄 대표의 운영 방식은 자연스럽게 활동지원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문제가 쌓여 지난해 3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는 좋은친구들 앞에서 엄 대표의 갑질 횡포와 비민주적 기관 운영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김영미는 25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김경현의 유서 내용이 제가 겪은 것과 너무 비슷했다”면서 “반년 동안 정신적 고통이 심했다. 더 이상 하면 제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2015년 4월부터 좋은친구들 활동지원사로 등록되어 일했다. 하지만 엄 대표가 상근을 시작한 후 사사건건 갈등을 겪고 소송까지 하면서 결국 2022년 7월 좋은친구들 활동지원사를 그만뒀다.

2022년에는 기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사에게 저급되던 연 41만 원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삭감됐다. 그러나 엄 대표의 호봉은 3호봉에서 5호봉으로 인상됐다.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자 김영미는 2021년 12월 30일, 분회장과 함께 사무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엄 대표는 업무방해라며 노조에 사무실 퇴실을 여러 차례 요구하고, 이후 김영미에게 ‘취업규칙 위반’을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2021년과 2022년 좋은친구들 근로계약서. 2021년 근로계약서에 “설·추석 상여금을 각각 125,000원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쓰여 있지 않으나, 추가로 설·추석에 상품권 3만 원, 생일날 상품권 5만 원, 경조사 시 5만 원을 지급해 총 41만 원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활동지원사에게 지급됐다. 그러나 2022년 근로계약서에는 상여금에 관한 내용이 사라지고, “연차수당은 기관 재정 사정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 지급”으로 수정됐다. 그 옆에 “2021년도 지급했었다. 생일선물, 명절 상여, 선물비”라고 쓰인 김영미 씨 자필이 보인다.
2021년과 2022년 좋은친구들 근로계약서. 2021년 근로계약서에 “설·추석 상여금을 각각 125,000원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쓰여 있지 않으나, 추가로 설·추석에 상품권 3만 원, 생일날 상품권 5만 원, 경조사 시 5만 원을 지급해 총 41만 원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활동지원사에게 지급됐다. 그러나 2022년 근로계약서에는 상여금에 관한 내용이 사라지고, “연차수당은 기관 재정 사정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 지급”으로 수정됐다. 그 옆에 “2021년도 지급했었다. 생일선물, 명절 상여, 선물비”라고 쓰인 김영미 씨 자필이 보인다.

2022년 1월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는 좋은친구들 정회원에서 김영미를 갑자기 제명시켰다. 제명은 징계의 일종이다. 그러나 김영미는 이사회에서 본인에 관한 안건이 다뤄진다는 소식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총회에서 소명하면 된다’는 이유로 각하당했다.

같은 해 여름, 김영미는 활동지원사들의 연차수당이 적게 지급된 것을 알고서는 노동청에 진정했다. 결국 노조가 이겨 연차 수당을 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김영미는 엄 대표가 노무사에 사건을 위임해 처리하는 것을 보며 큰 박탈감을 느꼈다.

“기관의 돈은 활동지원사들이 일해서 번 돈이잖아요(중개기관은 활동지원서비스 단가에서 수수료 25%를 떼서 운영된다). 저는 노무사에게 위임할 돈이 없어서 다른 활동지원사들 수당까지 받아내려고 혼자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기관은 활동지원사들 저격하려고(수당 안 주려고) 노무사까지 쓴 거예요. 결국 연차수당은 받아냈지만 노무사와 대적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그때 삶이 피폐해질 만큼 힘들었어요.”

김영미도 엄 대표에게서 끊임없이 감시받는 느낌을 받았다.

“2022년 1월 말인가 2월 초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어요. 끊고 나서 그 직원이 대화 내용을 정리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통화 내용이 맞느냐고 물어요. 제가 대화 내용을 왜 문서화했느냐고 물으니 엄 대표의 지시래요. 그러면서 자기는 유선통화라서, 저한테 통화 시작 시간과 끊은 시간을 확인해 달라는 거예요. 제가 이런 걸 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더니 자기는 하라는 대로 해야지 어쩔 수 없다고 했어요. 직원 부탁으로 문제제기는 안 했는데요, 이렇게 엄 대표가 본인 눈으로 보거나 직접 귀로 듣지 않으면 직원 통해서 대화 내용을 수집한다는 걸 알았죠.”

사무실 복도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김영미는 우연히 이 CCTV 감시화면이 엄 대표의 개인 휴대전화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엄 대표는 5시 전후로 퇴근하는데 이후 CCTV를 통해 어떤 활동지원사가 방문했는지를 확인하고 그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직원들에게 캐물었다”면서 “통화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처럼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도 엄 대표에게 보고되겠다는 생각에 엄 대표가 없더라도 더는 전처럼 직원들과 마음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없었다. 불안하고, 직원들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비마이너는 엄 대표의 일방적 기관 운영 지적과 김영미의 문제제기에 대해 엄 대표의 해명을 듣고자 25일, 엄 대표의 휴대전화와 좋은친구들 사무실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통화하지 못했다. 이후 문자와 카카오톡, 이메일로 해당 질의를 보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26일 오전, 어렵게 연락이 닿았으나 엄 대표는 “더 이상 드릴 말씀 없다. 끊겠다”며 10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공대위는 지난 16일부터 좋은친구들 사무실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 4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시민고발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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