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친구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마저 저버려”
대책위, 법인 취소·활동지원기관 지정 취소 등 요구
‘직장 내 괴롭힘’ 노동청 결정은 12월 중순 나올 예정
인천시청에 분향소 설치 “더 강도 높은 투쟁 이어갈 것”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고 김경현 씨의 장례가 49일 만에 엄수됐다. ‘고 김경현 사회복지사 직장 내 괴롭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인천지역대책위(아래 인천대책위)’는 21일 오전 11시, 사건이 일어난 인천 연수구의 ‘사단법인 좋은친구들’ 사무실 앞에서 추모미사를 열었다. 인천대책위는 “고인을 더는 차디찬 냉동고에 안치할 수 없어 고인의 뜻에 따라 먼저 간 자녀 곁에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직장 내 괴롭힘’ 호소하며 투신 사망… ‘미등록 장애인’ 김경현)
인천대책위는 “직장 내 괴롭힘을 한 대표와 이사는 반성은커녕 고인의 사망 다음 날 채용공고를 내고, 자신의 억울함만 호소하는 등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마저 저버렸다”면서 “가해자가 제대로 응징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김경현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이날 추모미사에서 고인의 남편 계율 씨는 “제게 아내는 귀한 보물이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좋은친구들에서 자기 잘못은 인정 안 하고 어떻게든 (고인이) 일을 못했다는 증거를 들어서 유가족의 마음을 후벼파고 있다”면서 “일 못했다고 사람을 (죽일 만큼) 괴롭혀도 되나. 후임자는 일 잘했다고 하는데 왜 자기네들은 못했다고 하나.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 법인 취소, 활동지원기관 지정 취소, 이사 해임 모두 쉽지 않아
현재 인천대책위는 책임자 처벌을 비롯해 △인천시에 법인 취소 및 사회복지기관 직장 내 괴롭힘 재발방지대책 마련 △연수구청에 활동지원기관 지정 취소 △사단법인 좋은친구들 이사회 내 가해자(이사 두 명)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 취소도, 활동지원기관 지정 취소도, 이사 해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는 민법 38조에 명시되어 있다. 주무관청은 ①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②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한 경우 ③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채은영 인천시 장애인복지과 주무관은 “지난주까지 지도점검을 했다. 점검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결과는 11월 말쯤 나올 예정이다.
활동지원기관 지정 취소 또한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연수구청은 지난 11월 2일에 이뤄진 인천시와의 합동점검에 이어 다음 주 또다시 지도점검에 나간다.
오민혜 연수구청 노인장애인과 장애인지원 주무관은 “점검 결과에 따라 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러나 위법 사항이 발견되어도 바로 취소할 순 없다. 서너 차례 누적되어야만 활동지원기관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단,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이 나온다면 활동지원기관 관리책임자로서의 결격 사유에 해당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이 없는 상황에선 이사 해임도 쉽지 않다. 중부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은 12월 초중순경에 나온다.
현재 좋은친구들 이사는 10명이다. 이중 고인이 가해자로 지명한 사람은 대표이사 엄아무개 씨와 또 다른 이사 한 명이다. 이사 대부분은 엄 대표의 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좋은친구들 이사 중 한 명인 문종권 씨는 21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이사회가 보다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씨는 “‘이사회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는 분도 있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는 분도 있다. 이사 대부분이 엄 대표와의 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이사회를 소집한다고 해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이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문 씨는 “만약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 결정이 나온다면 이사회는 그 책임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이사회에서 해임안에 대한 안건을 발의하면 총회에서 회원들의 투표로 최종 의결한다. 고인 사망 후 이사회와 총회가 열린 적은 없다.
- 대책위, 인천시청 앞에 분향소 설치… 이번 주 촛불문화제 열어
인천대책위는 “장례를 마쳤다고 투쟁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천대책위는 이날 2시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단법인 좋은친구들의 진실을 인천시민에게 알리고자 인천시청에 추모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되며, 분향소가 설치된 첫날인 21일부터 24일까지는 매일 저녁 7시에 촛불문화제를 연다.
또한, 27일부터 2024년 1월 6일까지는 단체별로 주 1회 고인을 추모하는 릴레이 행동을 진행한다. ‘장애인 행동의 날’은 오는 28일이다.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좋은친구들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