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시절 장애계와 정책협약 맺은 조희연
교육부 매뉴얼 이행 및 예산 확대 약속
당선 1년 반 지났지만 미이행 중
장애계 “약속 파기인가?” 면담 요구
서울시에 있는 장애인야학(아래 야학) 학생과 교사 50여 명이 서울시교육청(아래 교육청) 앞에 모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지난해 취임 후 1년 반이 지나도록 공약을 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은 후보 당시 ‘2022교육감선거장애인연대’와 △교육부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 매뉴얼(아래 매뉴얼)’ 이행 △서울시 장애인평생교육 예산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매뉴얼 이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교육청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관련 예산은 자연증가분 정도만 반영된 상태다. 이에 야학 학생들은 2일 오전 10시, 종로구 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조 교육감은 즉각 면담에 응하라”라고 요구했다.
- 조희연, 정책협약 파기?
장애계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2022교육감선거장애인연대’를 결성했다. 전국 9개 시·도 교육감 후보에게 △학령기 장애인 교육권 △평생교육권 △장애인 교원 권리 보장 등 장애인 교육 3대 과제와 매뉴얼 이행 및 장애인평생교육 예산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협약서를 보냈다.
매뉴얼은 교육부가 2021년 6월 발표한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의 가이드라인이다. 장애계는 매뉴얼이 발표된 직후부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매뉴얼을 반영해 장애인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정책협약을 체결하며 매뉴얼을 반영하고, 반영에 따른 예산도 확대할 거라 공약했다. 이학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활동가에 따르면 교육청과 네 차례에 걸쳐 매뉴얼 이행을 위한 협의를 했지만 결국 이행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매뉴얼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중증뇌병변장애인·중복중증장애인 학습자 2.4명당 교육인력을 1명 배치하고, 학습자가 30명 이상이면 시설장 1명과 행정인력 1명을 지원해야 한다.
장애계는 교육청에 ‘교육인력 배치 기준’에 대한 점진적 이행(2024년 5.6명→2025년 4명→2026년 2.4명)을 목표로 내년도 인건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야학 세 곳(노들야학,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마을이신나는야학)에 올해보다 3억 2천만 원가량의 예산이 더 지원돼야 한다.
매뉴얼 이행이 무산됐으니 예산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장차연은 “2024년 서울시 장애인평생교육 예산은 물가 상승분인 3.4%만 증액됐다. 이는 자연증가분만 반영된 것으로 사실상 증액이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 야학 학생들 “너무 짜증 난다, 조희연 나와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야학 학생과 교사 등 50여 명이 교육청 앞으로 집결했다. 천성호 노들야학 공동교장은 “서울시 장애인평생교육 담당자는 ‘예산이 날아가서 우리(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게 줄 돈이 없다’고 한다. 서울시의 장애성인 교육을 무참히 무시하는 중”이라며 “매뉴얼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계속 싸워 나가자. 우선 조 교육감부터 만나야겠다”고 성토했다.
배미영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서울지부장은 조 교육감이 서명한 정책협약서를 들어 보이며 “여기 내 서명도 있다”고 말했다. 배 지부장은 당시 정책협약식에 참석해 조 교육감과 직접 협약을 진행한 바 있다.
배 지부장은 “나이가 마흔이 되고 예순이 돼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배우기 위해 야학에 다니는 사람이 있다.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권리를 넘어선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며 “교육청은 비장애인 평생교육과의 형평성을 얘기하며 예산지원을 곤란해 한다. 공평하다는 건 똑같이 하나씩 주는 게 아니라 부족한 사람이 남들과 같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 교육감은 후보 시절 협약한 내용 그대로 이행하라”라고 요구했다.
장애경 노들야학 학생은 “너무 짜증 난다. 조 교육감은 빨리 나와서 협약을 이행하겠다고 말해라. 세금 받아놓고 뭐 하나”라고 분노했다. 김명학 노들야학 공동교장도 “중증장애인도 마음 놓고 교육받는 대한민국을 위해 조 교육감은 후보 때 한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켜라”라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은 결의대회를 끝내고 교육청 정문 앞에 조 교육감에게 면담에 응하라고 촉구하는 권리스티커를 붙였다. 그러나 경찰이 곧장 막아서며 모두 떼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