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 장애인평생교육법안 공청회 열어
별도 법 제정에 여전히 다른 입장차 보여
장애계, 법 제정이 장애인의 사회통합 저해하지 않아
오히려 사회참여 확대해 실질적 사회통합에 기여할 것

장애인평생교육법안 공청회가 9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크게 △장애인 평생교육에 관한 별도 법률 제정 필요성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한 별도의 새로운 조직이나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 △예산 확대 및 인력 충원 등 지원체계 마련 등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공청회 진술인에는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박경석 김포장애인야학 교장, 박영도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 양병찬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장애인평생교육법안 공청회가 9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장애인평생교육법안 공청회가 9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 학령기 교육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 그러나 98%나 ‘평생교육도 못 받아’

우리나라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장애인의 교육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장애인은 학령기에 정규 의무교육 과정을 원활하게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51.5%가 중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 의하면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4%로,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못하는 비율이 무려 98%에 이른다. 2023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에서 전체 국민의 평생교육 참여율이 32.3%로 집계된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등 장애인 평생교육을 전담하는 국가 차원의 조직은 있으나, 지역마다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평생교육 부서, 장애인 부서 등으로 나뉘어 있어 체계적인 법률 지원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애인평생교육법은 2021년 4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데 이어 2022년 2월, 조해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발의 당시, 두 의원 모두 국회 교육위원장이었다. 법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여야 이견 없이 동의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될 때까지 제정되지 못해 법안이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되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12월 10일 장애인평생교육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학령기 때 교육받지 못한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권리’로서 보장하고,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평생교육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교육-고용-복지를 연계하는 내용 등을 명시하고 있다.

-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입법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발제하고 있는 김기룡 교수(왼쪽)와 박영도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장(오른쪽).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발제하고 있는 김기룡 교수(왼쪽)와 박영도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장(오른쪽).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박영도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회장은 “독자적 법 제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분리 접근’으로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법이 제정된다면 현재 평생교육법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평생교육이 철저히 분리되어 비관심 영역으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예산도, 정책적 배려도 그쪽(장애인 영역)으로 가면 비장애인 영역에서 하는 평생교육에서는 장애인을 쳐다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별도의 법을 제정하지 않고 일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보완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는 “별도의 법을 만드는 것은 평생교육법을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평생교육 체제를 더 확장시키는 작업이자 노력”이라며 “법이 제정되면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및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확충될 것이므로, 더 많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학습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실질적 사회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기룡 교수는 “평생교육법만으로는 장애인의 평생교육 여건 개선과 평생교육권 보장이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입법을 통해 해소하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기존 일반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법, 특수교육법, 발달장애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을 지원해 온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발제하고 있는 박경석 교장(왼쪽)과 양병찬 교수(오른쪽).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발제하고 있는 박경석 교장(왼쪽)과 양병찬 교수(오른쪽).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박경석 김포장애인야학 교장도 “노동법, 교육법, 복지법 등 다른 분야에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별도법 및 별도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왜 평생교육만은 안 되는 것인가. 이는 장애인의 평생교육을 하찮게 여긴 사회적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평생교육법을 별도로 제정하지 말자는 것은 장애인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별도 법 제정이 분리 교육을 초래한다는 논리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양병찬 공주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법을 만들수록 장애인 기관과 비장애인 기관은 담을 쌓게 될 것이다. 박영도 회장의 말씀처럼 시행령 또는 평생교육법 내 별도의 장으로 법률화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며 “장애인이 ‘일반인’과 한 곳에서 학습을 하는 통합적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 장애인 평생교육 확대 위해선 별도의 강력한 법적 근거 마련 필요하다는 것

진술인들의 발제가 모두 끝난 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김기룡 교수에게 “현행 평생교육법에 장애인을 위한 지원 사항이 추가로 개정되면 어떤 문제가 초래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기룡 교수는 “원래 교육부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될 ‘제2차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했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별도 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 및 국가 책임에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질의하고 있는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질의하고 있는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장애인 교육과 평생교육 연구를 많이 했다. 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통합되어 교육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일반 평생교육계에서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라고 박영도 회장에게 물었다.

박영도 회장은 “우리나라 평생교육은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지자체장 대부분 시정의 정책에서 장애인을 후순위로 두지 않는다. 장애인 평생학습 도시가 2020년도에 10개로 시작해서 24년도에는 82개로 확대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별도 법 제정을 통해 장애인 평생교육을 확대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 강경숙 의원의 질문에 김기룡 교수는 “법 하나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을 통해서 행정과 예산에 대한 지원체계가 강화되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낮은 평생학습 참여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 있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 또는 시설을 확충하는 것,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늘리는 것,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강사를 배치하는 것, 장애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 등의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져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강제하려면 별도의 법에 근거하여 상당한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즉, 더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경석 교장은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는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해 노력하셨다는 분들도 ‘일반인’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장애인은 일반인이 아닌가. 또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이야기하셨다.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 논의를 하는 것인가. 또 평생교육계와 장애계, 누가 더 많이 노력했냐는 것이 이 법안 제정의 논의 기준이 돼야 하는가. 같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정치가, 비장애인 중심의 이 사회가 책임지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평생교육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창익 교육부 평생직업교육정책관.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창익 교육부 평생직업교육정책관. 사진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캡처

한편, 공청회에 배석한 최창익 교육부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은 “기존 21대 법안과 달리 22대 발의안은 기존 체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예산 부분도 강행 규정에서 재량 규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교육부는 별도 법 제정에 대해 ‘수용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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