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의 ‘원천봉쇄’ 입장 발표 기자회견 중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
박 대표, 폭력 연행으로 경련 심해져 휠체어에서 추락, 119 이송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이 불법적 연행, 문제 심각하다”
24일 오전 8시 50분경, 경찰이 하반신마비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폭력적으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련이 심해진 박 대표는 휠체어에서 떨어져 결국 119에 실려 갔다.
전장연은 24일 오전 8시, 4호선 혜화역 승강장 5-4(동대문방향)에서 전날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원천봉쇄 관련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 기사 :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이제부터 역사 진입 막겠다”)
전장연은 평소처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지하철 출입문을 등진 채, 박 대표는 벽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마주 보며 발언하고 있었다. 전장연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보면, 기자회견이 35분 정도 지났을 때, 사람들과 박 대표 사이로 방패 든 경찰이 밀고 들어왔다. 박 대표는 경찰 등 뒤에 혼자 고립되었다. 경찰이 연행을 시도하자 박 대표는 경찰에게 “연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재차 물어봤지만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경찰은 활동지원사와 박 대표를 분리하고, 박 대표를 에워싼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 현장에 있던 활동가들이 항의하고,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가 자신을 동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활동지원사를 강제로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활동지원사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박 대표의 다리가 바닥에 끌리면서 경련이 심해졌다고 한다.
7년째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를 하고 있는 정창조 씨는 “박 대표는 하반신마비인데 다리가 바닥에 끌린 채로 경찰이 휠체어를 강제로 밀고 가서 평소보다 경련이 심하게 일어났다. 발이 끌려서 꺾여 있었다”면서 “휠체어에서 떨어질 것 같다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로 밀고 갔고, 결국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소 욕창이 심한데 욕창 부위가 바닥에 끌리고, 경찰의 폭력적인 연행으로 목도 꺾였다”고 전했다. 또한, 정 씨는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고 하는데 박 대표도 듣지 못하고, 현장에 있던 누구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닥으로 떨어진 박 대표는 다리 경련으로 바지가 내려가면서 배가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박 대표의 상체를 제압하고 잡아당기면서 박 대표에게 계속 “일어나 앉아라”고 말하며 무리하게 일으키려 했다. 정 씨가 “그렇게 일으키면 안 된다”고 고함치며 지속해서 항의하자 그제야 경찰은 박 대표를 제압하고 있던 손을 놓았다. 바닥에 누워 안정을 취하던 박 대표는 119에 실려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 있었던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경찰의 불법적 체포 과정을 지적하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면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도주 우려도 없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카메라 수십 대가 채증하고 있어서 증거인멸 우려도 없었다. 체포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불법적인 체포가 이뤄진 것”이라면서 “체포 과정에서 인권침해 우려가 없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체포해서 결국 다쳤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철도안전법에 따른 퇴거불응, 업무방해, 기차방해 혐의로 박 대표를 체포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현재 녹색병원에서 체포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 등에 대해 검사받고 있다. 병원에는 경찰이 동행하고 있다. 경찰은 48시간까지 박 대표를 구금할 수 있다.

